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보생명·안방보험 누가 인수하든 골치… "차라리 판 깨자"
  • ▲ 우리은행 매각이 결국 무산되자, 금융권에서는 '정부가 처음부터 매각할 뜻이 없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 NewDaily DB
    ▲ 우리은행 매각이 결국 무산되자, 금융권에서는 '정부가 처음부터 매각할 뜻이 없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 NewDaily DB

    우리은행 매각이 무산될 것이라는 우려가 현실화 됐다. 예비입찰 신청 마감 시각인 28일 17시까지 중국계 보험업체인 안방보험만 입찰 신청을 했기 때문이다.

우리은행 민영화가 벌써 4번째 무산되면서, 금융권에서는 "정부가 처음부터 우리은행을 매각할 뜻이 없었던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우리은행은 "예비입찰 마감 시각까지 안방보험만 입찰에 참가했다"”고 이날 밝혔다.

우리은행 인수전의 유력한 후보로 꼽혔던 교보생명은 입찰 여부를 여러 차례 저울질하다가 결국 입찰을 포기한 것으로 밝혀졌다. 안방보험이 도전장을 내밀긴 했지만, 신청자가 한 곳 뿐일 경우엔 유효입찰이 성립되지 않는다.

이와 관련, 금융권 일각에서는 "우리은행 매각 무산은 처음부터 예정된 일"이라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이번 인수전의 유력 후보는 교보생명과 안방보험 두 곳이었다. 즉, 우리은행은 둘 중 한 곳이 차지하게 됐을 것이란 의미다.

교보생명이 인수할 경우, 금융당국은 시비에 휘말릴 위험이 높은 상황이다. 우리은행의 적정 가격이 3조로 추산되는데, 교보생명이 그만한 여유자금을 마련하기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게 금융권의 지적이다. 또, 교보생명은 신창재 회장이 대주주로 있는 회사인 만큼, 신 회장 개인에게 특혜를 준 것 아니냐는 시비에도 휘말리기 쉽다. 이래저래 금융당국으로서는 머리 아플 수 있는 상황이라는 것.

안방보험이 인수해도 문제다. 과거 한미은행과 제일은행은 각각 미국계 씨티은행과 영국계 스탠다드차타드 등 외국 자본에 인수됐지만, 성과를 내긴 커녕 국내 금융시장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제2금융권의 경우 일본계 금융자본이 토종 금융사를 인수하는 사례가 이어지면서 금융생태계가 파괴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계 자본에 우리은행을 매각할 경우, 여론 역풍을 피하기 어렵게 된다.

이런 여러 부담을 피하기 위해 금융당국이 일부러 판을 깬 것이라는 주장이 금융권에서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은행권 관계자는 "이번에도 (우리은행) 매각은 어차피 불발될 수밖에 없었다는 게 금융권의 지배적 여론이었다"고 귀띔했다.

이 관계자는 "우리은행 민영화를 위해 나름 애써온 이순우 행장으로선 억울할 것"이라며 "이미 깨진 판을 이 행장이 어떻게 할 방법이 있었겠느냐"고 말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