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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페라 '로미오와 줄리엣'은 그 어떤 작품보다도 셰익스피어의 원작에 충실한 작품입니다. 그 누구보다 순수하고 그 누구보다 강렬한 두 어린 연인의 이야기는 희노애락이 공존하는 최고의 드라마죠. 프랑스 그랜드 오페라 특유의 화려하고 아름다운 무대로 관객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올해 셰익스피어 탄생 450주년을 맞아 국립오페라단이 야심차게 선보이는 오페라 '로미오와 줄리엣'의 주역 테너 김동원과 소프라노 손지혜를 만났다.
김동원과 손지혜는 그간 굵직굵직한 오페라 무대에 주역으로 서며 탄탄한 실력을 입증해왔다. 하지만 오페라 '로미오와 줄리엣' 공연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래서인지 이번 공연에 임하는 각오는 특별하고 남달랐다.
테너 김동원은 "5년 전 부천에서 오페라 '로미오와 줄리엣' 무대에 오를뻔한 적이 있었는데 당시 신종 인플루엔자로 인해 모든 공연이 취소 됐다"면서 "당시 로미오에 대한 갈망이 강하게 남아있었는데 이번에 좋은 기회가 주어져 영광스럽고 행복하다"는 소감을 전했다.
소프라노 손지혜는 "줄리엣 역은 모든 소프라노들의 로망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만큼 매력적인 역할"이라면서 "그 간 보여드렸던 '라 트라비아타'의 비올레타 역이나 '피가로의 결혼'의 수잔나 역과는 또 색다른 캐릭터를 보여줄 수 있게 돼 기쁘다"고 말했다. 내년에는 오페라 '카풀레티가와 몬테키가'에서 다시 한 번 줄리엣 역으로 독일 무대에 선다. -
로미오 역을 맡은 테너 김동원은 사랑에 갓 빠진 순수한 청년 로미오 역에 흠뻑 빠져있었다.
"로미오는 자신의 감정에 100% 솔직한 매력적인 캐릭터죠. 10대이기 때문에 조금도 감정을 억누르지 않고 표현에 충실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사랑, 행복, 분노, 죽음에 이르는 다양한 감정을 내보일때 로미오는 단 한순간도 이를 억누르거나 제어하지 않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로미오를 연기하는 저도 마치 10대 때의 그 순수한 시절로 돌아간 것 같은 느낌이 들어요. 관객분들도 잃어버린 내면의 순수성을 발견하실 수 있을거라고 생각합니다."
감정에 충실한 로미오역은 다양한 캐릭터를 소화해내는 능력이 필수적이다. 다른 오페라 캐릭터에 비해 로미오는 상당히 감정의 기복이 심하기 때문이다. 아주 서정적인 미성에서부터 드라마틱하고 카리스마 넘치는 표현까지 모두 아우를 수 있는 테너만이 로미오 역을 제대로 보여줄 수 있다. 그런 면에서 테너 김동원은 이번 무대를 통해 지금까지 보여주지 못했던 다양한 색깔을 마음껏 펼쳐보이고 싶다고 말한다.
"사랑에 빠져 달콤함을 속삭이다가 복수를 다짐하며 날 선 노래를 부르기도 하죠. 끝에 가서는 비극적인 죽음 앞에서 극한의 슬픔을 연기해야 합니다. 감정의 기복이 심한 캐릭터인만큼 체력적 소모도 어마어마하죠. 끝까지 완벽하게 연습해 관객들에게 제가 느낀 로미오를 그대로 보여드리고 싶습니다."
'줄리엣' 하면 대부분 가냘프고 어여쁜 미소녀만을 떠올린다. 그러나 셰익스피어의 원작 속 '줄리엣'은 사랑 앞에서 상당히 직설적이고 적극적인 소녀다. 당돌하게까지 느껴지는 '줄리엣'을 연기하게 된 소프라노 손지혜는 관객들에게 새로운 '줄리엣' 캐릭터를 보여줄 생각에 설렌다고 말했다.
"저도 작품 분석을 제대로 하기 전에는 줄리엣을 그저 가녀리고 연약한 여성으로 생각했어요. 그런데 정작 로미오와의 관계를 적극적으로 주도해나가는 건 줄리엣이죠. 로미오에게 "날 사랑하나요. 나와 결혼하고 싶나요?"라는 질문을 던질만큼 줄리엣은 당찬 여자에요. 일반 대중들의 고정관념 속 '줄리엣'의 이미지를 완전히 깰 수 있는 공연이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손지혜는 "줄리엣이 청순한 10대 소녀에서, 사랑에 눈 뜨고 난 뒤 성숙한 여인으로 변해가는 모습에 초점을 맞춰 공연을 즐기면 색다른 감동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
김동원과 손지혜는 오페라 '로미오와 줄리엣' 속 주옥같은 음악에 대해서도 극찬했다.
김동원은 "로미오와 줄리엣에 나오는 모든 곡들이 아름답지만, 그 중에서도 로미오와 줄리엣이 처음 만나 서로 첫 눈에 반하게 되면서 부르는 이중창 '사랑스러운 천사여'는 프랑스 오페라 낭만파의 진수를 보여주는 곡이라고 생각해요. 첫사랑의 설렘과 아련함을 떠올리게 해주는 그런 곡이죠."라고 말했다.
