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中企 비중 99%로 높지만 히든챔피언 23개에 불과강소기업 육성 위해 '세제지원'이 절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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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무역의 힘은 바로 세계시장 3위 이내의 기술력을 갖춘 1350개 중소기업들로부터 나온다"

폭스바겐, 지멘스 등의 기업으로 유명한 독일은 2006년 무역 2조달러를 돌파하며 무역대국 1위로서의 위엄을 보여준 바 있다. 이에 독일의 저명한 경영 컨설턴트인 베른 베노어 박사가 "독일 무역의 힘은 바로 중소기업들"이라고 말했을 정도로, 독일 경제는 기술 경쟁력을 갖춘 '히든 챔피언' 기업들이 이끌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우리나라 역시 자동차, 전자기기 등 소비재를 생산하는 대기업들의 역할도 중요하나 '히든 챔피언'들을 보유하는 것이 꼭 필요하다는 시각이 확산돼 가고 있다.

히든챔피언이란 해당 분야에서 세계시장 점유율 1~2위를 다투는 강소(强小)기업을 말하는 것으로, 우리나라는 중소기업이 99%를 차지할 정도로 많지만 히든챔피언은 23개에 불과한 상황이다.

  • ▲ 삼성전자가 10대 강소기업을 선정했다. ⓒ연합뉴스
    ▲ 삼성전자가 10대 강소기업을 선정했다. ⓒ연합뉴스

  • ◇ 대기업 '동반성장', 강소기업 키운다

    지난 4월 전국경제인연합회와 동반성장위원회가 30대 그룹의 세부 지원 전략을 담은 '경제계의 2014년 동반성장 실천계획과 추진전략'을 발표했다. 발표에는 올해 30대 그룹이 협력사에 1조7000억원을 지원한다는 계획도 포함돼 있었다. 이는 4년 전인 2010년보다 1.9배 늘어난 금액이었다. 

    이날 30대 그룹이 발표한 동반성장 추진 전략의 핵심 키워드는 '글로벌 강소기업·창조적 파트너 육성'이었다. 대기업들이 하나되어 중소기업을 강소기업으로, 나아가 글로벌 기업으로 육성하는데 힘쓸 것을 약속한 것이다. 

    히든 챔피언이 많을수록 한국의 대기업에게도 도움이 된다고 전문가들도 입을 모으는 것처럼 대기업들도 강소기업에 관심을 기울이는 모습이다.

    이에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기업 삼성전자, 현대·기아차, LG전자, 롯데마트 등 대기업은 각 기업이 가진 철학을 바탕으로 강소기업 육성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지난해 삼성전자는 글로벌 강소기업으로 '심텍'을 선정, 기업이 경영위기를 맞은 상황에서 회복의 기회를 제공했다. 육성 프로그램을 통해 심텍은 삼성전자와 스마트폰 부품을 공동 개발, 이를 통해 매출 300억원이 증가하는 성과를 거두는 새로운 도약을 하게 됐다.

    롯데마트 역시 사내 동반성장위원회를 출범시키는 등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는 곳 중 하나다. 

    롯데마트는 중소기업의 판로개척을 위해 롯데마트 브랜드를 부착한 일명 PB(private brand)상품을 공동 개발, 중소기업 브랜드를 제품에 공동 명기하는 MPB(Manufacturing private brand) 상품을 개발하는 방법으로 중소기업 지원 프로그램을 진행 중이다. 이에 롯데마트는 2년 연속 동반위 지수평가에서 '우수' 평가를 받고 있기도 하다.

  • ▲ 박근혜 대통령은 독일을 방문해 '강소기업 육성'을 강조했다. ⓒ연합뉴스
    ▲ 박근혜 대통령은 독일을 방문해 '강소기업 육성'을 강조했다. ⓒ연합뉴스

  • ◇ 중소기업을 강소기업으로…정부의 '세제지원'이 절실

    우리나라 중소기업인들은 독일에 비해 까다로운 기업 경영 환경이 히든 챔피언으로 성장하기 어려운 원인이라고 말한다. 

    대한상공회의소 조사 결과, 중소기업에서 중견기업으로 성장한 기업들 가운데 절반 이상이 우리나라에서 보완돼야 할 정책으로 '세제지원'을 꼽은 것으로 나타난 것이다. 그 외에는 '판로개척' '자금조달' 'R&D' '인력확보' 등이 있었다.

    우리나라는 상속세율이 50%로 OECD 국과 중 최고 수준인데에 더불어 공제 요건도 까다롭다. 가업 상속공제율이 최대 100%에 달하는 독일과는 상반된다.

    대한상의 역시 "국내 가업승계 지원 요건이 영국과 독일, 일본 등 선진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불리하다"고 지적한 바 있다. 가업승계를 어렵게 하고 있는 현행 세제지원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했다.

    그러던 와중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3월 독일 베를린에서의 마지막 일정으로 지멘스 가스터빈 공장을 방문해 "앞으로 히든 챔피언들을 어떻게 하면 많이 만들어 낼 수 있을까 연구하고 방안을 만들어나갈 것"이라며 '히든 챔피언' 전략, 즉 강소기업 육성을 강조하고 나섰다. 

    박 대통령의 발언으로 인해 강소기업에 대한 관심이 더욱 높아지면서 정부는 7월까지 한국형 히든챔피언 육성 정책을 마련하기로 했다. 

    기획재정부도 지난 5월 '규제개선 중심의 투자활성화 대책'을 발표, '가업상속 공제요건을 합리적으로 완화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중소기업계는 아직 피부로 와 닿는 변화는 없으나 "늦었지만 다행"이라는 분위기다. 그러면서 업계는 중소기업인들이 체감할 수 있는 정책을 기대한다는 목소리가 높이고 있다.

    한상린 한양대 경영학부 교수는 "수출 강소 기업을 육성하기 위해서는 대기업 유통채널과 시장정보를 중소기업들이 활용하고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정부가 역할을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