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경련 "8대 수출산업 중 6개 산업 中에 밀려…한·중 FTA 재도약 기회로 삼아야"
  •  

    중국의 성장세가 매섭다. 스마트폰·자동차·조선해양·석유화학·반도체·디스플레이·정유·철강 등 우리나라 8대 수출산업 가운데 반도체와 디스플레이를 제외한 6개 산업은 세계시장 점유율에서 이미 중국에 추월당했다.

     

    특히 우리나라 주력산업으로 손꼽혔던 스마트폰과 자동차까지 뒤지면서 '미래 먹을거리 산업' 발굴이 매우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8일 내놓은 '지난 10년(2003~2013년)간 한·중 주력산업 세계시장 점유율 비교분석' 결과에 따르면 스마트폰·자동차·조선해양·석유화학·정유·철강 등 6대 산업의 세계시장 점유율에서 중국이 우리나라를 앞선 것으로 나타났다.

     

    ◇스마트폰·자동차 마저도…中에 역전당한 韓

     

    스마트폰의 경우 올해 2분기 판매량 기준으로 우리나라는 중국에 1.2%p 뒤졌다. 화웨이·레노버·샤오미 등 중국의 주요 스마트폰 기업 9곳과 우리나라 삼성·LG의 세계시장 점유율 합계를 비교한 결과다. 중국은 31.3%, 우리나라는 30.1%인 것으로 파악됐다.

     

    이같은 결과는 고가 제품군에선 애플 아이폰의 인기가 여전하고 중저가 제품군에선 가격경쟁력과 기술력까지 겸비한 중국 업체들의 다양한 제품들이 자국시장에서 큰 인기를 얻으면서 우리나라 기업의 세계시장 점유율에까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 ▲ 산업별 한·중 세계시장 점유율 비교 ⓒ전경련
    ▲ 산업별 한·중 세계시장 점유율 비교 ⓒ전경련

     

    자동차산업은 중국 기업이 생산한 차들만 따로 집계한 결과, 이미 2009년부터 중국에 추월당한 것으로 나타났다. 당초 2003년엔 우리나라의 생산량(337만대, 5.4%)이 중국(291만대, 4.7%)보다 46만대 차이로 우위에 있었다. 하지만 2009년에 들어서면서 중국에 243만대 가량 격차로 역전됐다. 지난해엔 우리나라 863만대(9.8%), 중국 1097만대(12.5%)로 200만대 이상 차이를 보였다.

     

    업계 전문가는 "우리나라는 해외 생산을 통해 세계 점유율을 9%까지 확대했으나 정체기에 접어든 반면 중국은 내수를 기반으로 해외메이커의 기술을 빠르게 습득해 세계시장 점유율 10%를 돌파할 수 있었던 것"이라고 분석했다.

     

    ◇앞서가는 中, 더욱 벌어지는 韓

     

    통상 에틸렌 생산능력을 국가별 세계시장 점유율 비교 기준으로 사용하는 석유화학산업의 경우 2003년엔 우리나라(585만톤, 5.34%)가 중국(578만톤, 5.27%) 보다 약간 우세를 보였다. 하지만 2004년 중국이 역전한 이후 지난해엔 우리나라(835만톤, 5.4%), 중국(1876만톤, 12.2%)으로 1041만톤에 달하는 격차를 보였다. 양국의 10년 간 연평균 증가율은 우리나라 3.6%, 중국 12.5%를 기록했다.

     

    업계 전문가는 "우리나라가 지속적인 설비투자를 통해 세계시장 4위권으로 경쟁력을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중국은 2000년대 초반부터 추진된 10차~12차 경제 5개년 계획을 통해 석유화학산업을 전략 산업으로 집중 육성한 결과 우리나라를 추월하고 세계시장 2위도 달성할 수 있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조선·해양산업에서도 중국은 이미 우리나라를 앞질렀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중국은 국가 차원의 적극적인 수요 진작과 금융지원으로 조선·해양시장 3대 지표인 수주량·건조량·수주잔량 전 부문에서 지난해 세계 1위를 기록했다.

