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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초부터 터진 카드사 정보유출 사태 등의 여파로 금융권에는 '정보 불감증'이 만연해 있는 상황이다. 이에 금융 개조를 위한 세 가지 개정안이 발의됐지만 여전히 국회에서 합의를 보지 못하고 있다.
△징벌적 손해배상제 도입 등의 내용을 담은 신용정보보호법 개정안 △공인인증서 사용 강제 조항을 없애는 전자금융거래법 개정안 △금융지주사와 자회사 간 무분별한 정보 공유를 금지하는 금융지주회사법 개정안 등 이른바 '신용정보유출방지 3법'의 4월 국회 처리가 불투명해 보인다.
30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회 정무위원회는 전일 법안심사소위원회를 열어 금융관련법을 일괄 처리할 예정이었지만 쟁점에서 이견을 보이며 회의가 열리지 않았다.
정무위 법안소위 소속 새누리당 김용태 의원과 새정치민주연합 김기식 의원 등은 30일 쟁점 법안을 두고 논의했지만 의견 차이를 좁히지 못해 오전 회의도 열리지 않았다.
◇ 신용정보보호법
신용정보보호법의 핵심은 징벌적 손해배상제도의 도입이다.
징벌적 손해배상제는 금융회사가 고객정보를 유출하면 피해액의 최대 3배까지 보상하는 제도다. 가해자의 불법행위로 피해자가 입은 재산상의 손해액보다 더 큰 배상을 부과하는 형벌적 성격의 손해배상 제도다.
정부는 그동안 제도 도입에 부정적이었다. 그러나 지난 10일 '금융분야 개인정보유출 재발방지 종합대책'에서 현오석 부총리가 "징벌적 손해배상제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한 뒤 제도 도입이 급물살을 탔다.
제도 도입 자체에는 여야간의 특별한 이견이 없지만 금융사의 과실을 판단하는 구체적인 기준을 두고는 첨예한 대립이 이어지는 것으로 전해졌다.
◇ 전자금융거래법여야는 보안에 취약한 것으로 알려진 액티브액스 기술을 이용하는 공인인증서 사용을 강제하는 조항을 개정해 고치기로 잠정 합의했다.
그동안 안전을 위해 사용하는 공인인증서는 오히려 해킹에 취약하다는 지적을 받아 왔다. 인터넷익스플로러가 아닌 크롬, 사파리 등 다른 브라우저를 사용할 수 없다는 점도 약점으로 지적됐다.
공인인증서는 한국에서만 사용하기 때문에 외국인들이 국내 인터넷 쇼핑몰에서 물건을 살 수 없다는 문제점도 있다.
법안이 통과되면 그동안 의무적으로 사용해야만 했던 공인인증서를 사용하지 않을 수 있게 된다.
◇ 금융지주회사법
금융지주사와 자회사 간의 무분별한 정보 공유를 금지하는 금융지주회사법 개정안도 4월 국회 처리가 불투명하다.
개정안이 적용되면 업무 목적 이외의 신용정보 공유 시 과징금 부과 처분을 받게 된다.
여야간의 이견이 없는 상태지만 회의조차 열리지 않는 상황이라 계류중이다.
◇ 일괄처리 방식이 발목…올 상반기도 불투명
개정안 처리에 앞서 회의 자체가 열리지 않는 것은 '일괄처리 방침' 때문이다. 여야가 몇몇 법안 내용에 대해서는 사실상 합의를 마쳤음에도 합의가 끝나지 않은 법안 때문에 가로막혀 있다.
금융소비자보호원 설립, 산업은행·정책금융공사 통합 등 굵직한 과제들도 함께 묶여 있는 상황이다.
4월 임시국회가 막바지인데도 뚜렷한 결과가 없자 올 상반기 중 개정안에 대한 합의에 도달하기는 어렵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오는 5월을 기점으로 위원장 변경을 비롯해 소속 의원들의 상임위 이동이 예정돼 있다. 6월에는 지방 선거가 예정돼 있고 상임위 변동에 따른 위원회 구성 작업으로 심도 있는 법률 논의가 사실상 불가능하다.
김용태 의원은 "전체를 한꺼번에 다 처리하는 건 불가능해진 상황"이라며 "법안들을 일괄 타결할지, 쟁점이 없는 법안들만 분리해서 다룰지 등 여러 가능성을 열어두고 논의를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