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빚더미를 짊어진 채 사회로 진출하는 젊은이들이 늘어나고 있다. 학자금 대출을 이용해 어렵게 학업을 마친 대학생들이 졸업과 채무 상환이라는 과제를 떠안게 되기 때문이다.
특히 직장을 구하지 못해 아르바이트 자리를 전전하는 졸업생들에게 빚은 큰 부담이 된다. 어렵게 취업에 성공하더라도 수년간 대출금 상환을 해야만 한다.
이런 상황에서 학자금 대출 때문에 신용불량자가 되는 젊은이들까지 속출하고 있다.
취업포털 '사람인'이 최근 신입 구직자 891명을 대상으로 ‘부채 유무와 금액’을 조사한 결과, 46.8%가 '빚이 있다'고 답했다. 1인당 평균 부채 규모는 2769만원으로 집계됐다.
한국장학재단의 학자금대출규모는 누적으로 2010년말 3조7000억원에서 2014년말 10조7000억원으로 4년새 2.9배 늘었다. 대출자수 역시 2010년 70만명에서 지난해 152만명으로 배 이상 증가했고 학생 1인당 평균 대출액은 같은 기간 525만원에서 704만원으로 34% 늘었다.
이처럼 학자금 대출이 급격하게 늘어난 것은 조기 및 명예퇴직 확산, 부동산 시장 냉각 등 경기부진이 지속되면서 부모들의 경제적 상황이 어려워졌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자녀의 대학 진학 시점이 부모의 퇴직 시기와 겹친 탓에, 부모로부터 지원받지 못한 대학생들이 학자금대출을 받는다는 것. 이 때문에 사회에 진출하기 전에 빚쟁이로 전락하는 악순환이 발생하는 셈이다.
그렇다고 청년 입장에서는 대학교육을 포기할 수도 없다. 경제상황이 어려워질수록 학력간 임금격차가 확대되고 좋은 일자리 기회에서도 큰 차이가 생기기 때문이다.
문제는 청년층의 고용부진이 극심해지면서 학자금 대출 역시 불안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든든학자금'과 일반상환 학자금의 이자 또는 원금을 납기일 내에 갚지 못한 연체자는 작년말 현재 4만4620명에 달한다. 연체액은 ‘30만원 미만’이 2만6,259명(58.9%)으로 가장 많았으나, 연체자 10명 중 1명(9.8%)은 100만원 이상 연체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또, 한국장학재단 학자금 대출을 6개월 이상 연체해 신용유의자로 등록된 학생 수도 급격히 증가했다. 2006년말 670명에서 2014년말 2만231명으로 급증했다. 과거 신용불량자와 유사한 신용유의자로 등록될 경우, 그 학생은 각종 금융거래에서 불이익을 받을 뿐만 아니라 취업에 제한을 받을 수도 있다.
이런 가운데, 전문가들은 대학생들의 금융수요 규모와 현 제도의 문제점 등을 고려해 정책을 펴야 한다고 지적했다.
임은희 한국대학교육연구소 연구원은 “등록금을 포함한 학생들의 교육비가 연간 2000만 원에 이르는 등 대학생들이 계속 빚을 질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대학생들의 기본 생활비가 낮아지는 것이 우선”이라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서울시내 한 대학 교수는 “대학생들의 학자금, 주거비, 생활자금 등 사용 용도별 금융수요 규모와 현실적인 자금 조달(대출)의 문제점이 무엇인지 파악한 후 정책을 수립해야 한다”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