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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멘트가격을 놓고 건설업계와 시멘트 업계간 기싸움이 치열하다. 건설업계는 "시멘트 생산원가의 35%가량을 차지하는 유연탄 가격이 하락한 만큼 시멘트값도 내려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시멘트 업계는 "향후 유연탄 가격이 어떻게 될지 모르는 상황에서 가격 인하를 말하는 것은 건설사들의 아전인수(我田引水)식 해석에 불과하다"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고 있다.
15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31개 대형건설사 자재담당자 모임인 대한건설자재직협의회(건자회)는 올해 첫 총회를 오는 25일을 전후해 개최한다. 이번 총회에서 이들은 시멘트 가격 인하 등을 중심으로 건축자재 가격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다.
대형건설사의 한 자재담당자는 "총회는 매월 개최하는 데 올해 첫 총회 일정은 아직 확정되지는 않았다. 25일을 전후해 모일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이번 총회에서는 시멘트 가격 인하에 대한 의견이 자연스럽게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건설사들이 '시멘트 가격 인하' 의견을 내놓는 데에는 시멘트 생산원가의 35%가량을 차지하는 유연탄의 가격 하락이 결정적인 이유로 작용했다.
실제 국제 유연탄 가격은 2011년 상반기 1톤당 125달러에서 2014년 상반기 75달러까지 하락했다. 올해 1분기에도 1톤당 80달러 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건설업계 한 관계자는 "유연탄 가격은 하락한 반면 시멘트 가격은 최근 몇 년 사이 계속 올라 시멘트 제조업체들의 수익성이 좋아졌다"며 "원자재 값 인하에 따른 이익을 시멘트 회사만 누리지 말고 업계 전반으로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시멘트 업계는 이같은 건설업계의 주장과 달리 "시멘트 가격 인하는 건설사들의 아전인수(我田引水)식 해석에서 나온 결과물"이라며 논의자체를 꺼리는 분위기다.
유연탄 가격이 내리긴 했지만 언제 또 오를 지 모르는 데다, 유연탄 가격이 올랐을 때의 '피해'는 오롯이 시멘트 업체들이 감내했다는 이유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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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멘트업계에 따르면 2000년대 중반 유연탄 가격은 1톤당 210달러까지 치솟았다. 최근 유연탄 가격이 75달러라는 점을 비교하면 3배정도 비쌌던 셈이다. 하지만 당시 국내 시장에서의 시멘트 가격은 1톤당 4만원선으로 현재 7만5000원대보다 절반 가까이 저렴했다. 그만큼 시멘트 업계로선 수익이 나지 않아 힘들었다는 얘기다.
시멘트업계 한 관계자는 "유연탄 가격이 폭등했을 때 '시멘트값을 올려달라'는 시멘트 업체들의 요구에 콧방귀도 끼지 않던 건설사들이 이제와서는 '유연탄 가격이 떨어졌으니 시멘트 가격도 낮추라'고 하는 것은 어불성설(語不成說)에 불과하다"며 "지난해 1톤당 시멘트 가격으로 8만원을 요구했지만 건설사들이 받아들이지 않아 7만5000원에 현재의 가격대가 형성된 것인 만큼 더 내릴 이유가 없다"고 설명했다.
실제 시멘트업계에서는 지난해 건설업계, 레미콘업계와 시멘트가격을 협상하면서 전년(7만3600원) 대비 7000원 정도 인상된 8만원대의 가격을 요구했다. 하지만 건설업계가 난색을 표하면서 2013년보다 1400원 올린 7만5000원에 가격이 최종 결정됐다.
또 다른 시멘트 업계 관계자는 "건설업계와 레미콘업계, 시멘트업계가 모여 시멘트 가격을 협상하는 것은 연례 행사처럼 상시적으로 매년 열리는 것이 아니다"면서도 "시멘트 가격에 대한 협상이 있을지, 없을지는 현 상황에선 아무것도 결정된 바 없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