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뉴데일리 DB
    ▲ ⓒ뉴데일리 DB

     

    '자살 보험금' 궁지에 몰린 생보업계가 시쳇말로 막나가고 있다. 금융감독당국은 물론 공정당국, 여론과도 일전을 불사할 태세다.

     

    생보사들은 금융감독당국의 잇단 보험금 지급요구에 꿈쩍도 하지않고 있다. 오히려 당국의 요구가 있던 사나흘 뒤 한자리에 모여 대책을 숙의한 뒤 한결같이 지급거절을 선언했다.

     

    금감원이 특별조사 계획을 밝혔지만 할테면 해보라는 식이다. 공정당국이 담합여부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지만 아랑곳하지 않는다. 보다못한 국회까지 나서 국감 증인으로 나온 생보사 임원을 집중 추궁했지만 '더 알아보고 답하겠다'는 알쏭달쏭한 답변에 가로막혀 한걸음도 나아가지 못했다.

     

  • ▲ ⓒ생보협회 블로그 캡처
    ▲ ⓒ생보협회 블로그 캡처


    ◇ 생존위기...초강경 대응 '줄소송'


    전례가 없는 생보사들의 초강경 대응은 '생존위기'와 맞닿아 있다. ING 생보에서 촉발된 생보사들의 자살보험금 지급 규모는 수천억에서 수조원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초저금리 시대 가뜩이나 역마진 우려까지 발생하는 상황에서 천문학적 규모의 자살보험금을 도저히 받아들일 수없다는 판단이 깔려있다.


    생보사들의 대응은 삼성생명과 한화생명, 교보생명 등 빅 3등이 주도하고 중소사들이 따라오는 형국이다.회사들은 벌써 저마다 김&장 등 대형로펌의 조력을 받고 있다. 빗나간 '으리'와 로펌의 법률자문을 토대로 소송으로 답을 하겠다는 입장인 셈이다.


    이미 생보사들은 금감원의 과징금 부과에 대비해 행정소송을 검토하는 한편 민원인들을 상대로 이달 중순경 채무부존재 소송을 제기했다. 금감원 분쟁조정국에 접수된 민원 30여건에 대해 유족들에게 소장을 띄운 상태다.

     

    금감원 종합검사때 428건 560억원의 자살재해보험금을 지급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나 기관주의 경징계와 49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받은 ING생명은 금감원을 상대로 행정소송을 준비 중이다. 과징금 부과가 확실해진 나머지 10여곳의 보험사들도 금융당국을 상대로 소송을 준비하고 있다.

     

    공정위 담합조사에 대해서도 사실이 아닌 만큼 당당하게 응할 생각이라며 과징금이 부과될 경우 역시 소송으로 응하겠다는 기류가 강하다.

     

  • ▲ ⓒ제공=김기준 의원실
    ▲ ⓒ제공=김기준 의원실

     

    ◇ '방귀 뀌고 성내는 격'

     

    하지만 이같은 생보사들의 행태는 궁색하기가 짝이 없다. 자살보험금 논란은 생보사들이 초래한 것이다.

     

    생보사들이 2001년 이후 판매한 종신보험 등의 재해사망특약에는 가입 2년이 지나 자살한 경우 일반사망보험금의 두 배 이상에 이르는 재해사망보험금을 주도록 돼 있다. 대부분 생보사의 약관이 문구 차이만 있을 뿐 같은 내용이다.

     

    대법원이 2007년 이 문제로 제기된 소송에서 교보생명이 자살한 계약자에게 재해사망보험금을 주라고 판결하자 생보사들은 뒤늦게 약관 수정에 나서 2010년 4월 이후 판매한 상품에서는 재해사망보험금이 아닌 일반사망보험금만 지급하도록 특약을 바꿨다.

     

    문제는 2010년 4월 이전에 판매한 보험 상품이다. 이 상품의 특약에는 계약 뒤 2년이 지난 후의 자살에 대해 재해사망금을 지급토록 하고 있지만 보험사들은 이를 지키지 않은 것이다.

     

    이 규모가 올 4월  기준 2179억원으로 집계됐다. 그러나 2010년 4월 표준약관 개정 이전 계약(자살보험금 지급계약)이 지속되고 있다는 점과 현재의 자살률을 고려했을 때 향후 생보사들이 부담해야할 자살보험금은 1조원에 육박할 것으로 추산된다.

     

    미지급 자살사망보험금 보유 금액 기준으로 살펴볼 때 ING생명은 471건·653억원, 삼성생명은 713건·563억원, 교보생명은 308건·223억원 규모로 집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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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모였지만 담합논의 안했다...똑같은 의견은 우연일 뿐"


    논란이 잇따르자 금융감독원은 39건 25억9300만원의 자살보험금 민원이 제기된 생보사에 자살보험급 지급을 지도했다. 그러자 며칠 뒤 삼성·한화·교보생명 등 빅3를 포함한 신한·동부·동양·농협·알리안츠·ING·메트라이프·현대라이프·에이스생명 등 12곳의 부서장급 이상의 간부들이 긴급회동을 가졌다. 이후 에이스와 현대라이프를 제외한 나머지 회사들은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공정위는 10개 보험사가 금융당국에 같은 의견을 밝힌 것이 상호간에 담합을 한 것으로 보고 조사에 나섰다. 지난 14일 1차로 생보협회에 대한 현장조사를 실시했고 추가로 삼성생명·한화생명·교보생명·ING생명 등 4개 생보사에 대한 추가 현장조사를 벌였다. 나머지 회사들에 대한 조사도 임박한 상태다.

     

    이번 현장조사는 미지급 자살보험금 관련 생보사들이 생보협회에서 모임을 가진 정황이 포착되면서 시작됐다. 당시 모임에서 생보사들이 담합해 단체로 자살보험금 지급거부를 결정했다는 것이다.

     

    생보사들은 이미 2011년 개인보험 이자율과 2013년 변액보험 수수로율 담합으로 공정위의 제재를 받은 전력이 있다. 생보사들은 "모임이 있었던 것은 맞지만 담합 논의는 하지않았다"며 부인으로 일관하고 있다.

     

    국정감사에서도 이 문제는 뜨거운 이슈였다. 의원들의 집중 포화에 신제윤 금융위원장과 최수현 금융감독원장은 "약관대로 보험금을 지급하는 것이 맞다"며 "생보사들의 불응에 대해 조만간 특별조사에 착수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 ▲ ⓒ제공=금융소비자연맹
    ▲ ⓒ제공=금융소비자연맹


    생보사들의 이같은 집단행동을 바라보는 시선은 곱지 않다. 금융소비자연맹 생명보험금청구공동대책위원회는 재해사망(자살)보험금 지급을 거부하는 생보사를 상대로 보험상품 불매운동에 나섰다. 연맹은 금융당국이 지급명령을 내렸음에도 이를 무시한 채 감독기관에 맞서고 있고 유족을 상대로 소송까지 제기한 것은 스스로 약속을 내팽게 친 비열한 처사라고 지적했다.

     

    연맹은 공동대책위원회를 결성해 조만간 피해자 모임을 개최할 예정이다. 또 금융위·금감원에 제재 및 특별검사요구, 가두캠페인, 온라인 서명운동, SNS 릴레이 전파 등에도 나서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