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익단체 넘어 전문가집단 위상 정립 초고령 사회 진입, 국가 통제는 불가피폐쇄집단, 동질적 군중의 한계 벗어나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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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차기 대한의사협회(의협) 회장은 전임 회장의 탄핵으로 보궐선거를 통해 을사년 초입에 선출된다. 최악의 의정 갈등으로 인한 의료대란을 풀고 필수의료 붕괴를 막을 적임자가 의료계 수장의 자리를 차지하길 기대한다. 

    이를 위해 품격을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 포용, 절제, 배려를 핵심 가치로 삼은 리더가 나와야 국민과 환자로부터 신뢰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애초에 일반인과 레벨이 다른 환경에 속해 있는데 의사들이 겪는 억울함만을 강조하는 것은 인정받기 어렵다. 

    총 5명의 의협회장 후보 중 투쟁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이익집단의 대표 역할만 하겠다는 인물이 표심을 얻을 것이다. 다만 이러한 기조를 유지하는 것은 변별력이 없다. 전문가단체의 위상을 세울 견고한 전략을 짜는 것이 중요한데 이 부분이 빠졌다.

    귀스타브 르 봉의 '군중심리'에 대입해보면 폐쇄집단, 동질적 군중을 형성한 의료계는 구성원인 개인보다 월등히 열등하다. 이성적 추론에 영향을 받지 않고 생각들을 대략적으로 짝지은 결과만 이해할 수 있을 뿐이다. 엘리트들도 집단을 이루면 군중의 부정적인 특성이 드러난다.

    수시 합격자 발표가 났고 정시 모집에 들어가 '2025년 의대증원'은 되돌리기 어렵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더 강하게 모집 중단을 요구하는 것이 그것이다. 그렇다고 환자 피해를 줄일 협상 조건은 발동되지 않고 책임론을 전가하는 상황이다. 

    군중 속에서 이익만을 추구하고 본능만을 강조하는 것은 품격을 떨어뜨리는 행위다. 물론 올해 내내 지속된 갈등이 응축된 '처단 포고령'은 선을 한참 넘은 것이지만 여기에 함몰돼 있을 수만은 없다. 이를 뛰어넘는 의료계 지도자가 필요한 셈이다. 

    대한민국은 국민 20%가 65세 이상인 초고령 사회로 진입했고 의료비는 급증은 불가피하다. 초저출산 국가로 생산 가능 인구도 줄어들어 각종 재정, 특히 건강보험 곳간이 위태롭다. '부양비'는 시대의 난제이며 의료행위에도 엄격한 통제가 필요할 것이다. 

    결국 어느 정권이든 필수, 지역의료를 보완하기 위한 의사 수 확충 시도는 계속된다. 저출산고령화 사회에서 건보 제도를 유지하려면 의사라는 직업의 만족도는 줄어들 것이다. 불가항력적 흐름을 인정해야 길이 보인다. 

    의사사회에서 변방이었던 젊은 의사(전공의, 의대생)가 시대의 희생양으로 전환되며 입지가 급상승했다. 자조적 관점에서 '노예'라고 스스로 칭하던 이들의 입장을 대변하는 것이 의협회장의 역할론이 됐으나 정작 미래를 위한 방향성은 누구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특히 의정 갈등에서 빠져나오지 못해 환자에 대한 배려가 상실된 시대가 됐다는 점이 가장 우려스러운 대목이다. 신뢰가 없는 의사-환자와의 관계는 법적 다툼을 발생시키는 원인이 되고 의사가 정책에 반발하는 행위 자체를 '그들만의 리그'로 치부해 공감하지 않을 것이다. 

    지금은 젊은 의사들이 의료현장으로, 학교로 복귀하는 조건을 걸고 타협과 대화, 협상으로 환자 피해를 줄일 출구전략을 모색하는 것이 유일한 방법이다. 비급여-실손 개선, 혼합진료 폐지, 공공의대 설립 등 더 큰 거부감이 형성될 정책이 설계되고 있음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이대로면 사직 전공의는 점차 경쟁력을 잃어가는 일반의의 삶을, 복학이 늦어진 의대생의 피해가 쌓여갈 것이다. 지속가능성을 고려하지 않는다면 의료대란은 장기화할 것이다. 이 어려운 숙제를 합리적으로 해결할 의료계 리더가 필요하다. 투쟁력이 아닌 품격을 갖춘 의협회장 선출이 필요한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