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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갈수록 팍팍한 가계 살림살이의 원인이 드러났다.

     

    물가오름을 반영한 실질임금이 6년째 제자리 걸음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고용뿐만 아니라 임금 인상조차 없는 이른바 '貧성장'의 덫이다.


    한국은행과 통계청,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지난 1분기 5인 이상 사업체 근로자의 실질임금은 월 평균 299만4000원으로 직전인 지난해 4분기 299만5000원과 차이가 없었다.

     

    2011년 4분기 -2.4% 이후 9개 분기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이런 상황이 계속 될 경우에 올해 실질임금 증가율이 1%대로 떨어질 가능성도 보인다.


    거슬러 올라가면 실질임금의 정체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부터 시작됐다.

     

    한국금융연구원의 집계 결과 2008년 -0.2%로 떨어진 실질임금 증가율은 2009년과 2010년 각각 -0.1%, 3.7%였고, 2011년과 2012년에는 -2.9%, 3.1%였으며, 지난해에는 2.5%로 조사됐다.

     

    2008년 1/4분기 300.7만원으로 정점을 찍은 뒤 좀체 이전 수준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쓰임새는 갈수록 커지지만 6년째 월급은 딱 물가가 오른 만큼만 인상되는데 그쳤다.


    우리경제에서 이처럼 오랜동안 실질임금 인상률이 정체상태에 빠져있는 것은 사상 초유의 일이다.

     

    물론 과거에도 실질임금 정체는 있었다. 외환위기 직후 연속 하락하기도 했지만 불과 2년 반 뒤 위기 이전의 왕성한 증가를 보였다. 여기에 비해 금융위기 이후에는 전혀 개선되지 않고 있다.

     

  • ▲ ⓒ출처=비주얼다이브
    ▲ ⓒ출처=비주얼다이브


    문제는 여기에서 기인한다.

     

    우리나라 가계 본원소득의 73%를 차지할 정도로 절대적인 임금과 급여가 오르지 않고 저금리시대로 바뀌면서 이자소득마저 줄어 들었다.

     

    자영업 부문의 영업익도 정체되고 배당소득의 성장 역시 멈춤을 보이면서 전체 가계의 가처분소득이 크게 줄고 있는 것이다.

     

    자연스레 소비여력을 기대할 수 없다보니 내수침체를 불렀고 저성장의 주요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임금없는 성장'이 지속되면 현 한국 경제의 뇌관이라고 할 수 있는 가계부채와 노인 양극화 및 빈곤화 우려는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특히 1000조가 넘는 가계부채가 이미 상당 기간 누적되어 있다 보니 원금 상환이 아닌 이자 지급에 급급한 수준이었고 여기에 실질임금 성장 마저 정체되면서 가계는 빚을 갚을 능력 마저 상실하고 있다.


    LG경제연구원은 최근 '고용 없는 저성장의 경고등'이란 보고서에서 "실질임금상승률은 2000년대 4%를 넘었지만 노동공급이 늘며 2011년 이후 상승률이 평균 1% 미만으로 떨어졌다"며 "이 상태가 지속될 경우 한국경제는 저성장의 덫에서 헤어나지 못할 것"이라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