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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리나에 각종 크기 요트가 정박해있다.ⓒ연합뉴스
해양수산부가 야심 차게 추진하는 국가 지정 거점형 마리나항만 조성사업 중 사업규모가 가장 큰 여수 엑스포장 마리나항만 개발사업이 사실상 좌초됐다.
하지만 해수부는 여수 엑스포장 마리나시설지구의 거점형 지위는 유지할 방침이다.
정부가 지정한 거점형 마리나항만 중 경남 창원 명동을 제외한 나머지 지역은 사업계획이 접수되지 않아 시장 수요를 무시한 정부의 밀어붙이기식 사업추진이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여수 엑스포 마리나사업 결국 좌초…해수부, 거점형 지위는 당분간 유지
1일 해수부에 따르면 거점형 마리나항만 개발사업의 사업계획을 공모한 결과 △부산 영도구 하버마리나항만 △부산 해운대구 운촌 마리나항만 △경기 안산 방아머리마리나항만 △충남 당진 당진마리나항만 △전남 여수 웅천마리나항만 △경남 창원 명동마리나항만 등 6곳에 대해 사업계획서가 제출됐다. 여수 엑스포장 마리나항만 개발에 관한 사업계획서는 접수되지 않았다.
이런 결과는 예견됐었다. 여수시는 지난 2월 거점형 마리나항만 개발사업 참가의향서를 제출했지만, 사업대상지는 엑스포장 내 마리나시설지구가 아닌 웅천지역이었다. 사업계획 공모에는 참가의향서를 냈던 20개 참가지역만 참여할 수 있다.
여수시는 엑스포장 마리나항만 개발은 사실상 포기했다는 태도다.
시 관계자는 "애초 (정부가 나서) 거점형 마리나항만 개발사업을 추진한 이후로는 엑스포 마리나 외 다른 곳에 대해 사업검토가 이뤄지지 않았다"면서 "하지만 엑스포 박람회장 내 마리나시설지구가 일괄매각 대상에 포함되고 여수시장이 바뀌면서 웅천쪽 사업여건이 더 좋은 것으로 결론내렸다"고 말했다.
웅천지역은 애초 2009년 거점형 마리나항만 조성사업 기본계획에 여수지역 사업대상지로 반영됐던 곳이다. 택지개발지구이면서 인근에 소규모지만, 요트장도 있어 여수시가 최적지로 꼽은 곳이다.
그러나 2013년 3월 정부가 발표한 거점형 마리나항만에는 여수 엑스포장 마리나시설지구가 사업대상지로 선정됐다. 정부의 엑스포장 사후활용 방안이 고려됐기 때문이다.
정부는 지난달 27일 여수세계박람회 사후활용지원위원회를 열어 기존의 일괄매각 방침을 일부 접고 장기임대 도입을 뼈대로 하는 사후활용계획 변경안을 심의·의결했다.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용역 결과를 토대로 박람회장 내 나대지와 한국관·엑스포홀을 제외한 국제관, 주제관, 빅오(Big-O), 스카이타워 등 건물·시설을 최장 10년 장기임대할 수 있게 했다.
해양레저구역에는 마리나시설 외에도 장기 체류·헬스케어형 해양레저시설을 도입할 수 있게 해 민간투자 여건을 개선했다.
일각에서는 이런 결정에 힘입어 제자리걸음을 하던 엑스포장 마리나항만 개발사업이 탄력을 받을 거라는 관측이 제기됐다.
그러나 엑스포장 내 마리나시설지구는 나대지로 분류돼 장기임대가 제한됐다.
시 관계자는 "마리나시설지구가 장기임대 허용지구로 풀려도 사업 경쟁력이 떨어진다"며 "시내 지역이라 공시지가가 높아 국유재산관리법에 따른 임대비용도 만만치가 않다"고 강조했다.
관광·교통 등 기반시설을 이미 갖추고 있어 사업성이 떨어지는 만큼 임대료 절감을 위한 재정 지원 없이는 사업 재검토가 불가능하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해수부는 추가적인 공모 접수 계획은 없지만, 여수 엑스포장 마리나시설에 대한 거점형 마리나항만의 지위는 유지한다는 방침이다.
해수부 관계자는 "여수 엑스포장 마리나시설에 대한 거점형 지정 해제는 아직 결정된 게 없고 개발 여지를 열어둘 것"이라며 "웅천 마리나항만도 평가 결과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면 지정되지 않을 수도 있다"고 밝혔다.
해수부는 7월 말까지 공모에 참여한 사업계획의 적정성 등을 평가해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하고 10월 중 협약을 맺는 등 사업시행자 선정을 연내 마무리할 계획이다.
◇민간사업자 국가 지정 거점형 사업대상지 외면…정부 밀어붙이기식 사업추진 도마 위
이번 공모에서는 국가 지정 거점형 마리나항만 사업대상지 중 창원 명동지역을 제외한 나머지 지역은 사업계획서를 내지 않았다.
거점형 마리나항만은 여수 엑스포, 인천 덕적도, 전북 고군산, 경남 창원 명동, 울산 진하, 경북 울진 후포지역 등 6곳이다. 지난 2월 사업참가의향서 접수 때는 여수를 제외한 5곳에서 사업참가 의사를 밝혔다. 고군산은 2곳, 명동은 3곳, 진하와 덕적은 각각 1곳이 사업참가 뜻을 비쳤다.
당시 해수부 관계자는 "마리나항만구역에서의 각종 점·사용료 감면, 민간 투자 수요 불일치 해소 등 정부의 노력에 시장이 반응을 보인 것으로 볼 수 있다"며 "의향서에 그치지 않고 사업 참가로 이어질 수 있게 힘쓰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공모 결과는 정부 예상을 빗겨갔다. 대부분 민간 사업신청자들은 정부가 정한 거점형 사업대상지에 대해 투자를 외면했다. 대신 경기 1곳, 부산 2곳, 충남 1곳 등에서 새롭게 거점형 마리나항만을 개발하겠다는 태도다. 그나마 부산을 제외한 나머지 지역은 지방자치단체가 사업을 주도하는 실정이다.
일각에선 정부의 밀어붙이기식 사업 추진이 문제라는 지적이다. 여수만 해도 애초 지자체는 웅천지역을 최적의 사업대상지로 봤지만, 정부가 엑스포장 사후활용과 투자금 회수를 최우선으로 고려하다 보니 사업이 좌초됐다는 것이다.
인천 덕적도도 거점형으로서의 사업입지는 손색이 없으나 민간 투자자 입장에선 내륙과 떨어져 있다 보니 콘도 등 수익형 사업모델을 개발하기가 어렵다는 지적이 있었다.
지자체 한 관계자는 "재정 여건상 민간투자 없이 지자체가 단독으로 사업을 추진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며 "거점형은 공공적인 성격이 강하기도 하지만, 사업 초기부터 민간 투자수요를 적극적으로 반영했어야 한다"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