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공모 연결 거의 없어…가점 부여 등 필요낙하산 인사 전관예우 차원서 비롯 의혹도
  • ▲ 충북 스마트 미래여성 플라자 아이디어 공모 최우수작.ⓒ국토교통부
    ▲ 충북 스마트 미래여성 플라자 아이디어 공모 최우수작.ⓒ국토교통부


    국토교통부가 기성 건축사 주도의 공공건축설계시장에 신진건축사가 진입할 수 있는 물꼬를 터주려고 추진하는 공공건축 아이디어 공모가 지방자치단체의 외면 속에 신진건축사 사기만 떨어뜨리는 부작용을 낳고 있다.


    공모에서 수상해도 가산점 제도가 없어 후속 설계공모 참여로 이어지는 사례가 거의 없다 보니 변죽만 울리는 일회성 행사에 그친다는 지적이다.


    일각에서는 공모사업이 공교롭게도 국토부 고위 공직자가 관변단체 성격의 대한건설사협회(협회)에 내려간 시기와 맞아떨어져 전관예우 차원에서 시작된 전시성 사업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한다.


    ◇지난해 4건 이어 올 상반기 3건 공모


    국토부는 이달 말까지 대전동명초 효평분교 리모델링 및 관광자원화 사업 등 3개 사업을 대상으로 45세 이하 신진건축사가 참여하는 공공건축 아이디어 공모 참여 신청을 받는다.


    아이디어 공모는 당선자에게 설계권을 주는 일반적인 공모와 달리 사업추진 이전에 디자인 콘셉트 등 사업과 관련한 착안점을 얻기 위해 진행한다.


    국토부는 아이디어 공모를 통해 신진건축사가 기성 건축사 주도의 공공건축설계시장에 진입하는 계기가 마련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국토부는 지자체나 관련 기관과 협의해 지난해 한국수자원공사 대청댐 관리사택 리모델링 등 4건의 아이디어 공모를 추진했고, 올 상반기 3건의 사업을 발굴한 상태다.


    ◇지자체 외면에 후속 설계공모 연결 안 돼…사기 저하만 부채질


    신진건축사 아이디어 공모에 대한 기성 건축사 반응은 협회가 못 하는 일을 국토부가 대신해주고 있다며 긍정적이다.


    세종시 한 중견 건축사는 "세종시만 해도 학교 입찰 등이 많지만, 대형 건축회사가 다 가져간다"며 "협회 임원을 비롯해 원로들은 밥그릇 싸움하느라 후배 건축사 양성에는 무관심한 실정"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아이디어 공모에 참여한 신진건축사들은 공모전이 일회성 행사에 그치고 있다며 아쉬움을 토로한다.


    지난해 공모에 참여해 수상한 건축사 A씨는 "아이디어 공모는 설계권을 주지 않다 보니 상을 받아도 허무하다"며 "학생 신분도 아니고 전문인력인데 일감과 연결되지 않으면 의미가 작다"고 밝혔다.


    아이디어 공모가 설계 수주로 이어지는 사례가 없지는 않다.


    지난해 아이디어 공모에 참여했던 서울 양천구는 목동 보건지소에 대한 공모를 진행한 뒤 최우수상을 받은 팀에 설계권을 주었다. 해당 건물은 내년 2월 완공을 목표로 공사가 한창이다.


    하지만 대부분 공모 프로젝트는 아이디어 공모 설계 따로, 실시설계 공모 따로 진행된다.


    공공건축물을 발주하는 지자체로선 굳이 실력이 검증되지 않은 신예 건축사에게 위험부담을 안고 설계를 맡길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양천구 사례도 실상은 구가 지난해 말까지 관련 예산을 집행해야만 했던 속사정이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양천구 관계자는 "소규모 사업까지 아이디어 공모를 하는 건 의미가 없다"며 "국토부에서 참여를 요청하기에 응했던 것"이라고 귀띔했다.


    국토부는 부처 차원에서 신진건축사 양성에 발 벗고 나서고 있지만, 보조를 맞춰야 할 지자체는 관심이 적어 엇박자를 내는 셈이다.


    A씨는 "아이디어 공모 얼마 후 해당 기관에서 본 공모에 나섰지만, 정작 수상자는 참여 요청은 물론 그런 사실조차 몰랐다"며 "아이디어 공모에서 후속 단계로 이어지는 연결성이 떨어진다"고 아쉬워했다.


    A씨가 참여했던 프로젝트 발주처는 실제 아이디어 공모에서 나온 제안들을 실시설계에 적극 반영한 것으로 확인돼 아쉬움은 더 컸다.


    수상한 신진건축사가 본 공모 참여요청을 받아도 실제 참여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라는 견해도 있다.


    수상작에 대한 가산점 제도가 없는 가운데 설계공모는 초기 참여비용이 적잖아 영세한 신진건축사가 덤벼들기에는 무리가 따른다는 설명이다.


    충남도 종합건설사업소 관계자는 "지난해 350억원 규모 도립도서관 건립을 위해 설계공모를 했고 서울의 S건축사무소가 수주했다"며 "설계공모는 모형 등을 제작해야 하므로 초기 비용과 인력이 갖춰지지 않은 신진건축사는 참여하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초기 비용은 사장될 위험을 감수하고라도 수상한 아이디어에 별도의 가산점을 주지 않는 한 아이디어 공모가 국토부 기대대로 신진건축사의 공공건축설계시장 등용문이 되기는 어렵다는 얘기다.


    한가지 눈여겨볼 대목은 지역공공건축물에 대한 설계공모 때 서울 업체가 지역업체와 컨소시엄을 구성하면 가점을 준다는 점이다.


    국토부가 지자체나 관련 기관과의 적극적인 협약을 통해 아이디어 공모에 참여했던 일정 규모 이하의 사업은 추후 본 공모 때 수상작에 가산점을 줄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나오는 이유다.


    ◇협회보다 적극적인 국토부…전관예우 전시성 사업이란 의혹도


    일각에서는 협회는 잠잠한데 정부가 신진건축사 양성에 팔을 걷어붙이고 나선 것에 의문을 제기한다.


    국토부가 사업을 시작한 시기가 공교롭게도 부처 고위 공직자가 협회에 부임한 때와 연결되기 때문이다.


    국토부는 이 사업을 2012년부터 시행했다. 건축기본법에 따라 2010년 수립한 건축정책기본계획에 신진건축사 육성 관련 내용이 있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국토부는 2년쯤 이 계획을 도외시하다가 2012년 대통령 소속 국가건축정책위원회(위원회)에서 지적이 나오자 사업추진에 나섰다.


    당시 협회에는 국토부 일반직 고위공무원 출신인 K씨가 2011년 임원으로 취임한 상태였다.


    K씨 취임시기와 아이디어 공모 추진 시기에는 시차가 난다. 하지만 K씨는 협회 취임 이듬해 2년 임기의 위원회 자문위원을 맡았다.


    한 중견 건축사는 "국토부 OB인 K씨가 협회에 낙하산으로 내려가고 이듬해 대통령 소속 위원회에서 활동하면서 신진건축사 양성에 대한 지적이 나왔다"며 "협회에서도 무관심한 사업에 정부 부처가 적극 나서는 것을 두고 긍정적인 평가도 있지만, 국토부가 전관예우 차원에서 전시성 사업을 벌였다는 곱지 않은 시선도 있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국토부 관계자는 "(아이디어 공모는) 5년 단위 제1차 건축정책기본계획에 따라 시행하는 것일 뿐"이라며 "이 사업과 관련해 협회에서 특별히 한 건 없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