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년보장·조직순환…허울좋은 말일 뿐 사실상 구조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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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성생명이 그룹지존에서 구조조정 대상으로 전락할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삼성생명 지분(0.1%)을 취득하는 과정에서 삼성그룹 금융계열사에 대한 지배력을 행사하기 위해 금융당국의 승인 절차를 밟고 있기 때문이다.

    29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삼성생명은 지난달 사내 게시판을 통해 모든 채널의 영업관리자(지역단장과 지점장)에 대한 연말 인사운영 방침을 내렸다.

    '영업성과'에 따라 인사를 실시키로 했다. 영업성과가 좋은 영업단장은 임원 승진을 못하더라도 정년을 보장해 주는 대신 부진한 직원은 직무전환할 기회를 준다는 것이다.

    이는 그룹의 핵심인 삼성생명의 설계사 조직을 보다 효율적으로 운용하자는 이재용 부회장의 방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앞서 지난 5월 이재용 부회장은 "삼성생명은 그룹의 핵심"이라며 "다소 비효율적인 설계사 조직을 효율적으로 운용하는 방안을 검토해보자"라고 말한 바 있다.

    이에 삼성생명은 전체 임직원의 15%에 달하는 1000명을 감축했으나, 역피라미드 인력 구조를 해결하지 못해 추가 조치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성과가 낮은 영업직원의 경우 다른 직무로 전환할 기회를 준다. 지역단 FP(재무설계컨설팅 인력), 사차관리, VOC(고객의소리) 담당 등 후선업무를 하게 된다. 본인이 원하면 전직교육도 받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 같은 방침은 연말 정기인사부터 적용될 예정이다.

    삼성생명 관계자는 "영업을 잘 하는 직원들은 계속해서 영업을 할 수 있도록 우대조치를 취해 준 것이고, 반대로 영업을 잘하지 못할 경우 본인이 원하면 전직교육도 받게 해 조직을 순환시킨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삼성생명 사내 일각에서는 '인력 조직 순환'은 허울좋은 말일 뿐, 사실상 자연스러운 구조조정으로 이어질 것이란 우려가 나오고 있다. 

    보통 직급이 낮은 직원들이 담당하는 VOC 업무를 지역장에게 맡으라는 것은 사실상 '나가라'는 의미로 받아들일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김성환 삼성일반노조위원장은 "사측은 희망퇴직이란 이름이 아니더라도 다른 방법을 통해 인위적으로 구조조정이 되도록 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