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1450원대 고공행진에 식품·외식 물가 상승 압력 고환율에 원재료 수입가격 상승… 식량자급률도 낮아 식품 가격, 하방경직성 높아 물가에 지속 부담 줄 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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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없이 치솟는 환율이 경제 상황을 더욱 악화하고 있다. 비상계엄 사태로 인한 탄핵정국, 전 세계적인 강달러 현상으로 빚어진 고환율이 외환시장을 강타하고, 급기야 밥상 물가까지 위협하고 있다. 식품·외식업계는 수입 의존도가 높아 고환율이 장기화하면 가격 상승 압력이 높아질 수 밖에 없는 구조라 대응이 시급해 보인다.24일 서울외환시장에 따르면 전날 원·달러 환율은 1452.0원으로 거래를 마감했다.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처음으로 3거래일 연속 1450원을 넘어서며 최고 수준을 오가고 있다.안동현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는 "우리 경제의 펀더멘탈 좋지 못해 1400원과 1450원 사이의 원·달러 환율을 사실상 뉴노멀로 봐야 하는 상황"이라며 "1400원대 후반까지 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으며, 환율을 방어할 외환보유액도 4000억달러 선이 깨지면 상당히 위험하다"고 말했다.식품·외식업계는 원재료를 대부분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탓에 고환율은 먹거리 물가 상승을 부채질하는 요소다. 한국농수산식품공사(aT)의 '식품산업 원료소비 실태조사'에 따르면 2022년 기준 국내 식품제조업체에서 제품 생산에 사용하고 있는 농축수산물 원료는 1877만톤으로 이 중 국산원료를 사용하고 있는 비중은 31.8%에 그친다.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상황인 셈이다. 예컨대 환율이 오르면 밀가루 원료인 원맥과 설탕의 원료인 원당 등의 수입 원재료 가격 상승을 부추겨 원가 부담이 커지고 가격 인상으로 이어질 수 밖에 없다.실제 농촌경제연구원이 코로나19 이후 환율이 지속 상승한 시기(2020년 1월~2023년 4월)의 환율이 국내 식품 물가에 미친 영향을 분석한 결과, 환율이 1% 인상될 때 식품물가는 약 0.5% 상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식품의 경우 한 번 오른 가격은 내릴 여지가 생겨도 잘 떨어지지 않는다는 점에서 향후 환율이 안정화되더라도 장바구니 부담은 쉽사리 줄어들기 어려울 전망이다. 정대희 농경연 부연구위원은 "식품 가격의 하방경직성을 고려할 때 환율이 지속 상승 구간에서 올라간 식품물가는 환율이 하락하고 안정적 상태에 복귀하더라도 예전 수준으로 단기간 내 회복될 수 없다"고 말했다.엎친데 덮친 격으로 물가 상승의 바로미터인 세계식량가격지수는 지난달 127.5로 19개월 만에 최고를 기록했다. 지수는 2014~2016년 평균 가격을 100으로 두고 비교해 나타낸 수치다. 주요 품목군 중 유지류 가격 지수는 한 달 만에 7.5% 상승했고 유제품 가격 지수는 0.6% 올랐다.소비자물가 선행지표인 국내공급물가도 7개월만에 최대 폭으로 상승했다. 11월 국내공급물가지수는 124.15(2020년 100 기준)로 전월(123.47)보다 0.6% 오르며 두달 연속 오름세를 보였다. 지난 4월(1.0%) 이후 가장 큰 폭의 상승으로, 환율 급등으로 수입품 가격이 크게 오른 영향으로 분석됐다.11월 생산자물가지수도 10월(119.01) 보다 0.1% 상승한 119.11로 4개월 만에 상승전환했다. 11월 수입물가지수(원화기준 129.03)도 전달보다 1.1% 올라 두 달 연속 상승세를 이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