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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13일 금요일, 해사산업기술과가 있는 정부세종청사 해양수산부 5층은 분위기가 어수선했다.
복도를 지나는 공무원과 해수부를 찾은 방문객들은 "무슨 일이지"를 연발하며 불안한 기색을 드러냈다.
◇3시간여 평형수 관련 비리·특혜 입증 자료 압수…결재라인 조사
이날 오전 8시40분께 한국선급과 해운 관련 비리를 수사하는 부산지검 특별수사본부(본부장 배성범 2차장 검사)는 직원 15명을 보내 해수부를 전격 압수 수색했다.
수사관들은 지난 8일 뇌물수수와 직권남용권리행사 방해 혐의로 구속된 해수부 해사안전국 직원 전모(42·6급)씨의 결재선상에 있는 공무원들이 가진 자료를 3시간여에 걸쳐 확보했다.
특히 선박 평형수 관련 비리를 확인하기 위해 지난해 10월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선박 평형수 관련 국제해사포럼 자료와 같은 시기 전씨가 국책연구기관인 한국해양과학기술원으로부터 받은 선박평형수 정화기술 연구자료를 한국선급에 이메일로 넘긴 경위와 관련한 자료 수집에 초점이 맞춰진 것으로 알려졌다.
해수부는 국제해사포럼에 1억4000만원의 예산을 집행했고 한국선급 등 관련 업체와 기관에서도 이 행사를 후원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씨는 지난해 국제해사포럼의 행사대행 이벤트업체를 선정해주고 한국선급 등 관련 기관과 업체가 행사 후원금을 지원하도록 영향력을 행사한 대가로 이벤트업체 대표로부터 3000만원이 든 통장과 현금카드를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전씨는 선박 평형수 정화기술 연구자료도 한국선급에 이메일로 넘긴 것으로 검찰 조사에서 드러났다.
한국해양과학기술원은 2006년부터 5년간 국비 120억원을 받아 선박 평형수 정화기술을 연구했다.
특별수사본부는 이날 압수한 자료를 분석해 예산이 제대로 집행됐는지와 다른 해수부 공무원이 행사 후원과정에 압력을 행사했는지 등을 확인할 방침이다.
전씨가 선박 평형수 정화기술 자료를 한국선급에 전달하는 과정에서 결재한 공무원들이 추가로 개입했거나 보고를 받았는지도 조사하기로 했다. -
◇개각 발표와 맞물려…곳곳 안도와 탄식의 한숨 교차
이날은 공교롭게도 박근혜 대통령이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을 비롯해 각료 7명을 교체하는 중폭의 개각을 단행한 날이다.
압수수색 소식을 들은 직원들은 해수부 출범 이후 처음 있는 검찰의 압수수색에 장관 교체까지 겹치는 최악의 상황이 벌어질까 노심초사했다.
다행히 이주영 해수부 장관은 유임됐다. 자신이 여러 차례 사의를 표했지만, 세월호 수습이 마무리되지 않은 상황에서 장관을 교체하는 게 유가족을 위해 바람직하지 않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일각에서는 이 장관 유임을 어느 정도 예상했다는 반응이지만, 그럼에도 최종 발표를 기다리며 초조한 심정으로 검찰의 압수수색을 지켜봤다.
해수부 한 관계자는 "현장 유가족들이 당장 장관 교체에 반대 의견을 내놓으면서 해수부는 이번 개각에서 빗겨날 거라는 전망이 있었다"면서 "사고가 수습되면 나중에 원포인트 후속 개각이 있지 않겠느냐"고 귀띔했다.
상당수 직원은 언론보도를 접하기 전까지는 검찰의 압수수색 상황을 잘 알지 못했다.
이동하면서 복도에 늘어선 취재진을 보고 무슨 일인지 어안이 벙벙한 모습이었다. 검찰 관계자를 쫓느라 취재진이 일시에 복도를 이리저리 뛰어다니자 쿵쿵거리는 소리에 놀라 그제야 문을 열어보는 직원도 상당수였다.
하지만 언론보도를 통해 압수수색 상황이 알려지자 직원들은 촉각을 곤두세우며 초조한 기색이 역력했다.
이 장관 유임 소식이 전해졌지만, 직원들은 가라앉은 분위기에 말을 아꼈다.
수산부문 한 관계자는 "일손이 잘 잡히지 않는다. 장관이 유임됐어도 걱정이 많다. 전체적인 분위기가 침체돼 있다"며 "대부분 직원이 서로 눈치만 보며 압수수색에 대한 언급을 피하는 분위기인데 압수수색을 당하는 해사안전국 직원들은 어떻겠냐"고 분위기를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