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해 12월 시중자금의 단기화 정도가 7년9개월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저금리 기조가 장기화되는 가운데 투자처 등 갈 곳을 찾지 못한 자금들이 금융시장을 떠돌고 있는 것이다.

     

    21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금융권에 풀린 총유동성(Lf·평잔 기준) 가운데 인출이 자유로워 사실상 현금에 준하는 예금인 수시입출식예금과 현금 등을 합친 협의통화(M1)가 차지하는 비율인 자금 단기화 수준은 작년 12월 20.4%에 달했다.

     

    이는 지난 2007년 3월 21.5% 이후 7년9개월만에 최고 수준이다.

     

    자금 단기화 비율의 상승은 예비적 동기로 보유하는 통화가 늘었다는 의미여서, 자금이 실물경제로 흘러들지 않는 경향을 반영한다.

       
    이 비율은 리먼사태가 발생한 지난 2008년 9월 16.8%에서 2011년 2월 20.1%까지 오르고서 하락세로 전환, 2012년 9월 18.2%까지 떨어졌으나 그 이후 기준금리 하락 등을 계기로 단계적으로 올라 현 수준까지 상승했다.

     

    최근 자금의 단기화 경향 역시 한은의 기준금리 인하로 시중의 유동성은 늘었지만 투자 등 실물경제의 수요로 이어지지 않는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한은이 작년 8월과 10월에 기준금리를 내리면서 시중 유동성은 늘고 있지만 단기성 금융상품에 상대적으로 많은 돈이 흘러들었다.     


    예금취급기관의 상품별 잔액만 보더라도 이런 경향은 뚜렷하다. 돈을 수시로 찾을 수 있는 수시입출식 저축성 예금과 요구불 예금의 잔액은 작년 12월말 현재 521조3841억원으로 기준금리를 올리기 전인 7월말보다 48조718억원(10.2%)이나 늘었다.

     

    이에 비해 일정 기간 돈을 넣어둬야 하는 정기 예·적금은 작년 12월말 현재 992조776억원으로, 5개월 사이에 3조7251억원(0.4%) 증가하는 데 그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