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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행이 가계부채 안정화를 위해 2000억원 가량을 한국주택금융공사에 출자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다.
이는 금융당국의 요청에 따른 것으로 중앙은행이 발권력을 정책금융에 사용하는 것이 적절한지에 대한 논란이 일고 있다.
10일 금융당국과 한은 및 주택금융공사 등에 따르면, 금융위는 올해 만기가 도래하는 주택담보대출 42조원 중 20조원을 대환 대상으로 설정하고, 필요하면 주택금융공사의 자본금을 늘리기로 했다.
주택금융공사의 현재 자본금 규모는 1조4000억원으로, 이를 통해 현재 45조~50조원의 은행 대출을 유동화하고 있다. 그러나 정부의 가계부채 대책에 따라 올해 최대 20조원의 주택담보대출을 원금분할·장기·고정금리 대출로 전환하려면 이에 필요한 자본금을 확충하겠다는 것이다.
금융위는 '필요하면'이라는 전제를 달기는 했지만, 이미 한은 등과 자본금 확충 규모와 시기 등을 협의하고 있다.
한은은 지난 2004년 주택금융공사 출범 때 3100억원을 출자했고 2012년에 1350억원을 추가로 출자해 전체 지분의 31%가량을 보유한 2대 주주다. 따라서 주택금융공사가 자본금을 늘리게 되면 주주인 한은이 발권력을 동원해 출자를 하게 된다.
한은의 한 관계자는 "협의는 진행 중이지만 아직 규모나 시기 등은 불확실하다"면서 조심스러운 입장을 보였다.
한은의 출자금액은 2%대 고정금리대출 상품 규모, 보증배수에 따라 다르지만, 2000억원 정도로 보인다.구체적인 시기는 정해지지 않았지만, 자본금 확충은 한꺼번에 하지 않고 주택금융공사의 여력 등을 봐가면서 상황에 따라 조금씩 늘려가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문제는 한은이 주택금융공사에 추가로 출자를 하려면 돈을 찍어내야 하는데 통화정책을 하는 한은이 정부의 정책금융에 동원되는 것이 바람직한지에 대해 논란이 있다는 점이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출자 그 자체가 문제는 아니지만, 중앙은행이 특정한 형태의 목적에 자금을 많이 투입하는 것은 기본적으로 바람직하지 않다"며 "주택자금 관련 부분도 금리조정 과정을 통해 수행해 나가는 것이 바람직하고, 추가로 출자해야 할 부분이 있다면 정부에서 하는 게 맞다"고 지적했다.
오정근 건국대 특임교수도 "통화정책은 특수한 영역을 대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보편적으로 돈을 풀어서 경제가 돌아가도록 하는 것"이라며 "한국은행이 주택금융 같은 곳에 발권력을 쓰면 경제 전체적으로 생산성을 떨어뜨리고, 이는 저성장의 원인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에 대해 금융당국 한 관계자는 "한은이 주택금융공사의 2대 주주로서 출자하는 것은 당연하고, 가계부채 등 금융시스템 안정이라는 취지에도 부합한다"며 "최근 다른 나라에서 엄청나게 돈을 푸는 상황을 고려하면 한은의 출자에 대해 '발권력 동원'이라고 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은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