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월적 지위 규제 법안이 경쟁 막아… 홈쇼핑-소비자-中企 다 손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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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사 제품만 구입 가능한 패밀리 신용카드(인하우스 카드)를 만들고 싶다면 허용이 될까? 3300㎥(1000평)이상의 매장만 있으면 누구나 만들 수 있다. 그런데 홈쇼핑회사는 인하우스 카드를 만들 수 없다. 홈쇼핑에서 보험을 팔고 있기 때문이다. ‘인하우스 카드’와 ‘보험 판매’가 도대체 무슨 상관일까? 신용카드업과 보험업을 동시에 할 수 없다는 낡은 법령의 규제 탓이다.    

    홈쇼핑업계의 '인하우스 카드' 도입이 법률 규제에 막혀있다. 소비자 편익 증대와 중소기업 살리기, 중소기업 수수료 인하 등의 명분이 있지만 보험과 카드를 동시에 영업할 수 없다는 규제에 발이 묶였다.

    16일 홈쇼핑업계에 따르면 홈쇼핑업체들은 홈쇼핑 내부 혹은 특정 브랜드에 한해서만 결제가 가능한 '인하우스 카드'의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인하우스 카드는 평균 2.5% 내외인 카드가맹점수수료를 절감해 그 혜택을 소비자에게 나눠줄 수 있다. 2.5%는 포인트 적립, 연회비 면제, 무이자 할부 시행 등 소비자 편익 증대에 충분한 규모다. 납품 중소기업의 수수료를 인하해 줄 수 있는 여지도 크게 늘어난다.  

    소비자 편익 증대는 구매력 강화로 이어져 중소기업 매출 향상을 통해 '동반 성장'도 이룰 수 있다는 것이 업계의 주장이다. 현재 홈쇼핑 매출의 약 70%를 중소기업들이 차지하고 있다. 

    ◇ 법에서 막힌 홈쇼핑 인하우스 카드

    그러나 홈쇼핑 인하우스 카드는 근본부터 막혀있는 상태다.

    원인은 보험 때문이다. 현행 보험업법은 겸영여신업자가 보험대리점을 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보험업법시행령 제40조 금융기관보험대리점 등의 영업기준에 따르면 신용카드 업자와 달리 겸영여신업자는 보험대리점을 영업할 수 없다.

    즉, 홈쇼핑 업체가 인하우스 카드를 발급하면 겸영여신업자가 되고 보험은 더 이상 판매할 수 없는 것이다.

    홈쇼핑업계는 이러한 규정은 과거에 만든 것으로 현재의 홈쇼핑 업체와는 큰 상관이 없기 때문에 수정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겸영여신업자의 보험대리점 금지 규제는 과거 은행계 겸영카드사업자인 외환카드가 대출과 연계한 우월적 지위(보험 가입 강요, 불공정 모집 행위 등)을 기반으로 영업하는 것을 규제하기 위해 만든 것이다.

    한 홈쇼핑업계 관계자는 "(해당 법은)부수적 카드업무를 수행하는 유통계 겸영여신업자를 염두에 둔 것은 아니다"라며 "금융기관으로서의 성격이 약한 홈쇼핑 업계에 대해서는 보험대리점 자격을 제한할 필요가 없다"고 밝혔다.

    지난 2003년 방카슈랑스 제도 도입으로 보험영업 규제가 완화돼 은행·증권사·상호신용금고 등 금융기관 보험모집을 허용한 반면 단순 결제 기능만을 갖는 유통계 겸영여신업자를 제한하는 것은 형평성 측면에도 문제가 있다는 입장이다.

     
    ◇ 그러면 보험을 버리란 말입니까?

    홈쇼핑 업체와 달리 현대백화점, 한화유통(갤러리아 백화점) 등은 인하우스 카드를 갖고 있다. 롯데백화점은 계열사인 롯데카드를, 신세계백화점은 씨티은행과 제휴카드를 발급해 사용 중이다. 현대백화점 인하우스 카드는 지속적으로 이용하는 고객만 100만명에 달한다. 유통사와 신용카드사의 제휴카드는 허용되어 있지만 이는 유통사보다는 카드사측이 고객 관리의 열쇠를 쥐고 있기에 유통사의 마케팅에 큰 도움이 되질 않는다.  

    홈쇼핑이 인하우스 카드를 도입하는 방법은 사실 간단하다. 보험을 팔지 않으면 해결된다. 인하우스 카드는 자본금 20억원 이상이면 누구나 금융위원회에 등록해 사업할 수 있다.

    문제는 홈쇼핑에서 보험은 이제 뗄래야 뗄 수 없는 관계가 됐다는 것이다.

    홈쇼핑업계 관계자는 "회사에 따라 다르겠지만 홈쇼핑에서 보험의 비중이 매우 커졌다"며 "대부분의 홈쇼핑 기업 매출의 5%, 순이익의 30%까지 보험 판매에서 나온다"고 밝혔다.

    보험업계에서도 홈쇼핑은 든든한 우군이다. 홈쇼핑 보험은 전국 동시 방송으로 도서산간 등 소외지역 보험소비자에게 상품을 소개해줌으로써, 소외된 소비자에게 혜택이 간다는 이점이 있다.

    공급자 입장에서 보아도 대형 보험사와 비교해 영업력이 취약한 중소형 보험사에게 홈쇼핑은 놓칠 수 없는 판매채널이다.


    ◇ 인하우스 카드, 고객들은 환영

    소비자들은 홈쇼핑 인하우스 카드 도입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서비스마케팅학회가 시민 507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대다수(414명, 81.7%)가 홈쇼핑 인하우스 카드 가입 용의가 있다고 답했다. 52.7%(267명)은 타인에게 추천할 의향도 있다고 밝혔다.

    홈쇼핑 인하우스 카드가 합리적인 소비 생활과 소비자 편의에 기여할 것으로 예측하는 응답자는 45.7%(232명)으로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응답자(10.5%, 53명)보다 많았다.

    홈쇼핑 업계 관계자도 "카드 사용으로 인해 과소비 등을 우려할 수도 있으나 이는 인하우스 카드만이 가지는 문제점은 아니다"라며 "특정 업체에서만 이용이 가능한 만큼 무분별한 카드 이용 가능성보다는 전용 카드로 인한 고객 혜택이 더 많을 것"이라고 밝혔다.

     

    ◇ 현재로선 뚜렷한 움직임 없어

    홈쇼핑업계의 바람과는 달리 법률 개정으로 인하우스 카드 도입이 쉽게 이뤄지기는 힘들어 보인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법을 따라야 하기 때문에 현재로서는 홈쇼핑 업체가 자체 카드를 도입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논의를 거쳐서 법 개정 여부가 결정될 것"이라고 밝혔다.

    홈쇼핑업계는 겸영여신업자가 보험대리점을 할 수 있게 하는 개정안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허고운 기자 gowoon@newdail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