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몰 사조 어선 '선령 36년'
"노후화가 사고 원인"

사조산업㈜ 소속 명태잡이 원양어선인 501오룡호가 러시아 서베링해에서 침몰해 한국인 선원 1명이 숨진 가운데 낡은 배가 사고를 불렀다는 지적이 나온다.

1일 해양수산부에 따르면 501오룡호는 이날 오후 2시20분께 물고기를 보관하는 어창 등에서 해수가 유입됐고, 선원들은 해수가 유입돼 배가 많이 기울자 퇴선한 것으로 알려졌다.

어창에 바닷물이 들어온 원인에 대해선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해수부 관계자는 "정확한 사고 원인과 인명 피해 상황은 확인 중"이라고 말했다.

침몰한 501오룡호는 1753톤급 저인망어선으로 선령이 36년인 것으로 파악됐다. 일각에서는 배의 노후화가 사고의 원인일 가능성을 제기한다.

세계자연기금(WWF) 박지현 해양매니저는 "몇 년 전 남극해에서도 사고가 발생했는데 또다시 사고로 인명피해가 발생해 안타깝다"며 "노후한 배가 극한 해역에서 조업하는 것은 위험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우리나라 원양어선의 최근 극한지역 선박사고로는 2010년 12월13일 인성실업의 인성1호가 남극 로스해에서 침몰해 22명이 숨진 바 있다.

박 해양매니저는 "당시 사고는 미흡한 안전관리가 화를 불렀다"면서 "원양어업이 3D 직종으로써 (투자는 인색한 채) 돈만 벌어오기 급급한 수준으로 전락했다"고 안타까워했다.

사조산업은 우리나라 명태 어획량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만큼 그에 걸맞은 선박 투자가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다.

사조산업은 자체 원양어선을 투입하거나 러시아와 지분을 공동출자해 세운 현지 합작회사를 통해 서베링해에서 명태를 잡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명태는 1970년 어린 명태인 노가리 어획이 합법화된 이후 노가리 어획량이 급증하면서 동해에서 자취를 감추다시피 했다. 지금은 남획과 기후 변화로 말미암아 러시아 오호츠크해와 서베링해 지역에서 주로 잡히는 실정이다.

러시아는 한 해 평균 170만톤의 명태를 잡고 있으며 오호츠크해에서 전체 어획량의 50%, 서베링해에서 20~30%를 어획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원양어선을 통해 러시아 해역에서 연간 30만톤 정도를 잡고 있으며 사조산업이 이중 상당량을 차지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501오룡호는 이날 침몰 사고로 한국인 선원 1명이 숨졌다. 현재 러시아 감독관과 외국인 선원 6명 등 8명이 구조된 상태다.

이 배에는 한국인 선원 11명과 러시아 감독관 1명, 필리핀인 13명, 인도네시아인 35명 등 외국인 선원 48명 등 총 60명이 타고 있던 것으로 알려졌다.

배가 침몰하자 인근에서 조업 중이던 성경수산㈜ 카롤리나-77 등 3척이 구조작업을 벌이고 있다. 사고현장은 기상 상황이 좋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우리 정부는 좌초한 501오룡호와 관련해 러시아측에 신속한 수색과 구조를 요청했다.

외교부는 이날 "사고 발생 즉시 대책반을 구성해 주 블라디보스토크총영사관 등 현지 우리 공관을 통해 러시아 국경수비대와 극동비상사태부 등 관계 기관에 최대한 신속하게 선원 수색·구조 작업을 진행해달라고 요청하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