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블록딜 시도 자체만으로도 지배구조 개편 신호탄 해석돼"


  •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과 정의선 부회장의 현대글로비스 지분 매각이 무산됐다. 그럼에도 현대글로비스 주가는 13일 하한가로 내려앉으면서 하루새 시총 1조7000억원이 증발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에 현대모비스는 11% 급등한 채 마감되면서 POSCO(포스코)를 제치고 시총 순위 5위로 껑충 튀어올랐다.

    앞서 정 회장과 정 부회장은 지난 12일 장 종료 후 블록딜(장외 대량매매) 방식으로 보유 중인 현대글로비스 지분 13.4%를 매각하겠다고 씨티그룹을 통해 투자가들에게 공지했다. 이를 통해 정 회장 부자(父子)는 1조3000억원 규몽의 자금을 확보할 계획이었으나, 방대한 물량과 일부 조건 등이 맞지 않아 거래가 무산됐다.

    당초 시장에서는 현대글로비스와 현대모비스가 합병을 통해 현대차그룹 지배구조 개편을 이끌 것으로 봤었다. 때문에 블록딜 무산에도 불구하고 지분 매각을 시도하려 했다는 점이 현대글로비스 주가를 하한가로 내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로 이날 현대글로비스는 개장 직후 하한가로 직행한 뒤 결국 전거래일대비 15% 폭락(25만5000원)한 채 거래를 마쳤다. 이에 따라 현대글로비스 시가총액도 전날 11조2500억원에서 이날 9조5625억원으로 하루 만에 1조7000억원이 증발했다.

    고태봉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1.3조 이상의 큰 규모이고 할인폭이 7.5~12%로 비교적 큰 것으로 보아 매각의지가 매우 강했다"며 "이번 거래가 무산되긴 했지만, 시장은 이번 딜을 현대차 지배구조 변화의 구체적 액션으로 해석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에 그동안 지배구조 개편 이슈로 실적대비 밸류에이션(평가가치)이 절하됐던 현대모비스는 모처럼 상승세를 탔다. 그동안 오너 일가가 높은 지분율을 보유한 현대글로비스(정 회장 지분율 31.88%)는 가치를 계속해서 끌어올릴 것이고, 지분을 확보해야 하는 대상인 현대모비스는 주가를 누를 것이라는 논리가 시장을 지배했다.

    그러나 불발되긴 했지만 정 회장 부자의 이번 블록딜 시도로 지배구조 프리미엄이 현대글로비스에서 현대모비스로 옮겨왔다는 설명이다.

    이날 현대모비스는 전장대비 11.55% 급등한 26만5500원에 거래를 마치면서 시총도 25조9422억원까지 불어났다. 이는 이날 종가 기준으로 유가증권시장 시총 순위 5위에 해당한다. 기존 5위를 차지했던 POSCO는 현대모비스에 밀려 6위로 내려갔다.

    양희준 BS투자증권 연구원은 "이 움직임(블록딜 시도)에 대해 갖가지 해석이 분분한 가운데 확실한 것은 기존의 현대모비스의 디스카운트(주가 할인) 요인으로 작용했던 지배구조 시나리오의 유효기간이 만료됐다는 사실"이라며 "이에 따라 현대모비스의 밸류에이션 정상화가 빠르게 진행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임은영 삼성증권 연구원도 "이번 블록딜 시도가 현대차그룹 지배구조 재편의 시작으로 인식될 가능성이 높다"며 "그 동안 현대모비스 주가를 지배했던 리스크가 완화되면서 본업가치로 평가 받고 밸류에이션이 정상화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현대글로비스의 경우 단기적인 주가 약세는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며 "또 다른 지배구조 관련 이슈가 제기될 가능성을 배제한다면 강한 실적 모멘텀을 확인한 이후에야 주가가 안정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