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요새 배터리 사업 잘 되는 곳이 어디 있습니까. 현재 검토 가능한 모든 방안을 열어두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배터리 사업, 잘 해야죠."
정철길 SK이노베이션 총괄사장은 22일 오후 서울 남대문로 밀레니엄힐튼 호텔에서 열린 '2015년 에너지업계 신년인사회'에 참석해 배터리 사업 상황에 대해 묻는 기자의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최근 SK이노베이션은 국제유가 폭락과 최태원 회장의 부재 등이 겹치면서 힘든 경영환경에 처해있다. 주력 사업인 정유부문은 물론 석유화학 사업과 신성장동력의 핵심인 배터리 사업도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특히 배터리 사업의 경우 연료전지분야의 핵심 기술인 분리막(LiBS) 기술을 세계 3번째로 획득해 야심차게 추진해 왔지만 최근에는 투자 파트너를 찾아나섰다. 힘든 경영환경 속에서도 배터리 사업에 대한 투자를 이어가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현재 SK는 여러 기업에 합작사(JV) 설립과 투자 협업 등을 타진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정 총괄사장은 "최근 배터리 사업 투자 파트너를 찾기 위해 여러 업체를 접촉중인 것으로 아는데 어떤 업체들과 논의 중인가"하는 질문에는 어떠한 대답도 내놓지 않았다.
그러나 "SK가 배터리 사업을 떼어내려는 것은 아니냐"는 물음에는 "현재 배터리 사업을 열심히 하기 위해 다양한 방안 등을 열어 놓고 검토 중"이라며 "배터리 사업, 잘 해 나갈 것"이라고 답했다.
정 사장은 더 구체적인 사업 계획 등에 대해 묻자 "(총괄사장을 맡은지 얼마 되지 않아) 아직까지는 사업의 구체적 내용을 파악하고 있는 단계"라면서 "나중에 기회가 되면 자세히 이야기 하겠다"는 말을 남기고 행사장을 떠났다.
정 총괄사장의 이같은 발언은 SK이노베이션의 올해 배터리 사업 방향을 여실히 보여준다.
최태원 회장의 부름을 받고 올 초 SK이노베이션의 새로운 사령탑을 맡게 된 정철길 총괄사장은 '위기의 SK이노베이션'을 구할 구원 투수로서 막중한 책임감을 떠안고 있다. 그는 직원들들에게 "올해 죽기 살기로 각오해야 한다"면서 "어떻게 해야 살아남을지 고민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거듭해 온 것으로 전해졌다.
또 냉정하게 사업 경쟁력을 따져 '아니다' 싶으면 과감하게 몰아치면서 검토하고, 어느 정도 경쟁력이 있다고 판단되는 사업에 대해서는 내부적으로 힘을 실어 '어떻게든 살려보자'고도 강조했다.
SK의 배터리 사업은 후자에 속한다. 정 사장의 배터리 관련 발언은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어떻게든 방안을 강구해 꼭 살려내겠다'는 다짐으로 해석된다.
다행히 SK이노베이션이 주력하고 있는 중국 시장 내 배터리 사업 전망은 밝은 편이다. 지난해 말 독일 콘티넨털과 진행한 전기자동차 배터리 합작 사업을 청산하면서 유럽 시장에서는 쓴 맛을 본 SK지만 중국 시장 만큼은 전기차 배터리 시장을 선점하겠다는 욕심을 내보였다.
SK이노베이션은 지난해 1월 베이징전공, 베이징자동차와 손잡고 합작사인 '베이징 베스크 테크놀로지(Beijing BESK Technology)'를 설립했다.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가 탑재된 션바오EV가 올 초 부터 상업판매를 시작했으며 션바오EV 업그레이드 모델인 '150' 모델의 경우 올 들어 1000대 정도 팔렸으며 북경 내 택시 등의 수요가 많아 생산규모 증설까지 고려하는 상황이다.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지난해 중국 시장에 전기차 배터리 2000여대 물량을 공급했으며 올해는 연 5000~8000대 물량 목표를 무난히 채울 것으로 기대된다"고 전했다.
한편 이 날 신년인사회에는 윤상직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허진수 GS칼텍스 부회장, 정철길 SK이노베이션 사장, 문종박 현대오일뱅크 사장, 나세르 알-마하셔 에쓰-오일(S-OIL) 사장, 구자철 예스코 회장, 김성국 삼탄 사장, 황은연 포스코에너지 사장, 김상열 OCI 부회장, 김대훈 LG CNS 사장 등 업계 관계자 200여명이 참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