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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대연봉 보험설계사에 대해 이야기 들어 본 경험은 누구나 있을 것이다. 영업에 혈안이 된 보험회사가 수당을 과도하게 책정하고 있어, 설계사는 잘만 하면 큰 돈을 벌 수 있는 직업군으로 알려져 있다.
설계사의 수당은 '사업비'라는 명목으로 보험료에 포함돼 가입자 한명 한명에게 걷어간 돈이다.
설계사가 어떻게 많은 수당을 챙겨갈 수 있는지 파헤쳐 본다.
◇ "보험료 내줄께. 3개월만 유지해 줘"…여전한 '가라계약'
회사원 김희영씨(가명.27)는 보험설계사 친척의 간곡한 부탁으로 보험계약서에 서명을 했다. 보험료를 모두 내 줄테니 가입자란에 사인만 해 달라는 것이다.
김 씨는 "보험료 보내줄 테니 가입해 달라고 부탁하는데 워낙 가까운 사이라 거절하기 힘들었다. 나에게 전혀 손해가 없다고 하고, 계약기간동안 사고라도 당하면 보장받으니 좋다고 했다. 자세한 내용은 모르지만 지인에게 도움이 되기도 하고 나 또한 손해보지 않는다는 말에 해줬다.
보험회사에서 확인전화가 오면 '설명을 제대로 들었나' 등의 질문에 대해 '네'라고 말하라고 했다. 얼마후 보험을 해지했다"고 말했다.
김 씨가 체결한 계약은 가입자의 의지에 따라 계약하지 않는 가공계약, 일명 '가라계약'이다. 보험사와 보험당국은 '거의 사라졌다'고 말하지만 보험실적을 채우기 위한 설계사들의 위법행위는 여전히 진행중이다.
또 다른 회사원 이석원씨(가명.35)도 비슷한 계약을 했다.
이 씨는 "친한 친구가 술 마시면서 보험을 들어달라고 부탁했다. 실적을 채워야 하는데 3개월만 유지해 달라고 했다. 한달에 50만원 상당의 보험료는 본인이 내겠으니 회사로 한번 찾아와 달라는 것이었다. 회사로 가서 이미 꾸며진 서류에 모두 사인을 하자 돈도 줬다. 3개월 동안 설계사 친구가 돈을 보내줘 보험료를 납부했다"고 전했다.
가공계약은 위법행위지만 사라지지 않고 있다. 새로운 보험계약이 성사될 때 엄청난 수당을 챙겨주기 때문에 설계사들은 가입자를 늘리기 위해 갖가지 수단과 방법을 동원하고 있다.
금융감독원 보험감독국 홍장희 팀장은 "계약자가 실제 존재하지 않는데 설계사가 피보험자 동의 없이 명의를 도용했거나, 계약할 의사가 없는데 설계사가 통장에 돈을 넣어주며 계약한 경우 모두 가공계약, 즉 존재하지 않는 계약이다. 두 가지 모두 보험업법 97조 '보험계약 체결 또는 모집에 관한 금지행위' 위반에 해당하는 사항이다. 모집인들이 절대 해서는 안되는 행위다"고 밝혔다.
이어 홍 팀장은 "위반정도에 따라 설계사에 등록취소, 영업정지, 1000만원 이하의 과태료 등을 부과할 수 있다. 또 해당 보험사에 관리감독의 책임을 물어 위반정도에 따라 해당 보험상품 연간 수입보험료의 20% 이하 범위 내에서 과징금도 부과할 수있다"고 말했다. -
◇ 보험사, "경영난에 시달리고 있다"면서 사업비 '방만운영'
가공계약이 이뤄지는 이유는 간단하다. 설계사가 보험사로부터 '수당'을 받기 위해서다. 보험사는 사업비라는 항목으로 설계사들에게 수당을 챙겨주고 있다.
보험료는 '참조율'을 기반으로 '이율'을 적용하고 '사업비'를 더해 산정한다. 사업비에서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것이 바로 '설계사 수당'이다. 사업비를 설계사 해외 여행에 쓰기도 한다.
뉴데일리가 입수한 한 보험사의 보험수수료지급 기준에 따르면 많게는 800%까지 신계약비 명목으로 수당이 지급된다. 월 50만원 짜리 종신계약을 체결했다면 8배에 해당하는 금액인 400만원이 '신계약비'로 미리 빠지는 셈이다.