     

  • ▲ 한·중 스마트폰 세계시장 점유율 비교 (%) ⓒ전경련
    ▲ 한·중 스마트폰 세계시장 점유율 비교 (%) ⓒ전경련

     

    업계 전문가는 "중국의 성장에 우리나라 조선해양산업도 양적 성장이 아닌 질적 성장으로의 '전략 수정'이 불가피해 보인다. LNG선, 드릴십 등 아직은 중국에 앞서 있는 고부가가치 선박 분야에서 민·관의 아낌없는 R&D(연구개발)투자를 통해 대중(對中) 기술격차를 벌려 놓는 것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철강과 정유 산업의 경우엔 조강 생산량과 석유 정제능력을 기준으로 세계시장 점유율을 분석할 때 2003년 이미 중국이 더 큰 산업이었다. 문제는 지난 10년간 그 격차가 훨씬 많이 확대됐다는 것이다.

     

    중국의 철강산업은 10년 사이에 세계시장의 절반 가까이 차지할 정도로 성장했다. 2003년 22.9%였던 중국의 세계시장 점유율은 지난해 48.5%로 2배 이상 늘었다. 반면 우리나라는 같은 기간 세계시장 점유율이 4.8%에서 4.1%로 감소했다. 특히 중국산 철강재는 우리나라 내수시장에도 확대되고 있는 추세다.

     

    철강재의 원산지가 표기되지 않는 우리나라의 제도적 미비가 원인으로 지목된다. 이로 인해 철강재 부문 대중(對中) 무역수지는 2003년 약 27억달러 흑자에서 2006년 적자전환 이후 지난해 약 34억달러까지 계속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정유산업 또한 중국의 양적 성장이 눈부시다. 석유 정제능력을 기준으로 세계시장 점유율을 살펴보면 중국은 2003년 6.6%에서 지난해엔 약 2배 늘어난 13.3%의 점유율을 기록했다. 반면 우리나라는 2003년 2.8%에서 10년 후인 2013년엔 0.2%p 늘어난 3.0%에 그쳤다.

     

    ◇아직은 이기고 있지만…

     

    더 큰 문제는 현재 앞서고 있는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산업에서도 향후 중국의 위협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는 점이다.

     

    세계 반도체시장에서 중국 반도체시장이 차지하는 비율은 절반에 가까워지고 있다. 게다가 최근 중국 정부가 자체 투자여력이 미흡한 자국 반도체 기업 육성을 위해 1200억위안(약 20조 7,540억원) 달하는 국부펀드를 신설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의 추격이 가속화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 ▲ 한·중 자동차 생산량 비교(만대) ⓒ한국자동차산업협회
    ▲ 한·중 자동차 생산량 비교(만대) ⓒ한국자동차산업협회

    업계 전문가는 "이같은 중국의 공세를 대비하기 위해선 웨어러블·사물인터넷·자동차 등의 차세대 분야에서 늘어날 반도체 수요물량에 적시 대응해 세계시장 선도자로서 살아남을 수 있도록 준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디스플레이산업도 마찬가지다. 양국의 최근 5년간(2008~2013년) 연평균 매출액 증가율을 살펴보면 우리나라는 5.6%에 그쳤지만 중국은 29.0%의 높은 성장률을 기록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특히 중국 정부가 최근 BOE, CSOT, Tianma 등 자국 LCD패널 기업에 대한 적극적인 금융지원으로 LCD(액정표시장치) 생산라인을 확충하고 있을 뿐 아니라 올해부터 6세대 이하 LCD 유리기판 관세율을 4%에서 6%로 인상하는 등 자국 LCD산업 육성을 위해 지원·보호 정책을 추진하고 있어 우리나라 기업에 위협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민·관 함께 '새산업 운동' 추진…해외시장 개척해야"

     

    유환익 전경련 산업본부장은 "근래 중국 제조업은 추격형 전략을 바탕으로 가격경쟁력과 기술력까지 갖춘 '제조업 2.0'에 진입했다고 볼 수 있다"고 진단하며 "우리나라 대부분의 주력산업이 중국에 따라잡히고 있는 상황에서 한·중 FTA 체결은 중국의 내수시장을 적극 공략함으로써 백척간두의 위기에 빠진 대한민국 주력산업을 다시 구출할 터닝포인트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기업은 중국과 격차를 벌릴 핵심기술력 확보와 기존 사업영역 이외 새로운 사업 발굴에 모든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며 "엔터테인먼트·헬스케어 등 새로운 국가대표 산업을 발굴하고 육성하려면 민·관이 함께 '새산업 운동'을 추진해 해외시장을 개척해야 한다"고 제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