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의 고유영역 '환전, 송금, 예금, 대출, 결제' 한 부분씩 빼길 것"
  • ▲ 건국대학교 정보통신기술대학원 금융IT학과 이영환 교수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 건국대학교 정보통신기술대학원 금융IT학과 이영환 교수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20년전 음악시장에 불어닥친 디지털 바람에 음반업체의 엄청난 저항에도 줄도산한 것처럼, 다시 디지털 '태풍'이 '페이', 'P2P 대출', '클라우드펀드' 등의 이름으로 금융사에 불고 있다.


    일부 금융사는 긴장하며 대응하고 있고, 일부에서는 정부에서 하라고 하니 억지로 핀테크를 쥐어 짜는 모습이다. 또 "핀테크는 할 사업 없다", "실체 없는 산업이다", "한국의 시스템은 워낙 편리해서 중국처럼 한번에 바뀌지 않는다"며 앞으로는 정부 눈치보기 핀테크 사업을 하고 뒤로는 비아냥 거린다.


    그러나 지금 민첩하게 변화하지 않으면 향후 5~10년 사이 파산하는 금융사가 생길 수 있다는 경고의 목소리가 있다. 핀테크 분야에서 명성이 높은 건국대학교 정보통신기술대학원 금융IT학과 이영환 교수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 ▲ 건국대학교 정보통신기술대학원 금융IT학과 이영환 교수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 건국대학교 정보통신기술대학원 금융IT학과 이영환 교수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 은행의 고유영역 '환전, 송금, 예금, 대출, 결제' 한 부분씩 빼앗길 것


    핀테크는 은행의 업무를 전산화 시키는 것과는 수준이 다르다. 아날로그 식 창구방식을 완전히 디지털로 바꾸는 사고의 변화가 필요하다. 은행의 영역인 환전, 송금, 예금, 대출, 결제 등의 서비스를 한 부분식 핀테크 회사에 빼앗길 수 있다." 


    미국에서는 지난 2008년 금융위기 이후 탈은행 계층이 형성됐다. 전문직 중 은행계좌가 없는 사람이 4%에 달한다. 인터넷뱅킹에 익숙한 사람들은 창구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고 오히려 귀찮게 생각한다. 구글월렛 등 핀테크 회사에 돈을 넣어 놓는다. 


    ◇ 환전·송금 서비스의 변화는 이미 시작


    환전과 송금 부분은 이미 변화가 시작됐다. '알리페이' 서비스가 시작되면서 명동의 환전소가 33개에서 19개로 줄었다. 환전소와 달러상들이 첫번째 핀테크의 바람의 희생자가 됐다. 알리페이가 롯데면세점 환전 수수료로 벌어들이는 수익만 한달에 500억원이다. 다른 가맹점까지 포함하면 한달에 2000억원 수준, 일년에 2조원에 달한다.


    알리페이는 국내서 '세븐일레븐' 등에 로고로 붙이며 브랜드 친밀성을 키우고 있다. 알리페이가 '코리아페이'를 만들어 한국에 진출한다면 엄청난 파급력이 있을 것이다. 로고가 익숙해지면 한국사람들도 쓰고 싶어할 것이다. 


    코리아페이를 통해 알리바바의 머니마켓펀드(MMF)인 위어바오에도 투자할 수 있다고 하면 한국 은행의 예금 서비스에 충격이 갈 것이다. 한국 예금 이율이 연 1% 후반대이지만 위오바오는 7%까지 올라갔다. 지금은 외환관리법으로 인해 쉽게 투자할 수 없지만, 관련 규제가 풀리고 환전의 용이성이 있으면 영향력이 엄청날 것이다. 


    알리바바 마윈 회장이 중국에서 위오바오에 100조원 규모의 투자금을 모았는다. 한국의 국내총생산 고려할 때 적지 않은 투자금이 모일 수 있다. 또한 중국과의 자유무역협정 체결로 중국 금융이 한국에 진출하기 쉬워진다.


