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9개월만에 최저 1022.5원…대기업 보다 중기 타격 클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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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달러 환율이 급락하며 산업계에 비상이 걸렸다. 수출전선에 악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7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화는 전 거래일 종가보다 7.8원 내린 달러당 1022.5원에 거래를 마쳤다. 종가 기준으로 2008년 8월 7일(1016.5원) 이후 가장 낮아졌다.

    재닛 옐런 미국 연방준비제도 의장이 금융 완화적인 기조를 유지할 것으로 보이면서 달러화는 약세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경상수지 흑자에 따른 지속적인 달러화 유입으로 수출업체들이 달러화 매도 물량을 한꺼번에 쏟아낸 것도 원화 강세를 부추겼다. 경상수지는 지난 3월까지 25개월 연속 흑자를 나타냈고, 무역수지도 지난달까지 27개월째 흑자를 이어가고 있다.

    환율 하락에 따라 자동차와 조선업을 비롯한 국내 수출 업체들이 채산성 부담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이준협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환율이 수출에 미치는 영향이 과거보다 작아진 것은 사실이지만 영향이 없는 것은 아니다"며 "환율이 떨어지면 수출품 가격을 올려야 하는데 가격을 마음대로 인상하기 힘든만큼 채산성이 악화될 수 있다"고 말했다.

    현대·기아차는 올해 원·달러 환율 기준을 1050원으로 설정하고 사업계획을 수립한 상태다. 추가적인 환율 하락에 대비해 24시간 환율 모니터링 체제를 가동하고 과거 결제 비율이 높았던 달러를 줄이고 유로화와 기타 통화를 늘리는 대책도 세웠다.

    조선업계는 선박 한 척당 수주 금액이 많고 수주액을 여러 번에 나눠 받기 때문에 특정 시점의 환율 변동에 민감하다. 지금처럼 환율이 떨어지면 자재값 인상으로 선박 가격이 올라가지만 수주금액은 정해져 있어 업체가 손해를 떠안게 된다.

    각 업체들은 선물환계약 등 환 헤지 조치를 취하고 있지만 앞으로 환율이 더 떨어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어 효과가 제한적일 것으로 보인다.

    전자업계는 비교적 환율 하락에 덜 민감하다. 해외 생산 비중이 높고 달러화 외에 엔화·위안화·유로화 등 결제통화가 다변화돼 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단기적인 대응보다는 근본적인 경쟁력을 강화해 대외 변수에 영향을 받지 않는데 주력하고 있다.

    건설업계의 경우 해외공사가 많아 당장의 영향은 크겠지만 원화 약세가 장기화되면 해외 신규 프로젝트 수주 때 입찰 경쟁력이 약해지는 문제점을 갖고 있다.

    대기업보다 환율 대응 여력이 부족한 중소기업은 더 큰 어려움을 겪게 됐다.

    대기업의 경우 외환위기와 글로벌 금융위기를 거치면서 환율 변동을 경험해 어느 정도 내성이 생겼지만 중소기업은 환율 변동에 대한 대책이 없는 업체가 상당수다.

    중소기업중앙회가 지난해 말 중소수출업체 101개사를 조사한 결과 응답 업체의 68.4%는 특별한 환위험 관리를 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조사에서 중소기업들은 올해 평균 손익분기점 환율을 1달러당 1066.05원, 적정환율을 1120.45원으로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