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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토교통부가 항공기 안전 운항과 관련해 특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지정하는 특수공항(위험공항)의 지정·운영이 주먹구구로 이뤄지고 있다.
국토부가 지정 취지와 대상에 관해 갈피를 못 잡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가운데 항공사가 특수공항 노선에 투입하는 조종사의 운항조건을 어겨도 이를 제재할 제도적 장치가 마련돼 있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국내·외 21곳 특수공항 지정…중국 3곳 추가키로
국토부는 지난달 국내 항공사와 두 차례 회의를 거쳐 국외 공항 3곳을 특수공항으로 신규 지정하는 데 합의했다고 25일 밝혔다.
지정 대상은 중국 장지아제, 다롄, 리지앙공항이다. 이들 공항은 앞으로 하위법령인 운항기술기준 개정을 통해 특수공항으로 추가된다.
특수공항은 국토부 장관이 항공기 안전 운항에 있어 특기사항이 있다고 판단해 지정한다.
공항 주변에 산악지형이나 장애물이 있어 이·착륙 때 항공기 운항에 영향을 주거나 공항시설이 미흡하고 이·착륙에 특별한 주의가 필요할 때 지정된다.현재 정부가 지정한 특수공항은 국내는 김해·포항·원주 등 3곳, 국외는 샌프란시스코, 후쿠오카, 리우데자네이루, 쿤밍 등 18곳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특수공항으로 지정되면 해당 노선에는 안전을 위해 경력이 많은 기장을 투입하도록 요건이 제한되고 항공사는 시각교재 등을 활용해 공항에 대한 사전 연구를 해야 한다"며 "항공사는 다소 부담이 되겠지만, 안전 운항을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결정 방식 불명확하고 대형 항공사 입김 무시 못 해
국토부는 특수공항 지정·해제에 관한 기본 틀을 갖추기 위해 지난 2월 법령을 개정했다.
특수공항 관련 내용은 국적항공사가 취항하는 국·내외 공항의 안전조치 강화를 위해 2001년 처음 지정된 이후 개정안이 마련된 지난해 8월까지 전혀 사후관리가 이뤄지지 않고 방치돼왔다.
개정안은 지정·해제를 위한 평가서 양식을 만들고 2년에 1번 전체 특수공항을 종합 검토한다는 내용이 뼈대다.
하지만 특수공항 지정·해제 결정이 주먹구구로 이뤄지고 있다는 지적을 피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현재 특수공항은 국토부와 항공사가 협의해 결정한다. 일각에서는 항공사 간 의견을 단순 조율하는 수준에 그친다는 지적이다.
의사결정 방식조차 따로 규정된 게 없는 실정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과반수 등 의사결정을 어떻게 한다고 명시된 건 없다"며 "현재로선 거의 만장일치제처럼 운용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는 저비용항공사(LCC)보다 대형 항공사 입김이 셀 수밖에 없는 구조다.
한 LCC 관계자는 "협의라고 하나 단순 의견 수렴에 그치고 대형 항공사가 결정하면 LCC는 따를 수밖에 없다"고 귀띔했다.
항공사마다 특수공항 지정에 관한 처지가 다른 가운데 특정 항공사 이해관계에 따라 자칫 '안전'이라는 배가 산으로 갈 수도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대목이다.
이번 신규 지정 과정에서도 발언권이 센 대형 항공사 2곳이 다롄공항 지정을 놓고 찬반 의견이 엇갈려 1차 합의에 실패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A항공은 신규 지정을 제안했으나 B항공은 특수공항 지정까지는 필요치 않다는 의견을 낸 것으로 전해졌다.
지정 과정에서 대형 항공사 입김을 무시할 수 없다 보니 일각에서는 특수공항 지정이 대형 항공사의 LCC 견제 수단으로 악용될 수 있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LCC는 조종사 수가 적어 특수공항 지정이 늘면 대형 항공사보다 베테랑 조종사 투입에 따른 운항일정 관리에 어려움이 커질 수밖에 없다.
LCC 분담률은 국내선은 2010년 4월 33.8%에서 올 4월 현재 50.0%, 국제선은 1.8%에서 11.2%까지 각각 상승해 이용 비중이 커지고 있다.
LCC 관계자는 "특수공항 지정의 필요성은 인정하는데 대형 항공사보다 국외 노선에 대한 정보력이 취약하다"면서 "지금은 (정부가) 필요할 때 항공사 의견을 듣는 수준인데 정기적인 공식 협의체 구성도 고려할 만하다"고 제안했다.
◇"정부가 특수공항 갈피 못 잡는다" 지적도
특수공항 지정에 있어 정부가 갈피를 못 잡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애초 이번 신규 지정 때 라오스 비엔티안공항도 지정이 검토됐지만, 논의과정에서 제외됐다.
비엔티안공항은 국토부가 지정을 건의했다. 해당 공항이 국제민간항공기구(ICAO)에서 설정한 비행정보구역(FIR)과 가깝다는 이유로 지정을 추진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항공사들은 지정 이유가 항공 안전과 관련이 없다며 반대한 것으로 알려졌다.
익명을 요구한 한 관계자는 "해당 공항은 타이와 라오스 국경 지역과 가깝지만, 국경을 넘었느냐 안 넘었느냐는 절차상의 문제이지 안전상의 문제는 아니라는 반론이 나와 지정되지 않았다"고 전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내부에서 제안이 나왔지만, 항공사는 필요치 않다는 의견이었다"며 "나중에 현지를 답사한 결과 특수공항으로 지정할 필요까지는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해명했다.
◇항공사 운항조건 어겨도 벌칙 조항 없어
항공사가 특수공항 운항조건을 어겼을 때 이를 제재할 구체적인 방법이 없다는 것도 문제다.
관련 법령에는 조종사가 특수공항 노선에 신규 투입될 때 1년 이내에 해당 공항에 착륙한 경험이 있는 교관이 동승하는 등 운항자격 부여와 유지에 관한 내용이 들어 있다.
그러나 특수공항 노선에 경력이 적은 조종사를 투입하다 적발됐을 경우에 대한 벌칙 조항은 빠진 상태다.
국토부 관계자는 "특수공항에 베테랑 조종사를 투입하게 한 운항 제한조건을 위반했을 때 처벌하는 벌칙조항은 따로 없다"고 밝혔다.
또 다른 관계자도 "지금까지 운항조건을 어겨 처벌한 사례는 기억나지 않는다"고 부연했다.
사실상 특수공항 운항조건 위반에 따른 처벌은 항공사의 몫인 셈이다.
항공사의 자체 징계 사례는 찾아보기 어려운 실정이다.
A 대형 항공사 관계자는 "그동안 처벌 사례가 단 한 건도 없다"며 "일정 관리자나 조종사 스스로 특수공항 운항자격을 추적 관리하므로 무자격자가 운항하는 사례는 없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LCC다. 운영 여건상 특수공항에도 경력이 적은 조종사를 보낼 개연성이 대형 항공사보다 크기 때문이다.
대형 항공사 근무 경력의 한 LCC 조종사는 "대형 항공사는 과거 대형사고 경험 등을 통해 안전관리에 철저한 편"이라면서 "안전 의식은 사주의 마인드와 직결된다. 사주가 수익을 중시하면 특수공항에도 경력이 적은 조종사를 보낼 수 있다. 하지만 LCC도 안전을 절대 소홀히 하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