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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보험학회 창립 51주년 기념 학술대회가 '보험산업의 신성장동력과 ICT'를 주제로 서울 광화문 교보빌딩에서 열렸다. 참석자들은 핀테크·빅데이터 등 정보통신기술(ICT)을 보험업에 활용하는 방안을 발표하고 토론했다.
대체적으로 ICT 활용이 보험 산업을 바꾸는 새로운 패러다임이 될 것이라는 의견이 많았지만, 개인정보 유출과 같은 보안 문제 등의 이유로 ICT와 보험의 결합이 순탄하지 않으리라는 지적도 있었다.
첫 번째 발표에 나선 김태은 파이코 부장은 "지난해 박근혜 대통령이 결제 간편화를 지적하게 한 '천송이 코트'로 핀테크가 알려졌지만, 해외 송금업무와 온라인기반 자산관리도 핀테크 기반 주요 서비스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간편 자금결제 서비스인 '비바리퍼블리카'와 고객의 자동차 사용 마일리지를 GPS와 소형 센서를 이용해 수집하는 '페이 에즈 유고(Pay As You Go)' 모델을 채용한 자동차 보험 서비스 등을 소개했다.
두 번째 발표를 맡은 황인창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보험산업에서 ICT를 활용하는 방안을 설명하면서 외국 사례를 제시했다.
황인창 연구위원은 "핀테크 도입은 △보험 상품 개발 단계 △판매·마케팅 △보험 계약 여부를 판단하는 최종 언더라이팅 △보험금 지급 단계까지 전 부분에 영향을 미친다"며 "예컨대 요율산정과 상품개발에서는 기존 상품의 요율산출 기법이 다양화되거나 새로운 요율 산출 기법이 개발될 수 있다"고 했다.
뒤이어 그는 △자동차와 무선통신을 결합한 차량 무선인터넷 서비스인 텔레매틱스를 이용한 자동차보험 △보험계약자의 운전 행태를 기반으로 보험료를 산정하는 UBI 보험 △'애플워치' 등 웨이러블기기를 활용해 고객의 생활습관을 반영한 건강보험 등을 보험과 ICT 융합의 예로 들었다.
세 번째로 '보험산업의 빅데이터 활용 방안'을 발표한 김용대 서울대 통계학과 교수는 "기술이 초창기일때는 작은 차이가 별로 중요하지 않지만, 기술이 포화상태일때는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는 말이 그대로 적용된다"고 했다.
김용대 교수는 빅데이터 활용에 성공한 기업으로 구글을 들면서 "구글 무인자동차는 안에 컴퓨터가 있는데, 일초에 삼억 번을 계산한다"며 "제조업에도 빅데이터가 쓰일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사례"라고 했다.
또한 그는 금융산업에서 빅데이터 활용의 예로 "미국 매사추세츠 공과대학(MIT) 교수진이 만든 '10억 달러 가격 계획 프로젝트'는 각 나라의 인터넷 쇼핑회사 상품가격을 분석해 실시간 물가지수를 산출했다" 며 "공식 통계를 믿을 수 없는 제3세계 국가에 투자하려는 이들이 쓰고 있다"고 했다.
마지막 발표자인 김성수 교보라이프플래닛생명 상무는 "핀테크는 보험업계에도 화두가 되고 있다"며 "라이프플래닛은 모바일로도 보험을 가입하고 청약할 수 있는 서비스를 시행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김성수 상무는 규제 개혁 현장 건의사항으로 "보험회사의 지급결제시스템 참여를 허용해 업무영역을 확대하고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게끔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그는 덧붙여 △보험사의 빅데이터 활용을 위한 개인정보 규제 완화 △보험사의 건강생활서비스업 참여
△가격규제 완화 등을 통해 "보험산업이 ICT와의 접목을 통해 끊임없는 혁신을 추구하는 '메기효과'를 가져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체적으로 ICT와 보험의 융합을 긍정적으로 보는 분위기였지만, 이어진 토론에서 현실적으로 ICT와 보험의 융합이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하는 이들도 있었다.
김헌수 순천향대 교수는 "보험 영역에서 상품요율 규제와 진입퇴출 규제 등을 통해 퇴출돼야 하는 회사를 유지시키는 경우도 있어, 과감한 변화가 일어날지 의문이다"라며 "핀테크를 써야 한다고 생각되면 완벽한 보안은 있을 수 없는데, 소비자의 자기책임주의를 인식시킬 가능성도 부정적"이라고 지적했다.
오해석 가천대 교수도 "현재까지 핀테크가 잘 진행돼 왔지만, 보안 문제는 분명 별개"라며 "그 문제에 관한한 어려운 국면을 맞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두 교수 모두 핀테크 등 ICT가 보험업의 새로운 성장 동력이 될 수 있다고 보고 있지만, 소비자의 의식이 충분히 성숙하지 않은 상황에서 개인정보 유출 등 보안 문제가 부각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