  • ▲ 알리페이 앱 화면
    ▲ 알리페이 앱 화면


    ◇ 다음 타깃은 '결제'카드사, 위기 느껴야


    환전·송금 다음으로 타격은 결제시장이다. 카드사는 위기의식을 느껴야 한다. 코리아페이가 들어온다고 하면 카드사는 긴장해야 한다. 세븐일레븐 등에 붙어있는 알리페이의 로고를 통해 조금씩 익숙해지며 브랜드 가치가 생기고 있다. 


    앞으로는 결제 수단으로 신용카드를 사용하지 않는 사람도 생길 것이다. 현재 신용불량 등의 이유로 신용카드가 없는 사람이 700만명이나 되는데, 이들이 먼저 알리페이에 흡수될 수 있다. 또한 알리페이 결제시 계좌에 돈이 모자르면 자동대출 시스템이 있다. 


    '카카오페이'는 카카오톡이라는 플랫폼을 버리면 발전가능성이 더 크다고 본다. 알리페이가 한국에 진출한다면 한국에 있는 페이회사와 경쟁하면서 위력이 더 커질 것이다.


    ◇ 알리페이 등장으로 중국 금융권 변화의 소용돌이


    알리페이를 바라보는 시각은 첫째 '부럽다' 둘째 '위험하다'다. 금융계에 엄청난 파급을 몰고오는 알리페이를 탄생시킨 알리바바와 같은 회사가 한국에 없어 부럽다. 한편으로는 중국 시스템 상 관련 규정없이 허가부터 내줘 앞으로 사고가 발생할 위험이 크다는 점에서 위험하다. 중국 정부는 알리페이가 은행이 아니라며 지급준비비율에 대한 기준도 없이 허가를 내줬다.


    알리바바는 중국에서 이미 금융권을 위협하는 존재가 됐다. 알리바바의 머니마켓펀드 위어바오에 몰린 돈이 100조에 달하자, 금융권이 위축되는 분위기다. 

     

  • ▲ P2P방식 대출대행업체 8퍼센트 홈페이지
    ▲ P2P방식 대출대행업체 8퍼센트 홈페이지


    ◇ P2P 대출핀테크의 강력한 영역 중 하나 


    핀테크에서 강력한 영역 중 하나가 P2P 대출이다. 은행에서 돈을 빌리는 것이 아니라 사람에게 돈을 빌리는다는 개념이다. 개인들이 투자해 모인 돈으로 소셜플랫폼 위에서 평가된 등급에 따라 대출해준다.


    우리나라에서 8퍼센트라는 대출대행 사이트는 제도권 1~7등급에게 돈을 빌려준다. 


    한국금융의 가장 큰 문제 중 하나가 은행과 대부업 사이에 중간이 없다는 점이다. 대학생들, 취업준비생 등이 돈이 급할 때 은행의 대출을 이용하지 못해 최고 금리 대부업을 찾게 되고, 이후부터 이자 갚느라 허덕이는 악순환이 시작된다. 


    이들을 중간 핀테크 대출대행업체에서 보안해 줄 수 있는데, 국내에는 크라우드 펀딩법이 없다는 이유로 금융당국이 '8퍼센트'라는 사이트를 폐쇄시켰다. 금융당국은 변화하는 핀테크 시대의 흐름을 읽지 못하고 대출업무를 하려면 대부업 등록할 것을 요구했고, 결국 올해 2월 대부업으로 분류돼 서비스를 시작했다. 


    지금은 규제 때문에 클라우드펀드 활성화가 제대로 되지 않지만, 규제가 풀린다면 P2P방식의 대출대행 업체가 늘어나면서 은행의 대출 부분에 큰 타격을 줄 수 있다.


