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련 수혜주와 피해주 업종 희비…추가하락 가능성 놓고 의견 '분분'
  • ▲ 국제 유가 추이 ⓒ 하이투자증권 리서치센터
    ▲ 국제 유가 추이 ⓒ 하이투자증권 리서치센터

국제 유가가 글로벌 경제 둔화와 원유 공급 과잉 우려로 최근 2주일 사이 15%가량 급락하면서 최저치를 기록했다. 이에 추가 하락 가능성을 두고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분분한 가운데 현 상태에서는 국내 경기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됐다. 또 이 같은 추세에 희비가 갈리는 종목들이 속속 나타났다.

◇국제 유가 추가하락 가능성, 있다? 없다?

16일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이날(현지시간 15일) 뉴욕상품거래소(NYMEX)에서 거래된 11월물 인도분 서부텍사스산 원유(WTI) 선물은 전일대비 배럴당 0.06달러 떨어진 81.78달러를 기록했다. 이는 2012년 6월28일 이후 최저치다.

앞서 WTI 선물가격은 전날 국제에너지기구(IEA)의 세계 원유 수요 전망치 하향 조정으로 인해 4%대 급락했다. IEA는 전날 월간보고서를 통해 올해 전 세계 원유 수요 전망치를 종전 하루 90만배럴 증가에서 70만배럴 증가로 하향 조정했다. 또 원유 공급은 하루 91만배럴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런던 ICE의 북해산 브렌트유(Brent)는 전일보다 1.26달러 내린 83.78달러에 마감됐다. 이 역시 2010년 11월23일 이후 최저점을 찍었다.

국내 원유 수입 대부분을 차지하는 두바이유(Dubai) 현물은 전일대비 3.11달러 하락한 84.23달러에 거래됐다.

연일 최저점을 찍는 유가에 대해 추가적인 하락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경제지표가 좋지 않아 원유에 대한 수요는 꾸준히 줄고 있는 데다가 미국의 셰일(Shail) 붐으로 원유의 생산이 급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글로벌 경기 둔화에 따른 원유 수요 둔화와 미국 내 셰일 오일 생산 확대 등을 감안할 때 유가의 추가 하락 가능성은 높다"며 "특히 유가가 70달러 수준대에서 안착할 여지가 높다"고 말했다.

반면 이충재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추가 하락 가능성을 낮게 봤다. OPEC 회원국들의 생산 원가가 평균 90달러인데 이들이 적자를 보면서까지 원유 생산을 확대할 이유가 없다는 주장이다.

대신 단기적으로 원유 생산을 두고 OEC회원국과 non-OPEC의 '힘겨루기'로 진단했다. 유가가 현재 상황에서 더 떨어질 경우 OPEC회원국들은 재정 적자 확대에 그치지만 미국 셰일과 심해 유전, Oil Sands에서 석유를 생산하는 민간 E&P 업체들은 영업손실 확대, 현금흐름 악화로 이어지게 된다는 분석이다.

이 연구원은 "세계 석유 수급을 고려할 때 유가의 추가 하락 가능성은 낮다고 본다"며 "OPEC 회원국 간의 공급량 확대 경쟁이 시작된 것이 아니라, 오히려 OPEC의 민간 E&P업체에 대한 '실질적 체력 테스트'가 시작된 것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유가 급락에 따른 국내외 경기는 '맑음'

그러나 이 같은 유가 하락이 국내 경기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란 전망에는 전문가들이 입을 모았다.

이철희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국제유가 전문가인 해밀턴에 의하면, 국제유가가 10% 하락하면 미국 GDP는 0.2%p 증가하고 CPI는 1.0%p 하락한다"며 "또 산업연구원은 국제유가 10% 하락은 국내경제에 2년 간에 걸쳐 GDP를 0.3%, GDI를 0.5% 증가시킨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특히 유가하락이 한국에 주는 영향은 OECD 국가 가운데 유가하락에 따른 교역조건 개선의 소득증대 효과가 가장 크게 나타나는 등 체감경기와 밀접한 GDI에 상당한 영향을 주게 된다"고 덧붙였다.

박 연구원도 이러한 유가 하락세는 시차를 두고 글로벌 경기와 국내 경기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했다. 시차를 두고 글로벌 경기에 또 다른 경기부양책과 같은 효과를 발휘하면서 소비심리 개선에 일조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그는 "미국내 가솔린 가격이 갤론당 3달러 초반대로 하락했고, 2달러 수준 진입을 배제할 수 없어 미국내 소비심리 개선에 일조할 것"이라며 "제조업이 강한 유럽 역시 유가 흐름과 높은 상관관계를 지니고 있어 내년 초 이후 유럽 제조업 경기회복에 기여할 공산이 높다"고 말했다.

또 국내 경기에 대해서는 "국내 역시 유가 하락이 산업생산 및 소비경기에 시차를 두고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했다.

◇저유가 시대 최대 수혜주는 항공株…정유株는 울상

저유가 수혜가 기대되는 종목은 항공주가 꼽혔다. 항공주는 항공유가 원가의 20~30%에 달하기 때문이다.

하준영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유가가 배럴당 1달러 하락할 때마다 대한항공은 약 348억원의 유류비 절감효과가 발생한다"며 "현재와 같은 유가 하락추세는 내년에도 이어질 것으로 전망돼 내년에는 항공업체에 유리한 시장환경이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이와 함께 한국전력 등 유틸리티주도 급부상했다. 한국전력은 원료 구입비 절감으로 최대 수혜주로 떠올랐다.

반면 정유업종은 최대 피해주로 지목된다. 3개월 주기로 원유를 구입해 쌓아놓는데 유가가 추세적으로 하락하면 매 분기마다 재고 평가손이 발생해 어닝 쇼크가 불가피하다. 국내 대표 정유업체인 SK이노베이션은 지난 2분기 이미 영업적자로 502억원을 기록하며 적자전환했다.

곽진희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유가하락 피해주로 지목된 업종들은 유가 상승을 기본 전제로 한 경제성을 기대하며 사업에 투자해 왔기 때문에 이들 산업의 성장 속도가 늦춰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