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맨' 외길 30년… 보험경력 없어 전문성 논란가장 먼저 노조와 소통… 파격행보 논란 잠재울까
  • ▲ 김옥찬 신임 서울보증보험 사장 ⓒ 서울보증보험 제공
    ▲ 김옥찬 신임 서울보증보험 사장 ⓒ 서울보증보험 제공
    김옥찬 전 국민은행 부행장이 SGI서울보증보험의 새로운 수장으로 내정됐다.

김옥찬 사장은 금융권에서 30년 이상 근무해 온 금융 전문가로 평가받는 인물이다. 그러나 보험업계 근무 경력이 전무한 탓에 '전문성 논란'에 시달려 왔다.

그런 그가 사장 직에 취임하자마자 노조를 만나 자신의 경영철학을 설명하는 등 파격 행보를 보이고 있다. 이 같은 그의 홍보가 전문성 논란을 씻어낼 수 있을지 금융권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 30년 외길 은행인, 보험사 사장으로

서울보증 대표이사 후보추천위원회는 지난 27일 6명의 후보자를 대상으로 면접을 진행한 뒤 김옥찬 후보를 사장 단수후보로 결정했다. 다음 날인 28일, 서울보증은 임시주주총회를 열고 그를 사장으로 선임했다. 김 사장은 오는 2017년까지 3년 임기의 사장으로 근무한다.

김옥찬 신임 사장은 서울대사대부고와 연세대 법학과를 졸업한 뒤 1982년 국민은행에 입행했다. 그 후 재무관리본부장과 부행장을 거쳐 2013년 행장대행의 자리까지 올랐다. 그렇게 되기까지 30년 이상 은행 외길을 걸어온 인물이다. 재무관리본부장 등을 거친 경력 덕분에 그는 기획 및 리스크관리 등에 능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국민은행 내부에서의 평판도 좋았던 것으로 평가받는다. 그는 최근 진행된 KB금융 회장 선출에서 1차 후보군에 포함되기도 했다. 후보군 중 유일한 '정통 KB맨'이었던 그는 내부 구성원들의 환영을 받았다. '누가 회장으로 선출되든 리더로 인정할 수 없다'고 날을 세우던 KB국민은행노조(제3노조) 조차도 그에 대해서는 호의적으로 평가할 정도였다.

하지만 보험업 경력이 없다는 점이 그의 발목을 잡았다. 금융업에 30년 이상 종사하긴 했지만, 그 30년 경력 중 보험은 포함되지 않았던 것.

일각에선 "공모 전부터 내정설이 돌고 있다"는 소문마저 돌았다. KB금융 회장 후보에서 자진 사퇴한 것도 "불확실한 KB금융 회장보다는 확실한 서울보증 사장 직에 올인하기 위한 것"이라는 루머마저 돌 정도였다. 이런 이유로 그를 둘러싸고 관치인사가 아니냐는 논란도 불거질 수 있는 상황이었다.

◇ "번갯불에 콩 볶는 듯… 선출 과정 못 미더워"

이런 논란은 서울보증보험노조를 중심으로 그 목소리가 더욱 커져가고 있었다. 노조가 사장추천위원회의 '밀실인사' 의혹을 제기하고 나선 것이다.

지난 27일 실시된 사장 후보 면접은 단 하루만에, 각 후보 당 20~25분의 짧은 시간 동안 진행됐다. 사추위는 외부압력이나 청탁을 근절해 공정성을 확보하기 위한 것이라는 입장을 전했다.

하지만 노조는 "밀실인사를 위한 포석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면접 외의 다른 검증 절차가 없는데, 그 면접 조차 지나치게 짧다는 이유였다.

밀실인사 외에 전문성 논란도 불거졌다. 익명을 요구한 금융권 한 관계자는 "국민은행에서 아무리 능력과 실력을 인정받았다 해도 보험 쪽에 문외한인 그가 보험사 CEO로 적합한지 확신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 파격 행보, '관치'·'전문성' 논란 잠재울까

노조는 27일에 이어 28일에도 김 신임 사장을 저지하기 위한 대응을 실시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노조의 이 같은 계획은 보류됐다. 차기 대표이사로 내정된 직후 김 사장의 파격 행보 때문이다.
 
내정 직후 그는 서울보증 노조를 직접 방문 김영록 노조위원장과 면담에 나섰다. 이 같은 행보는 서울보증 창립이래 전무후무한 일이다.

노조위원장과 개별 면담을 마친 후에는 '낙하산 저지투쟁'을 위해 전국에서 모인 지부장과 2시간여동안 토론을 진행키도 했다. 

토론 자리에서 김 사장은 회사의 향후 비전, 노사 관계 등 경영철학을 설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노조는 낙하산 인사 저지를 위한 대응 계획을 보류하기로 했다.

김 사장의 이런 행보가 '관치 인사', '전문성' 등 그를 둘러싼 논란에서 벗어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전문가들은 논란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참모'를 잘 써야 한다고 조언했다.

오세헌 금융소비자원 보험국장은 "은행에서만 근무한 인사가 보험사 사장을 맡게 되면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면서도 "그렇다고 업무 수행에 심각한 지장을 받지는 않을 것이다. 사장과 함께 회사를 잘 이끌어나갈 참모를 얼마나 잘 선발하느냐에 따라 그의 리더십이 평가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