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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어기 한·일 어업협상이 애초 예상보다 늦어져 일러야 이달 말께나 재개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협상 최대 쟁점으로 일본이 요구하는 199톤급 고등어잡이용 어선의 우리 수역 영구 조업 허용에 대해 우리 정부는 시험조업을 2척 늘려주는 방안을 실무진 선에서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日, 中·臺 어업협상과 맞물려 '눈치전'…일러야 이달 말쯤
2014어기 한·일 어업협상은 6월30일 결렬돼 7월부터 우리나라 어선은 일본 배타적 경제수역(EEZ) 내 조업이 금지됐다.
우리 측은 양국 어민이 중단없이 조업할 수 있게 2013년 어기에 준하는 잠정조업 시행을 제안했지만, 일본 측은 이를 거부했다.
애초 협상은 7월 말이나 8월 초 재개될 것으로 전망됐다. 고등어·갈치 등 어장이 주로 6~7월께는 일본 EEZ에서 형성되고 8월 중순 이후 우리 수역으로 북상하기 때문이다.
일본 농수산대신이 서일본 출신이라 어업에 관심이 많아 어업협상 강도가 예년보다 셀 수 있다는 우려가 있지만, 그만큼 일본 내 어민들로부터 협상 재개에 대한 압박도 많이 받을 것으로 예상됐다.
그럼에도 양국 어업협상이 예상보다 늦어지는 것은 일본이 중국, 대만과도 거의 동시에 어업협상을 벌이고 있어서다.
해수부 관계자는 "어업협상에는 일본 수산청 자원관리과장 등이 참석하는데 중국, 대만과의 어업협상이 진행되고 있어 (한·일 어업협상) 일정을 잡는 데 어려움이 있다"고 설명했다.
중국, 대만과의 협상이 녹록지 않다는 점도 우리나라와의 조속한 협상 재개에 걸림돌로 작용한다.
일본은 중국과는 동중국해 불법어업으로 갈등을 빚고 있고 대만과는 센카쿠 열도 조업구역과 관련해 오키나와 어민들의 내부 반발에 부딪혀 있는 상태다.
해수부 관계자는 "일본과 대만은 국교가 단절돼 정부는 뒤로 빠지고 민간 차원에서 협상이 이뤄진다"며 "오키나와 어민들이 전통적인 조업구역인 센카쿠 열도 지역을 대만에 제공하는 것에 반대하고 있어 협상이 쉽지 않아 보인다"고 부연했다.
우리 정부가 먼저 적극적으로 협상 재개를 요청하는 것도 현재로선 전략적 측면에서 고려하지 않는 분위기다. 협상 테이블로 상대를 불러들일 때 내 쪽에서 몸이 달아있다고 알려줄 필요가 없고 주고받기가 기본인 협상에서 상대의 요구조건을 먼저 수용하겠다는 뜻으로 비칠 수 있기 때문이다.
해수부 관계자는 "일본 내에서는 연중 일본 수역에서 한국 어민이 가져가는 이익(어획량)이 더 많은 만큼 한국이 먼저 협상을 제안하지 않겠느냐는 분석이 있다"며 "연간 어획량 전체를 놓고 보면 그런 분석이 맞지만, 월별 유형을 보면 하반기에는 반대로 우리 수역에서 일본 어민이 가져가는 이익이 더 많다"고 말했다.
어장 북상과 맞물려 협상 국면은 우리에게 유리하게 흘러간다는 얘기로, 협상이 다음 달로 늦춰질 가능성도 읽혀지는 대목이다.
한·일 양국은 회의 개최 장소를 놓고도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어업공동위원회를 주재하는 쪽에서 의장을 맡으므로 협상에서 조금이라도 유리한 고지에 서려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위원회 개최가 홈 앤드 어웨이 방식이고 지난해 위원회가 일본에서 열린 만큼 우리나라에서 회의를 열어야 한다는 태도다.
일본은 1~3차 소위원회와 고위급 관계자 회의가 모두 한국에서 열렸으니 이번 재협상 회의는 자국에서 개최하겠다는 입장이다.
◇정부 "199톤급 어선 시험조업만 3+2 허용 검토"
이번 어업협상에서 일본의 무리한 요구로 쟁점화된 199톤급 고등어잡이용 어선의 우리 수역 영구 조업 허용에 대해 우리 정부는 원칙적으로 안 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국내 선망어선의 총톤수 규모를 140톤 미만으로 제한하는 상황에서 일본어선에 대해 국내법을 개정하면서까지 특혜를 줄 순 없다는 태도다.
다만 협상의 묘미를 살리기 위해 기존에 우리 수역에서 시험 조업하고 있는 199톤급 어선을 3척에서 5척으로 2척 더 늘려주는 방안을 실무적으로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은 고등어를 잡는 135톤급 선망어선 32통(165척) 중 5척을 199톤급으로 증톤해 보유하고 있다. 현재 일본이 보유한 199톤급 어선 전부를 대상으로 우리 수역에서 시험조업을 허가하겠다는 구상인 셈이다.
해수부 관계자는 "우리 어선이 일본 수역에서 잡는 갈치 할당량을 늘리거나 연승어업 조업조건을 완화려면 반대급부가 있어야 한다"고 귀띔했다.
그는 "일본은 앞으로 199톤급으로 건조할 27척에 대해서도 우리 수역에서의 영구적인 조업을 요구하고 있다"며 "일본이 이런 입장을 고수한다면 협상이 재개돼도 난항이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일본이 출혈을 감수하고라도 어장이 다시 남하하는 내년 초까지 버티기 전략을 구사한다면 협상이 2012년 때처럼 장기화할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협상이 길어지면 피해는 고스란히 어민들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다.
이에 대해 해수부 관계자는 "정부 간 협상에서 어민들의 지지가 없으면 어렵다"며 "(선망어선조합이나 연승어업협회 등은) 올 한 해 손해를 보더라도 앞으로 20~30년 이익을 보는 게 낫다는 의견"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