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수부, 뒤늦게 해저지명 '강치초' 명명… "조형물 재추진 등 홍보 적극 활용"
  •  

    해양수산부가 독도에 대한 역사적 인식 확대를 위해 뒤늦게 강치를 활용하고 나섰다.


    일본은 진작에 독도를 상징하는 강치를 친근한 캐릭터로 만들어 다케시마(독도의 일본식 이름)를 설명하는 데 이용하는 등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어 비교된다.


    해수부는 국립해양조사원이 최근 국가지명위원회를 열어 독도해역의 해저지형에 '강치초'라는 공식이름을 붙였다고 6일 밝혔다. 초는 암초처럼 해수면 가까이에 있는 바위를 뜻한다.


    강치초는 위도 37도14분53초, 경도 131도51분59초에 있으며 최소 수심은 약 14m다. 지난해 동해와 독도 해역에 대한 해양지명 정밀 조사에서 확인됐다.


    지명의 배경이 된 강치는 바다사자의 하나로 조선 시대에는 '가제', '가지'로도 불렸다. 동해에 3만~5만 마리가 서식했으나 일제강점기에 가죽과 기름을 얻으려고 무분별하게 남획한 결과 멸종됐다고 알려졌다.


    강치초 주변에는 강치가 머물렀다는 큰가제바위, 작은가제바위와 가지초 등도 있다.


    해양조사원 관계자는 "해양 영토 주권 강화를 위해서는 표준화된 지명 사용이 중요하다"며 "독도의 역사를 담고 있는 강치가 해저지형 이름으로 사용돼 독도와 동해의 역사를 되새기고 멸종된 강치의 소중함을 기억하게 해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어 "동해 표기와 해양지명에 관해 국내외 관심과 인식이 높아질 수 있게 해양지명에 관한 교육용 애니메이션과 웹 게임, 개발 도상국 언어로 만든 해양지명 웹툰 등을 통해 홍보 활동을 확대해 나갈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일본은 독도 강치의 자국 브랜드화에 일찌감치 착수했다.


    독도 영유권을 주장하는 데 있어 독도를 상징하는 강치를 활용하는 것이다. 일본인이 오래전부터 독도 주변에서 강치잡이 등 어업활동을 해왔다는 역사성을 강조하는 수단으로 강치를 브랜드화한 셈이다.


    한국 홍보 전문가 서경덕 성신여대 교수에 따르면 일본 시마네(島根)현은 현청 주변과 2층 독도자료실에 마련한 독도 관련 전시판에 강치를 캐릭터화해 활용하고 있다.


    강치를 친근하게 느끼도록 다양한 표정의 캐릭터로 만들어 다케시마를 설명하는 전시판에 이용하고 만화로도 그려 남녀노소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게 유도하는 것.


    서 교수는 "지난해 7월 시마네현을 방문했을 때 강치 캐릭터를 이용해 홍보하는 현장을 목격했다. 지금도 여전히 있는 걸로 안다"며 "우리도 독도를 상징할 수 있는 콘텐츠를 개발할 필요가 있다. 역사적으로 볼 때 일본이 강치를 남획해 멸종시킨 장본인이란 점을 역이용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일본은 최근에도 정부기관인 내각관방 영토·주권대책 기획조정실이 나서 일본인이 과거 독도에서 어업활동을 했다는 내용의 그림책을 소개하는 동영상을 인터넷에 유포하며 또다시 독도가 자기네 땅이라는 주장을 폈다.


    동영상 공유사이트 유튜브에 올라온 해당 동영상은 '메치(강치의 일본지역 방언)가 있던 섬'이라는 제목의 그림책을 소재로 했다. 그림책 저자이자 시마네현의 한 마을에서 초등학교 교사로 근무했던 스기하라 유미코씨가 교실에서 학생들에게 책 내용을 설명하는 모습을 담았다.


    독도가 과거 메치의 번식지이자 풍부한 어장이었고 일본인이 독도에서 조업을 해왔다는 내용을 통해 독도에 대한 국내외 누리꾼의 관심을 다시 한 번 끌어모으겠다는 속셈이다.

     

  • ▲ 독도.ⓒ연합뉴스
    ▲ 독도.ⓒ연합뉴스


    반면 강치를 독도 홍보에 활용하려는 우리 정부의 움직임은 지지부진하다.


    해수부는 해양 생태를 보전하는 뜻에서 물개 복원사업을 펼치면서 지난해 독도에 강치 조형물 설치 사업을 함께 추진했다.


    해양환경관리공단이 1억5000만원을 들여 독도 동도 선착장에 바다사자 조형물을 설치하기로 했고 입찰을 통해 사업자까지 선정했다. 하지만 문화재청 문화재위원회가 사업에 제동을 걸었다.


    독도는 천연보호구역으로 지정돼 있어 시설물을 설치하려면 문화재청 천연기념물분과 문화재위원회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당시 위원회는 "문화재 보존과 경관 등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종합적인 검토가 필요하다"며 해당 안건을 부결시켰다.


    해수부는 2, 3월께 설치안을 다시 문화재청에 낼 계획이다.


    해수부 관계자는 "지난해 위원들이 제기했던 독도 경관 저해 등의 문제를 보완해 설득에 나설 것"이라고 전했다.


    하지만 그동안 문화재 위원회의 활동 기조를 볼 때 사업추진을 낙관하기는 어렵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한 번 부결된 안건은 설치위치 변경이나 규모 축소 등 사업계획을 변경하지 않는 한 접수가 안 된다"면서 "그동안 독도의 고정적인 관리를 위해 자연환경 훼손을 최소화하는 선에서 태양광시설 등을 설치한 사례는 있다"고 설명했다.


    서 교수는 "독도를 알리기 위해 독도를 방문하라고 독려하지만, (기상상태 등으로 접안이 안 돼) 그냥 되돌아오는 경우가 있다"며 "강치나 의용수비대 동상 설치 등 독도 콘텐츠는 관광객을 유인하는 좋은 계기가 될 것"이라고 제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