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자 절반 세금 '0'...자녀장려세제 등 8000억 구멍
  • ▲ 연말정산 논란이 깊은 상처만 남긴 채 일단락됐다ⓒSBS 캡처
    ▲ 연말정산 논란이 깊은 상처만 남긴 채 일단락됐다ⓒSBS 캡처

     

    숱한 논란을 낳았던 연말정산 보완대책이 마침내 12일 국회 본회의 통과로 일단락됐다.

     

    귀결은 전체 직장인의 3분의 1이 넘는 638만명에게 이달 급여일에 4560억원, 1인당 약 7만원씩을 되돌려주는 방식이다. 13월의 보너스에서 13월의 폭탄으로 바뀐지 4개월만의 일로 가까스로 봉합의 모양새를 취했다.

     

    하지만 이번 연말정산 논란은 우리사회 전반에 깊은 상처만 남겼다.

     

    우선 국세기본인‘공평과세의 원칙'이 붕괴됐다. 저소득 근로자의 세부담을 줄이기 위해 각종 혜택을 늘린 결과, 세금을 안내는 근로자 층이 전체의 50%로 한층 넓어졌다. "5500만원 이하 소득자는 세부담을 주지 않겠다"는 공언을 쫓으면서 '예외자' 205만명까지 포함시킨 결과다.

     

    더욱이 저소득층에게 자녀장려금을 지급하기로 한데다 축소했던 자녀관련 공제들도 다시 확대, 신설되면서 당초 설계와 달리 연봉 4000만원 이하 근로자에게는 세액공제와 자녀장려세제를 이중으로 지원하는 모양새가 됐다.

     

  • ▲ 연말정산 논란이 깊은 상처만 남긴 채 일단락됐다ⓒSBS 캡처

     

    당장 정부는 부족한 재원을 어디서 메꿀지 발등의 불이 떨어졌다. 애초 정부는 지난 2013년 소득공제를 세액공제로 전환하는 방식으로 세법을 개정하면서 고소득층이 더 내는 1조1500억원을 자녀장려세제와 근로장려세제에 쓸 요량이었다.

     

    하지만 세부담 증가 기준선을 3450만원에서 5500만원으로 늘린데다 추가 보완대책으로 또다시 4500억원을 다시 돌려주게 됐다. 올해 자녀장려세제와 근로장려세제에 1조4000억원이 소요될 예정임을 감안하면 결국 8000억원의 재원이 구멍난 형국이다.

     

    사상 초유의 대규모 소급 적용으로 세금 정책의 일관성도 무너졌다. 정희수 국회 기재위원장은 "이번 법 개정은 세법 신뢰성 추락과 함께 나쁜 선례로 남게 됐다"며 "세수부족이 심해지고 ‘국민개세주의’라는 원칙도 흔들렸다”고 지적했다. 당사자격인 직장인들 조차 도대체 정부의 조세정책이 무엇이고 앞으로 어떻게 세금을 걷겠다는 것인지 알 수가 없다는 불만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세법도 기우고 때우기를 반복하면서 전문가들도 손사래를 칠 정도로 너덜너덜해졌다. 공평과세를 목적으로 출발한 '세액공제'의 취지는 온데간데가 없다. 무조건 세부담을 줄여 조세저항을 무마하는데만 급급하다보니 소득공제도 세액공제도 아닌 '짬뽕 공제'가 됐다.

     

  • ▲ 기재부와 국세청 직원들은 또 이달 환급을 위해 밤샘근무를 해야 한다ⓒ
    ▲ 기재부와 국세청 직원들은 또 이달 환급을 위해 밤샘근무를 해야 한다ⓒ

     

    정부의 정책적 신뢰는 '꼼수증세' 시비속에 일찌감치 땅에 떨어졌다. 이런데도 누구 하나 사과나 재발방지 약속이 없다. 13월의 세폭탄 논란 속에 드러난 한심한 우리사회의 민낯이다.

     

    이달 환급을 위해 또다시 날밤을 새야한다며 야근을 준비하는 기재부와 국세청 직원들의 퀭한 눈빛이 안쓰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