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지원 등 정부 협력도 필요…국제보트쇼에 '자동차업체' 참여 눈길
  • ▲ 요코하마 베이사이드 마리나.ⓒ일본 항만 재개발 공동취재단
    ▲ 요코하마 베이사이드 마리나.ⓒ일본 항만 재개발 공동취재단


    "마리나는 무엇보다 접근성이 좋아야 합니다."


    지난 5~8일 일본 요코하마에서 열린 일본 국제보트쇼 2015 행사를 주최한 일본해양산업협회 관계자는 마리나사업을 시작하려는 한국에 "화려하고 지나치게 좋은 마리나를 만드는 것도 잘못된 생각"이라며 이구동성으로 이같이 조언했다.


    ◇도심서 가까운 경치 좋은 곳 찾아야…화려한 마리나는 계류비 비싸 이용자 꺼려


    행사장에서 기자들과 만난 야스시 츠리타니 해양산업협회 선임이사는 "마리나는 보트를 타는 환경이 중요하다"며 "일본은 도심에서 접근하기 힘든 너무 먼 곳에 만들었다. 외국 마리나는 도시와 가까워 성공적이었다"고 일본의 시행착오를 되풀이하지 말라고 했다.


    켄지 마와타리 해양산업협회 코디네이터도 접근성이 중요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마와타리씨는 "마리나 인프라는 사람들이 쉽게 찾아올 수 있는 곳이어야 한다"며 "물이 깨끗하거나 경치가 좋은 곳에 마리나를 건설하는 곳이 좋다"고 부연했다. 마리나 수익구조 중 가장 이익이 많이 나는 업무가 계류인데, 자기 배를 놓고 싶은 곳은 물이 깨끗하거나 경치가 좋은 곳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일본은 버블경제가 무너지기 시작한 1993년 보트 등록이 44만척을 넘어 정점을 찍은 후 거품경제가 빠지면서 줄어 현재는 23만척쯤을 유지하고 있다. 산업규모는 총 2500억엔 수준이다. 엔진이 없는 세일보트보다 파워보트가 주를 이룬다. 요즘은 길이 3m 미만의 미니보트를 즐겨 타는 사람이 많다. 등록된 미니보트는 4만~5만척쯤이다.

     

  • ▲ 켄지 마와타리 일본해양산업협회 코디네이터.ⓒ일본 항만 재개발 공동취재단
    ▲ 켄지 마와타리 일본해양산업협회 코디네이터.ⓒ일본 항만 재개발 공동취재단


    마와타리씨는 "지나치게 좋은 마리나를 만드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지역주민 사용자나 물가 등을 무시한 채 사용료를 비싸게 매기면 이용자가 줄어 마리나산업이 계속해서 발전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마와타리씨는 "일본은 지방정부가 원조를 많이 해 미국의 좋은 마리나항을 따라하면서 굉장히 멋진 마리나항이 만들어졌지만, 특히 시골에 있는 마리나는 비어있는 곳이 많다"며 "현재 등록된 배의 70%는 낡고 싼 보트인데 이런 배의 소유자는 배를 사도 유지비용을 내기가 힘들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들은 배를 무료나 싸게 계류할 수 있는 곳을 찾지만, 최근에는 이런 곳들이 없어졌다"며 "일본 마리산업이 지속해서 발전하지 못한 원인 중 하나가 계류가격을 싸게 하지 못해 저변 확대가 어려웠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한국은 새 보트를 거의 사지 않는데 산다면 거의 중고배를 사지 않겠느냐"고 덧붙였다. 처음부터 계류시설을 방대하게 만들어 사용요금이 비싸면 시설을 놀릴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마와타리씨는 "평균적으로 마리나항 한 곳에 100척쯤이 계류하지만, 200척 이상 계류하지 않으면 운영자체가 어렵다"며 "한국에 1만척쯤 보트가 있다면 100개 정도의 마리나항이 적정한 규모라고 생각한다. 소규모 계류장은 더 많아도 좋다"고 제시했다.


    일본해양산업협회와 해양수산부에 따르면 일본에는 전국적으로 540개의 마리나항만이 있다. 이 중 '바다의 역'이라는 브랜드로 운영되는 중규모 이상 항만은 전체의 28%인 149개다.


    ◇대규모 투자 때 정부 금융 지원 큰 힘…확실한 비전 제시·흔들림 없는 추진 필요


    일본 항만재개발의 대표적 성공사례로 꼽히는 요코하마 베이사이드 마리나 호즈미 나카타 대표는 마리나 사업 초기 또 다른 성공의 열쇠로 정부 차원의 전폭적인 금융 지원을 꼽았다.


    베이사이드 마리나는 1993년 건설 당시 120억엔이 투입됐다. 이 중 3분의 1에 해당하는 40억엔은 요코하마시에서 대출을 받았는데 이자를 감면받았다.

