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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이 대출 금리를 올리거나 예‧적금 금리를 내리면 현장에서 고객들의 원성이 자자합니다. 은행은 분명 '수익성'을 추구하는 영리기업이지만, 소비자정서와 맞지 않다고 판단되면 다른 기업보다 유독 심하게 비난을 받아요. 은행에 입사한 뒤 꽤 오랫동안 수익성과 공공성이라는 딜레마에 빠져있었습니다"
얼마 전 만난 취재원이 털어놓은 이야기다. 시중은행에 입사한 지 일년이 조금 지난 그는 대다수의 은행들이 이러한 고민을 안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취재원의 말처럼 모든 은행들이 '수익성'과 '공공성'의 딜레마에 빠진 것은 아닌 모양새다.
올해 한국스탠다드차타드(SC)금융지주와 한국씨티은행은 예년과 마찬가지로 본사에 거액의 배당금을 지급했다.
SC금융은 지난해 794억원의 당기순손실을 냈지만 영국본사에 1500억원을 중간 배당했고, 한국씨티은행 역시 본사에 역대 최대 수준인 2100억원을 배당과 해외 용역비 명목으로 지급했다.
지난해 실적악화로 적자를 내고, 지점과 인력 축소 등 강도 높은 구조조정 실행한 뒤 지급한 배당금인만큼, 외국계 은행을 향한 비난은 더욱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외국계은행들이 한국에 진출한 뒤 그동안 투자한 금액을 고려했을 때, 안정된 재무건전성을 달성하고 있고 주주에게 일정한 배당금을 지급하는 것이 전혀 문제될 것 없다는 입장을 내세우고 있다. 영리성을 추구하는 기업이 주주에게 배당하는 행위는 정당하다는 것.
올해 취임한 박종복 한국SC은행장은 한국에 직접 투자된 금액은 4조6000억원이지만 같은 기간 배당액은 4500억원 수준으로 직접투자액 대비 배당이 연율 1% 수준이었다며 고배당이 아니었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물론 은행은 수익성을 창출하는 기업이기 때문에 취득한 이익을 투자한 주주들에게 분배하는 행위 자체가 법적으로는 전혀 문제되지 않는다. 하지만 고객 자산을 기반으로 수익성을 창출하는 특수산업인 만큼, 은행에 대한 사회적 책임이나 고객 정서 고려 등 공공성에 대한 잣대는 다른 산업보다 엄격할 수 밖에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외국계 은행들은 배당정책에 대해서는 언제나 공공성이 아닌 수익성에만 편향된 선택을 내리고 있다.
은행에 입사한 지 이제 막 일년이 지난 취재원은 수익성과 공공성에 대한 고민은 쉽게 끝나지 않을 거라고 언급했다. 다만 은행이 공공성을 아예 포기할 수있는 부분은 절대 아니라고 설명했다.
외국계 은행들의 해마다 되풀이되는 고배당정책을 보며 언제쯤 수익성과 공공성의 균형을 맞출 수 있는지 궁금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