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모두 문 닫게 생겼다" 한숨소리 높아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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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회가 3일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을 통과시킨 가운데 호텔, 골프장, 백화점 등 소비 현장 여기저기서 "이제 모두 문 닫게 생겼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터져나오고 있다.

     

    그렇지 않아도 경기 불황으로 국내 소비가 위축돼 있는 마당에 김영란법마저 시행되면 매출에 큰 타격을 받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4일 업계에 따르면 김영란법으로 가장 큰 타격을 받을 분야론 골프장이 지목되고 있다. 그동안 관행적으로 '골프=비즈니스'라고 여겨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김영란법'은 직무 관련성이 있으면 한 번만 골프를 쳐도 과태료 부과 대상으로 삼고 있다.

     

    수도권의 한 골프장 관계자는 "김영란법이 시행되면 골프를 치려는 공무원들은 자취를 감출 것"이라며 "아직도 골프를 사치로 인식하는 이들이 많은 것 같아 안타깝다"고 푸념했다.

     

    특급호텔도 '김영란법'이라는 쓰나미를 피해가기는 어려워 보인다. 한 특급호텔 관계자는 "기업들의 접대비 내부 승인 절차가 앞으로는 엄격해질 것"이라며 "호텔이나 레스토랑 같은 고급 음식점을 이용하려고 하지 않을 것 같아 걱정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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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백화점 업계도 울상을 짓기는 마찬가지다. 경기 불황에도 그나마 숨통을 틔워 줬던 VIP층의 소비가 김영란법으로 위축될 수 있어서다. 한 백화점 관계자는 "이젠 고급화 전략도 먹히지 않을 것 같다"며 "백화점의 최대 대목인 명절 선물세트 판매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토로했다.

     

    위스키 업체들도 걱정이 크다. 6년째 매출이 감소하고 있는 상황에서 김영란법으로 판매 부진은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한 위스키 업체 관계자는 "과거 접대비 실명제가 시행됐을 때 가장 긴장했던 곳이 주류 업계였다"며 "이번에도 비슷한 상황이 전개될 수 있다"고 걱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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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편 1년 6개월간의 유예 기간을 거쳐 내년 9월부터 시행되는 '김영란법'은 직무와 상관없이 1회 100만원(연 300만원)을 초과한 금품을 수수하면 3년 이하의 징역이나 5배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하는 게 골자다.

    다만 100만원 이하의 금품을 수수했을 경우 직무 관련성이 있을 때에만 금품가액의 2배~5배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하도록 했다. 물론 이 경우에도 한 명에게 연 300만원을 넘게 금품을 수수하면 형사처벌이 가능하다. 또 식사와 골프 접대 등 후원 명목도 똑같이 처벌하도록 규정했다.

     

    법안 적용대상은 국회, 정부출자 공공기관, 국·공립학교 등의 공직자를 비롯 사립학교 교직원과 언론사 종사자다. 사립학교 이사장과 임직원도 적용대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