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구퇴출제·재의뢰제 등 도입…합격자 수 감축도 추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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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국토교통부.ⓒ연합뉴스
    ▲ 국토교통부.ⓒ연합뉴스

    국토교통부가 사적 감정평가 시장의 부실을 바로잡겠다며 사후 타당성 조사를 강화하겠다고 밝혔지만, 징계를 전제로 하는 표본조사 권한을 한국감정원에만 주어 감정평가협회 길들이기라는 지적이 나온다.


    앞으로 금고 이상의 형을 두 차례 받은 감정평가사는 업계에서 영구제명된다.


    ◇징계 위한 타당성 표본조사 권한 감정원에만…형평성·위헌 소지 제기


    국토부는 20일 정부의 관리·감독 강화, 부실 평가 요인 제거 등의 내용을 담은 '감정평가 공정성 강화 방안'을 발표했다.


    이번 대책에는 부실 평가에 대한 제재 강화 차원에서 감정평가 타당성 조사 중 표본조사를 확대·강화하는 방안이 포함됐다.


    감정평가에 대한 사후 타당성 조사는 정밀조사와 표본조사로 나뉜다.


    정밀조사는 제보나 수사기관 의뢰가 있을 때 징계를 목적으로 감정원과 협회가 타당성 조사를 벌인다. 지난해 조사 건수는 총 15건이었다.


    표본조사는 그동안 징계가 아닌 제도 개선에 초점이 맞춰졌다. 감정원이 연간 40여만건에 달하는 평가보고서 중 일부를 무작위로 추출해 내용을 살폈다. 조사 건수는 연간 800건쯤이다.


    국토부는 앞으로 표본조사 성격을 제도개선 활용에서 징계를 위한 사전조사로 전환하기로 했다. 조사 규모를 연간 800건에서 2000건으로 늘리고 부실 평가가 의심되면 정밀조사를 통해 징계를 내릴 방침이다.


    문제는 조사주체가 정밀조사는 감정원과 협회가 함께 맡지만, 표본조사는 기존대로 감정원만 한다는 점이다.


    조사대상 선정도 그동안은 무작위로 추출했지만, 앞으로는 징계 사전조사 성격을 띠면서 협회 회원들이 한 감정평가에 대해 감정원이 이상하다고 생각되는 사례를 고를 수 있게 했다. 사실상 연간 2000건에 한해 감정원에 협회를 관리·감독할 수 있는 권한을 준 셈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부실 평가가 문제 되는 영역은 민간이 의뢰하는 사적평가로 협회가 감정원보다 처리 건수가 많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감정원도 부실 감정평가에서 완전히 자유롭지 못한 처지여서 국토부가 감정원에만 표본조사 권한을 준 것이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견해가 제기된다.


    업계에서는 감정평가 선진화 방안의 하나로 감정원이 민간 담보평가 등에서 손을 떼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하지만 이는 먼 장래의 얘기로 현재는 감정원도 민간시장에 관여하고 있는 현실이다.


    지난해 수사기관 의뢰 등으로 정밀조사가 이뤄진 15건 중 감정원 사례도 1건 포함됐다는 게 좋은 예다.


    감정평가업계 한 관계자는 "표본조사 권한을 누구에게 주느냐가 문제가 아니라 국토부가 얘기하는 타당성 조사 자체가 위헌 소지가 있어 대응책을 마련하고 있다"며 "법령을 위반해서가 아니라 정답이 있을 수 없는 감정평가가 타당하지 않으니 징계한다는 게 말이 되느냐"고 따져 물었다.

  • ▲ 한남더힐 전경.ⓒ국토교통부
    ▲ 한남더힐 전경.ⓒ국토교통부


    ◇부적격 감정평가사 영구제명·제3 기관 추천 도입…합격자 감축도 추진


    국토부는 부실 평가 제재 수단으로 영구 퇴출제도도 도입한다.


    뇌물 수수 등 직무와 관련해 2번 금고 이상의 형이 확정된 감정평가사는 재시험에 합격해도 업계에 못 들어오게 영구제명하겠다는 것이다. 현재는 자격·등록 취소 후 3년이 지나면 재등록할 수 있다.


    국토부 관계자는 "제재가 세다고 할 수도 있으나 현재 변호사 업계에도 영구제명제도가 있고 실제 제명된 사례도 있다"며 "연간 2~3명이 금고 이상의 형을 받고 있는 만큼 실효성은 크지 않아도 경고의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고무줄 평가' 논란이 일었던 한남더힐 사례처럼 민간 임대주택 분양전환가격 평가에 있어 사유가 있을 때 감정평가업자를 다시 선정하는 재의뢰제도도 추진한다.


    최고평가액이 최저평가액의 150%를 초과하거나 사업자·임차인 과반이 위법·부당하게 평가가 이뤄졌다고 주장하면 재의뢰를 의무화하도록 했다.


    또 민간에서 원하면 협회나 감정원 등 제3의 기관을 통해 평가업자를 추천받을 수 있게 했다.


    공적평가는 현재 토지보상법 등 12개 법령에 도입된 재의뢰제도를 국공유재산 평가 등 56개 전체 법령으로 확대 적용한다.


    국토부는 감정평가에 감정평가사 재량이 과다하게 반영된다고 보고 가격 산출근거를 투명하게 밝히도록 개선했다.


    감정평가서에 포괄적으로 적는 평가액 산출근거를 미국, 일본 등 외국의 사례처럼 소재지, 평가목적과 실지조사 내용 등 항목별로 구체적으로 적도록 했다.


    감정평가사는 대상물건이나 소유자와 이해관계가 있을 경우 이를 감정평가서에 의무적으로 적어야 한다.
    국토부는 또 공시지가 산정과정에서 감정평가사의 자의적 판단이 많이 적용되는 '그 밖의 요인 보정' 기준을 인근 지역 사례나 실거래 사례 등으로 구체화하기로 했다.


    평가법인 자체심사와 협회 사전심사도 강화한다. 현재 감정평가사 50인 이상 대형법인을 대상으로 하는 자체심사 대상은 10인 이상 중소법인까지 확대한다.


    협회는 150억원 이상 보상평가 등 공적평가에 대해 진행하던 사전심사에 갈등이 첨예한 민간 임대주택을 추가하도록 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현재는 자체·사전심사 모두 제재 근거가 없다"며 "심사지침을 따로 만들어 앞으로는 제재가 이뤄질 수 있게 하겠다"고 부연했다.


    아울러 감정평가사는 감정평가사징계위원회, 법인은 공무원이 각각 징계하도록 나뉜 징계권한은 감정평가감독징계위를 설치해 일원화한다.


    감정평가사 합격자 수도 단계적으로 줄여나갈 방침이다. 응시자 수가 급감하는 데다 감정평가사 질적 저하를 막을 필요가 있다는 게 국토부 설명이다.


    감정평가사 응시자 수는 2007년 4740명에서 계속 줄어 지난해 1793명, 올해 1552명으로 집계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