손지혜는 "오페라 배우가 아름다운 곡을 연주하는 것은 정말 행복한 일이죠. 그런 점에서 오페라 '로미오와 줄리엣'은 정말 사랑스럽고 아름다운 곡들로 가득찬 오페라입니다. 노래를 부르면서도 이렇게 아름다운 노래를 부르고 있다는 게 행복할 정도니까요."라고 말했다.
그 중에서도 손지혜는 줄리엣이 잠드는 약을 먹기 전 부르는 '독약의 아리아'와 대중적으로 가장 유명한 곡인 '줄리엣의 왈츠'를 가장 좋아하는 곡으로 꼽았다. '로미오와 줄리엣'은 주역들이 극의 70~80% 가까이 등장하는 만큼 이중창이 4곡 등장한다. 이들의 아름다운 이중창을 듣는 것만으로도 오페라 '로미오와 줄리엣'은 큰 기쁨을 선사한다.
테너 김동원은 "로미오와 줄리엣의 매력적인 캐릭터와 아름다운 음악 선율에 못지 않게 이 작품이 내포하고 있는 의미도 상당히 감동적"이라면서 "정조있고 순수한 사랑을 넘어 죽음도 두려워하지 않는 사랑을 보여주고, 이들의 희생으로 인해 두 가문의 평화가 찾아오게 되는 메시지도 큰 감동을 준다"고 설명했다.
마지막으로 테너 김동원은 "무대에 서면서 항상 최선을 다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만, 이번 작품은 제게 특별한 의미가 있는만큼 정말 최선을 다했다"면서 "세계적인 성악가들과 견주어도 실력으로는 뒤지지 않는다고 자신한다. 그만큼 최선을 다해 준비한 무대인만큼 많은 관객분들이 응원해 주시고 공연을 즐겨주시기를 바란다"는 바람을 전했다.
이들의 진심이 오페라 '로미오와 줄리엣' 무대에서 오롯이 관객에게 전달되기를 기대한다.
오페라 '로미오와 줄리엣'은 올해 셰익스피어 탄생 450주년을 맞아 선보이는 작품으로 국립오페라단이 지난 1986년 한불수교 100주년을 기념해 공연한 이후 28년 만에 다시 무대에 올린다. 10편이 넘는 ‘로미오와 줄리엣’ 오페라 중 프랑스 작곡가 샤를 구노의 작품으로 공연된다.
이번 공연은 국립오페라단이 그간 상당히 공을 들인만큼 세계 정상급 아티스트들과 제작진이 참여한다. 오페라 연출계의 거장 엘라이저 모신스키와 뮤지컬 ‘라이언 킹’으로 잘 알려진 무대 디자이너 리처드 허드슨, 지휘자 줄리안 코바체프, 안무가 테리 존 베이츠, 무술감독 나탈리 데이킨 등이 참여한다.
다른 한 쌍의 로미오와 줄리엣 역에는 테너 프란체스코 데무로와 소프라노 이리나 룽구가 출연한다. 오페라 로미오와 줄리엣은 오는 10월 2일부터 5일까지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공연된다.
테너 김동원은 중앙대 음대 성악과를 졸업하고 유럽으로 건너가 독일에서 주로 활동해 왔으며 지난 2012년 국립오페라단 50주년 기념 오페라 '라보엠'의 로돌포 역으로 국내 무대에 복귀했다. 현재 한국과 일본 등 아시아를 중심으로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지난 2003년 스페인 바르셀로나 비냐스 콩쿨 특별상 수상을 시작으로 독일·크로아티아·루마니아·이탈리아 등의 권위있는 국제 콩쿨에서 우승 및 입상했다. 독일 프라이부르크시립극장 오페라단, 카셀국립극장 오페라단 등에서 전속주역가수로도 활동했으며 세계적인 오페라전문잡지 ‘오펀벨트’에서 요나스 카우프만, 후안 디에고 플로레스 등 오페라스타들과 함께 2008년 무대를 빛낸 ‘올해의 가수’로 선정된 바 있는 실력파 테너다.
소프라노 손지혜는 예원학교, 서울예술고등학교를 거쳐 서울대학교 재학 중 중앙콩쿨 1위에 입상했으며 지난 2005년 이태리 밀라노 베르디 음악원을 수석 졸업하고 이태리 로마 산타 체칠리아 아카데미와 미국 뉴욕 음악원에서 레나타 스코토의 성악 전문과정, 이태리 모데나에서 세계적인 성악가 미렐라 프레니의 지도하에 오페라 전문과정을 마치고 독일 드레스덴 음악학교 최고 연주자 과정에서 올라프 베어의 사사를 받았다.
또한 스페인 바르셀로나 비냐스 국제 성악콩쿨2위, 뮌헨 ARD콩쿨 2위, 이태리 밀라노 아싸미콩쿨 1위 등 권위 있는 국제콩쿨에 다수 입상했으며 오페라 '라보엠', '양치기 임금님', '피가로의 결혼'에서 수잔나, '사랑의 묘약'의 아디나, '라 트라비아타'의 비올렛타, '리골렛토' 의 질다 등 국내외에서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내년에는 독일 파싸우에서 '카풀레티가와 몬테키가'의 줄리엣 역으로 무대에 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