     

  • ▲ 베이사이드 마리나 호즈미 나카다 대표.ⓒ일본 항만 재개발 공동취재단
    ▲ 베이사이드 마리나 호즈미 나카다 대표.ⓒ일본 항만 재개발 공동취재단


    나카다 대표는 "당시 중앙정부와 요코하마시에서 대출을 무이자로 받을 수 있게 했다"며 "3년 만에 대출을 다 갚은 이후에는 흑자를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베이사이드 마리나는 매년 14억~15억엔의 수익이 발생해 1억5000만~2억엔의 이익을 보고 있다. 수익구조에서 가장 이익이 많은 부분은 역시 계류비로, 전체 수익의 9억엔쯤이 계류비다. 연료 판매수입과 보트 수리·정비 등이 다음이다.


    나카다 대표는 손님을 유인하기 위해서는 쇼핑몰, 음식점, 아웃렛 등 상업시설에 관한 계획도 필요하다고 밝혔다. 마리나는 주차장과 같아서 계류장이 꽉 차면 수익이 추가적으로 늘지는 않는 등 자체사업에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베이사이드 마리나에는 계류장 외에도 2층 규모의 스트리트형 쇼핑몰이 입점해 있다.


    나카다 대표는 "현재 2단계 개발계획으로 호텔사업이 진행되고 있다"며 "연말까지 사업이 완료되면 숙박시설이 정비될 것"이라고 부연했다.


    하지만 나카다 대표는 무엇보다 중앙정부나 지방자치단체 등이 제대로 된 비전을 만들고 이를 체계적으로 지원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베이사이드 마리나의 경우 요코하마시가 베이사이드 마리나가 속한 요코하마항 미나토미라이21 지구를 체계적으로 개발했기 때문에 현재의 상태에 이르렀다는 것이다.


    나카다 대표 설명으로는 미나토미라이 지구에는 상업 중심지인 요코하마역과 관청지역인 칸나이지구가 있고 그 옆에 원래 조선소가 붙어있었다. 요코하마시는 조선소를 가나가와 매립지로 옮기고 남은 택지에 새로 매립한 토지를 더해 지금과 같은 186㏊ 규모의 미나토미나이를 개발했다. 요코하마시는 3단계 개발계획으로 부두역할밖에 못하는 야마시타항을 제2의 미나토미나이로 개발하기 위해 해당 지역을 내항만지구로 설정한 상태다.


    나카다 대표는 "요코하마시가 이 계획을 시작한 것은 5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며 "(정부나 사업주체 등이) 확실한 그림(개발계획)을 그리고 경제상황에 흔들리지 않게 이를 착실하게 진행해 나가는 게 필요하다"고 밝혔다.


    ◇日 자동차업체 보트산업 진출 눈길…회원제로 선박 수리·관리 서비스


    올해 일본 국제보트쇼는 중고보트페어 특별이벤트로 진행됐다. 행사장에는 일본에서 인기 있는 1~2인승 또는 가족용 파워보트와 엔진 등이 전시됐다.


    특히 토요타, 혼다, 스즈키 등 유명 자동차브랜드도 자체 생산한 가족용 파워보트를 전시해 눈길을 끌었다.

     

  • ▲ 일본 국제보트쇼 2015 전시장 모습.ⓒ일본 항만 재개발 공동취재단
    ▲ 일본 국제보트쇼 2015 전시장 모습.ⓒ일본 항만 재개발 공동취재단


    마와타리씨는 자동차업체들의 보트 산업 진출에 대해 "옛날에는 플라스틱으로 보트를 만드는 게 장래성이 있다고 해 자동차업체들이 많이 참여했지만, 마리나산업이 축소되면서 지금은 적은 수만 남았다"며 "도요타는 비교적 최근 참가한 업체"라고 설명했다.


    그는 "도요타는 완전히 다른 발상으로 자신들의 자동차 기술을 바탕으로 보트를 만들고 있다"며 "도요타는 자동차에서 발상을 가져와 선체를 알루미늄으로 만들고 엔진도 자동차 엔진을 쓴다"고 밝혔다.


    홍장원 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 해양산업관광연구실장은 "도요타는 독일업체와 해양산업 관련 합작사업을 하다 관련 독일업체를 인수해 보트를 생산하기 시작했다"며 "콘도미니엄 형식으로 여러 명이 레저를 즐기는 프로그램도 마련했다"고 부연했다.


    이는 마리나사업에 관심 있는 대기업의 참여를 유도할 수 있는 한 방법이어서 주목된다. 도요타와 야마하의 마리나사업 모델은 콘도미니엄방식으로 회원을 모집하는 방식이다. 회원권을 산 회원은 일정기간 보트를 사용할 수 있고 사용하지 않을 때는 임대할 수도 있다. 해당 기업은 선박 수리에서부터 관리까지 다 맡는다. 야마하는 '시스타일', 도요타는 'nTP 마리나 린쿠' 브랜드를 만들어 마리나사업을 운영 중이다.


    홍장원 연구실장은 "일본 마리나 항만 브랜드인 바다의 역에서는 배도 빌리고 밥도 먹고 온천도 즐기는 등 다양한 연계 레저프로그램이 운영된다"며 "우리나라는 아직 하드웨어만 생각하는 수준이지만, 바다의 역과 같이 소프트웨어를 얹는 방식을 벤치마킹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