설계사들이 종신보험을 가장 먼저 추천하는 이유 중 하나도 신계약비를 가장 많이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뿐만 아니다. '신계약비'와 함께 '유지비', '수금비' 명목으로 각종 수당을 챙겨 받는다. 이 역시 가입자가 낸 보험료에 포함된다. 유지비는 일정기간 이상 계약이 유지됐을 때 설계사가 받는 금액이며, 수금비는 수금할 때 드는 비용이다.
수금비의 정의를 살펴보자. 수금비란 '보험사업을 유지하면서 보험료를 수금하는데 소요되는 경비 일체'다. 아주 오래전 설계사가 보험료를 직접 수금하면서 생긴 수당이다. 하지만 보험가입시 자동이체를 설정하지 않으면 보험가입 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본다면, 아직도 수금비가 있다는 게 이해하기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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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카슈랑스 모집인 서창규씨(가명·남·35)는 "나도 보험설계를 하고 있지만 수당이 과도하다고 생각한다. 보험사에서 영업에 혈안이 돼 수당을 퍼준다. 건당 수당 뿐만 아니라 분기별 목표 이상을 달성했을 때 추가로 수당을 준다. '선진금융탐방'이라는 명목의 휴양지 해외 여행은 일반화 돼있다.
은행에서 보험을 파는 직원들의 수당도 많은데 보험모집만 하는 사람들은 더 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보험설계사 박민규(가명·남·35)씨는 "설계사의 수당은 사실 고객 돈을 빼먹는 것이다. 어떤 보험이든 5년 이내에 해지하는 것은 무조건 손해다. 고객들이 내는 초반의 보험료는 사업비라는 명목으로 빠지기 때문에 남는 금액이 없다"고 전했다.
이어 박 씨는 "설계사들은 실적압박으로 '가라계약 작업을 치는' 경우가 많다. 없어졌다고 하지만 천명중 한명빼고 다 한다고 본다. 고객이 실토하지 않는 이상 걸리지 않는다. 회사입장에서는 돈만 벌면 되므로 굳이 가라계약을 단속하려 노력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
◇ "가재는 게편" 금융당국, 현황파악도 못하고 있어
설계사들의 실적과 수당을 위한 가공계약은 얼마나 될까.
보험사와 금융당국 모두 정확히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금감원에서 불완전판매율을 따져보고 있지만 수치가 실제와 같다고 볼 수 없다. 보험사에서 산출한 자료를 근거로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금감원 보험검사국 장동민 팀장은 "2013년 불완전 판매비율은 생보사 0.78%, 손보사 0.31%, 합계 0.53%이다. 하지만 이는 보험사에서 신고한 수치로 낸 통계다. 실제 얼마나 많은 불완전판매가 이뤄지고 있는지 파악할 수 없다"는 답변을 내놨다.
사업비는 보험료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항목이다. 그러나 가입자들은 보험상품의 보험료와 보장내역을 주로볼 뿐 복잡한 보험료 산출법에 대해 관심을 갖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사업비를 줄여 보험료를 적절히 조정하고 감시하는 역할은 금융당국을 중심으로 이뤄져야 한다.
하지만 금융당국의 의지가 부족하다는 지적은 어제 오늘 얘기가 아니다. 특히 오는 4월 보험료 인상이 예정돼 있어 사업비 방만 운영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더욱 크다.
금융소비자원 오세헌 보험국장은 "보험사들은 사업비를 줄여 보험료를 인하할 수있는 여지가 충분이 있지만 보험료 인상을 결정했다.
불투명한 사업비를 공개하라고 요구하자 자사 홈페이지와 협회를 통해 공개하고 있지만, 이해하기 어렵게 명시했다.
예를 들어 월 보험료가 15만원이라고 해보자. 보험료에서 사업비율을 33.3%이라고 알리면 15만원 중 5만원이 사업비로 들어간다는 것을 소비자들이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150%라고 표시하는 식으로 난해한 표현을 해놨다. 이는 납입보혐료를 순보험료로 나눈 비율을 적어놓은 것이다.
보험사는 소비자에게 보험료에 대한 설명을 쉽게 하려고 노력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이어 오 국장은 "가재는 게편이다. 보험사를 관리감독하고 있는 금융당국에서도 의지를 보이지 않는다. 수차례 사업비의 방만운영에 대해 이야기 하고 보험료 인하요인과 사업비 표기에 대한 의견을 냈지만, 변화가 없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