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걸·황영기 탈락, '최강자'로 떠올라정·관계 인사와 인연 각별… '믿는 구석' 될까
  • ▲ 하영구 씨티은행장(사진 가운데)이 KB금융 차기 회장 유력 후보로 떠오르고 있다. ⓒ NewDaily DB
    ▲ 하영구 씨티은행장(사진 가운데)이 KB금융 차기 회장 유력 후보로 떠오르고 있다. ⓒ NewDaily DB

    하영구 씨티은행장이 차기 KB금융 회장 유력 후보로 급부상하고 있다.

지난 16일, KB금융 회장후보추천위원회는 하 행장을 비롯, 김기홍 전 국민은행 수석부행장과 윤종규 전 KB금융 부사장, 지동현 전 국민카드 부사장 등 총 4명의 2차 후보군을 확정, 발표했다. 이들 중 하 행장은 단 한 순간도 씨티은행에서 근무한 적 없는 유일한 인사다.

황영기 전 KB금융 회장, 이동걸 영남대 석좌교수(전 신한금융투자 부회장) 등 걸출한 인사들이 2차 관문을 통과하지 못한 채 줄줄이 낙마한 것과 달리, 하 행장은 외부 인사 가운데에선 홀로 승승장구하고 있는 셈이다. 이와 관련, KB 안팎에서는 여러 설들이 나오고 있다. 일각에선 "하 행장이 이미  차기 회장으로 낙점됐을 수도 있다"는 소문마저 나오고 있다. 

◇ 이동걸·황영기 '아웃'… 입지 커진 하영구

회추위는 지난 2일 오후, 9명의 1차 후보군을 발표한 바 있다. 명단에는 '비공개 인사' 1인이 포함돼 있었다. 회추위는 "차기 회장 후보에 포함되긴 했지만, 아직 본인의 의사를 확인하지 못했기 때문에 신원을 비공개로 한 것"이라고 밝혔다. 금융권에서는 "하영구 행장이 타 은행(씨티은행) 수장으로 있다는 부담감 때문에 자신의 신원 노출을 꺼리는 것 아니냐"는 예측이 나왔다.

그 후, 하 행장은 14일 씨티은행장 직을 사퇴하겠다고 공식 발표했다. 2016년 3월까지인 그의 임기는 1년5개월 남은 상태다. 이 때 그는 "KB금융 회장 선출 과정과 상관없이 씨티은행 CEO 직에서 물러나는 것"이라고 발언했다.

16일 2차 후보군이 추려지면서, 하 행장의 입지는 더욱 커졌다. 황영기 전 회장·이동걸 교수 등 쟁쟁한 경쟁자로 여겨지던 금융권 인사들이 모두 낙마한 탓이다. 

결국 경쟁 구도는 외부인사 1인과 내부 출신 인사 3인으로 갈리게 됐다. KB금융 안팎에서 나오는 외부인사에 대한 거부감과 내부 출신 CEO를 바라는 여론 등으로 외부인사와 내부인사가 동일한 비율로 2차 후보군이 꾸려질 것이라는 예측이 금융권에서 제기됐었다. 하지만 이 예측은 빗나간 셈이다.

◇ 씨티은행장 직 박차고 나선 이유, '믿는 구석' 있어서?

하영구 행장은 단 한 순간도 KB금융에 몸담은 점이 없다는 치명적 약점에도 불구하고 가장 유력한 후보로 꼽힌다.

김 전 부행장, 윤 전 부사장, 지 전 부사장 등은 KB금융에 몸담은 경력이 있긴 하지만, 부사장·부행장 급에 그쳤기에, 회장으로서의 무게감은 하 행장에 비해 다소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고 있기 때문이다.

14년 가까이 지켜왔으며, 임기도 1년 이상 남은 씨티은행장이 자리를 박차고 나온 것과 관련, KB금융 회장직에 대한 확신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이라는 관전평도 나왔다. 금융권 사정에 밝은 한 인사는 "하 행장은 국내에서 가장 많은 연봉을 받는 CEO로 널리 알려져 있는데, 임기가 끝나기도 전에 불확실한 싸움에 뛰어들기 위해 그 자리를 박차고 나온다는 것은 이해하기 어려운 일"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지난 해 30억원에 가까운 연봉을 받았으며, 올 상반기에만 23억8000만원의 보수를 받은 인물이다.

일각에서는 이번 KB금융 회장에 하 행장이 이미 낙점돼 있다는 소문까지 돌고 있다. 이런 소문의 배경에는 정계와 관계의 인맥 등 하 행장의 '믿는 구석'이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 KB 내부 인사들의 전언이다.

윤영대 KB국민은행노조(제3노조) 위원장은 하 행장을 둘러싼 소문과 관련 "조윤선 청와대 정무수석과의 각별한 인연을 생각하면 충분히 그런 얘기가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윤 위원장은 "당시 은행권 근무 경력이 전혀 없는 갓 마흔살 변호사였던 그를 씨티은행 부행장으로 데려온 당사자가 바로 하 행장이다. 그 후 조 수석은 국회의원, 여성부장관을 거쳐 청와대에 입성하는 등 승승장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그런 조 수석과 하 행장의 인연을 되새겨보면 차기 KB회장 자리에 하 행장이 이미 낙점돼 있다는 소문이 전혀 근거 없어보이진 않는다"고 귀띔했다.

KB금융 차기 회장 최종 후보를 가리기 위한 회추위의 마지막 면접은 오는 22일 실시될 예정이다. 회추위는 10월 중 최종 후보를 확정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