  • ▲ 건국대학교 정보통신기술대학원 금융IT학과 이영환 교수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 건국대학교 정보통신기술대학원 금융IT학과 이영환 교수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 한국도 알리페이 나오려면 금융당국은 규제 아닌 경쟁 유도해야


    금융당국 담당자의 전문성이 절실히 요구된다. 다들 열심히 배우려고 노력하고 있지만 2년 정도 후 보직이 바뀐다면, 일을 할 수 있게 됐을때 떠나는 꼴이 된다. 새로와서 전임자가 하던일을 하고 업무를 파악해 사업을 추진하려 하면 인사 발령이 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금융당국의 수장도 매번 열심히 하지만 야심찬 계획을 발표하고 이행하기도 전에 바뀌니 사업의 추진력이 없다. 


    금융당국의 힘이 너무 센 것도 문제다.


    금융당국에서 사전규제를 너무 강하게 한 것이 금융회사의 경쟁력을 막았다. 금융회사는 해커의 공격이나 기술의 흐름에 쫒아가려 노력하지 않아도 금융당국의 '허락'만 받으면 모든 것이 용서됐다. 


    은행이 피싱, 스미싱 사기로 고객의 돈을 잃어도 금융당국이 하라고 한 공인인증서만 갖춰져 있으면 대법원에서도 책임을 면제해 줬다. 금융사들은 덩치만 커지고 금융당국이 시키는데로만 하려한다. 


    마치 유치원생이 어른이 됐는데도 유치원 선생님 밑에서 시키는 데로 하는 꼴이다. 이렇다 보니, 한국 금융사의 재무건전성은 122위로 세계 꼴찌 수준이다. 우리가 후진국이라고 생각하는 네팔이나 방글라데시보다도 못하다.


    언론과 국민이 금융사고 발생의 책임을 금융당국에 돌렸고, 당국은 너무 많은 규제를 만들어 금융사를 울타리 안에 가둬놨다. 어느 나라나 규제가 복잡하지만, 우리나라는 지저분한 정도다. 이러한 울타리 안의 금융사들은 돈이 드는 시스템에 투자할 필요 없이 당국이 시키는데로만 했다. 


    미국 등 선진국은 금융사기가 발행하면 일차적인 책임은 금융사에 있다. 우리나라는 사고가 나도 보험만 들면 끝이다. 금융사 스스로 시스템을 안전하게 구축하려고 노력하지 않아 금융 후진국이 됐다. 지금이라도 민첩하게 준비하지 않으면 외국 핀테크에 휩쓸려 '금융식민지'가 될 수도 있다.


  • ▲ 건국대학교 정보통신기술대학원 금융IT학과 이영환 교수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 건국대학교 정보통신기술대학원 금융IT학과 이영환 교수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 '천송이 코트' 쇼로 엑티브X는 오히려 후퇴


    우리나라 금융계는 1년 동안 '천송이쇼'를 했다. 간편결제라 하지만 간편하지 않아졌다. 엑티브X는 인터넷익스플로러에서만 기반으로 구동되는 프로그램으로 해커의 공격대상이 되면서 바이러스를 옮기는 매개가 될 확율이 높아져, 차세대 기술로 선택되지 못했다. 


    그렇다면 엑티브X를 업애면서 더 안전하고 편리하고 간편한 기술이 도입돼야 할텐데, 엑티브X를 없애는 것에만 급급해 해커들의 표적이 되는 .exe 방식으로 바꿨다. 이는 프로그램을 강제로 다른 사람 컴퓨터에 심는 방식으로, 해킹의 위협이 더 크다. 엑티브X가 엑티브Y로 퇴보한 꼴이다. 


    공인인증서는 처음엔 좋은 시스템이었다. 하지만 15년 동안 같은 자물쇠를 사용했는데 도둑이 털지 못할 리 없다.

    금융당국에서 키보드보안, 메모리보안, 공인인증서 3가지로 개인의 보안을 책임지려는 의도 였지만 이는 옳지 못하다. 국가가 어떻게 개인의 시스템을 하나하나 보안해 줄 수 있겠나. 


    개인의 보안을 책임진다는 이유로 이 세가지 시스템을 구축할 것을 강요했고, 은행은 이 기술 위에서 발생한 사고에 대한 책임은 면해줬다. 그 피해는 이용자에게 돌아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