6년 만에 발병한 울주군 단순 살처분농가로 관리 10년 전 현황자료 사용
  • ▲ AI 방역활동.ⓒ연합뉴스
    ▲ AI 방역활동.ⓒ연합뉴스


    울산 울주군에서 6년 만에 조류인플루엔자(AI)가 발생했지만, 농림축산식품부가 발표하는 총괄 발생현황 숫자는 요지부동이다.


    정부는 단순히 집계 시스템에 의한 혼동일 뿐이라고 설명하지만, 일각에서는 정부가 발생 상황을 축소 관리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농식품부에 따르면 29일 현재 AI 발생 건수는 세종 1, 전북 7, 전남 6, 충남 5, 충북 5, 경기 4, 경남 1건 등 29건으로 집계됐다.


    24일 6년 만에 고병원성 AI가 발생한 울주군은 발생현황 집계에서 누락된 상태다.


    ◇울주군 AI 6년 만에 발생…현황 집계에 빠져


    닷새간 토종닭 70여마리가 폐사한 울주군 서생면 양계농가의 시료에 대해 고병원성(혈청형 H5N8) 확진 판정이 내려진 것은 지난 24일이다. 2009년 이후 6년 만이다.


    울주군은 확진에 앞서 토종닭 4865마리 등 4887마리를 살처분한 데 이어 위험지역인 3㎞ 내 18개 농장에서 키우던 가금류 763마리를 추가 살처분했다.


    그러나 농식품부가 발표하는 AI 발생현황에는 울주군 사례가 총괄 발생 건수에서 빠진 채 살처분 대상농가로만 분류돼 관리되고 있다.


    농림축산검역본부 역학조사에서 울주군의 폐사한 닭은 지난해 7~8월 충남 예산군에서 들여왔고 병아리는 원산지가 경북 칠곡으로 확인됐다.


    지난해 들여온 닭은 말할 것도 없고 이번 AI 발생에서 병아리를 들여온 칠곡은 1월23일 흰뺨검둥오리 시료를 검사해 음성 판정이 내려진 게 전부인 지역이다.


    즉 울주군 AI는 6년 만에 독립적으로 발병한 사례로 발생현황 집계에 포함돼야 한다는 게 지배적인 시각이다.


    울산시 관계자는 "검역본부도 역학관계를 명확히 알 수 없어 철새로부터 닭이 먹는 잔반을 통해 바이러스가 옮겨졌을 것으로 의심한다"며 "역학관계가 의심돼 살처분했다가 검사를 통해 바이러스가 확인된 경우와는 엄연히 다르다"고 강조했다.


    ◇10년 전 현황 발표자료 사용…의심신고만 발생 건수로


    정부의 발생 건수 집계가 실제 발생 상황과 괴리감을 보이는 것은 정부가 10년 전 제1차 AI 때 만든 발생현황표를 여전히 사용하고 있어서다.


    농식품부가 언론에 배포하는 AI 일일 현황보고는 크게 총괄과 세부내역으로 나뉘며 통상 언론이 인용하는 발생 건수는 총괄부분에 해당한다.


    문제는 총괄에 세부내역 중에서도 농장에서 AI 의심신고를 한 사례만 발생 건수로 집계 낸다는 점이다.


    다시 말해 울주군 사례처럼 독립적으로 AI가 발병해도 해당 농가에서 방역당국에 따로 의심신고를 하지 않으면 추가 발생 건수로 인정하지 않는 상황이다.


    이런 집계방식은 AI 발생 통계를 왜곡할 수 있어 지양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익명을 요구한 방역 관계자는 "언론을 통해 발표되는 정부의 AI 발생현황은 자칫 추가 발생이 없는 것처럼 상황을 호도할 수 있다"며 "오히려 정확한 현황을 공개해 축산농가의 경각심을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다른 지역 방역 관계자는 "정부가 아직도 제1차 AI 때 쓰던 보고양식을 사용하는 것으로 안다"며 "정부가 AI 발생을 축소 발표하는 것 아니냐는 견해가 나올 수 있다"고 귀띔했다.


    일각에서는 제1차 AI 때 AI 확산에 따른 관련 업계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농가 의심신고 건수를 발생 건수의 기준으로 삼은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이에 대해 농식품부 관계자는 "총괄 자료와 함께 세부내역도 (언론에) 공개하므로 축소 발표는 절대 아니다"며 "발생을 △신고 △역학관계 △예방적 살처분 △병성감정 △상시예찰 △이동제한 해제 검사 등 세부항목별로 구분해 관리하다 보니 혼돈이 있는 것 같다"고 밝혔다.


    울주군 사례 누락과 관련해선 "과거에도 병성감정 건수는 총괄에 포함하지 않아 그렇게 하는 것"이라며 "총괄 발생 건수에서 빠져도 방역조치는 같으므로 문제 될 건 없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