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감과 폐렴, 결핵 年 1만명 사망…과도한 공포심 자제해야
  • ▲ 메르스 감염의심자들도 전염방지의무를 다해야 한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 메르스 감염의심자들도 전염방지의무를 다해야 한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지난 2일 충북이 발칵 뒤집혔다. 청주의 한 초등학교 교사 A씨가 메르스 확진판정을 받은 아버지 병문안 후 나흘간 학교에 출근해 정상 수업을 진행하고 다른 학교 교사 4명과 1박2일 동안 숙식도 함께 하며 지낸 것으로 알려졌다. 다행히 이 교사는 자진해서 보건당국에 신고를 하고 1차 검사에서도 음성판정이 나왔지만 학부모들은 놀란 가슴을 쓸어내려야 했다.

    #서울 강남에서 자택 격리조치를 받은 50대 여성은 지난 2일 전북 고창의 골프장까지 내려가 자신의 남편 등 일행 10여 명과 골프를 친 것으로 드러났다. 이 여성은 단순 공간접촉자로 1차 검사에서 음성 판정을 받았으나 자택 격리조치가 공식적으로 해제된 상태는 아니었다. 보건당국은 해당 여성과 연락이 닿지 않자 경찰에 위치추적을 의뢰해 소재지를 파악하는 등 한바탕 소동을 벌였다. 다시 자택격리가 된 건 이미 9시간이 지난 뒤였다.

    #최초 메르스 사망자가 나온 경기도 한 병원의 중환자실과 응급실을 거친 의료진 50여명은 자가격리 대상자로 분류됐다. 하다지만 이 병원 의료진 상당수는 여전히 출퇴근하면서 환자를 진료하고 있다.

    #중국에 격리돼 치료를 받고 있는 확진환자 김모 씨는 "출국 전, 메르스 감염이 의심된다며 검진을 요청했지만 당국의 조처가 없었다"고 말했다. 김 씨는 출국 전 보건소에 전화를 걸어 "아버지가 메르스 확진 판정을 받아 자신도 검사를 받아야 할 것 같다"며 "보건소 치료가 가능하냐"고 묻자 담당 직원으로부터 "서울로 가라는 답변만 들었다"고 했다. 하지만 확인결과 사실관계가 일부 달랐다.

    병원을 두 군데 이상 방문하고 난 다음에야 가족 중에 메르스 환자가 있다고 털어놨고 의사는 중국 출장 만류만 하고 보건당국에 보고하지 않았다. 출국은 5월26일, 보건당국 신고는 5월27일 이었다.

     

  • ▲ @sbs 캡처
    ▲ @sbs 캡처


    단순 접촉자, 밀접 접촉자, 감염 의심자, 확진판정자 등의 몇몇 사례들이다. 개인은 물론 의료기관, 방역당국의 허술한 대응이 그대로 드러나 있다. 왜 한국이 중동 바깥에서 가장 많은 메르스 환자가 발생했는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4일 현재 메르스 의심환자로 분류돼 격리대상자로 분류된 인원은 1667명에 달했다. 이 가운데 160여명은 의료시설에 격리중이지만 종다수인 1500여명은 자택에 머물러 있다. 보건당국은 관할 보건소를 통해 자택격리자들의 몸 상태 등을 확인하는 모니터링을 한다고 하지만 본인이 밝히지 않으면 어떻게 병세가 진행되는 상황인지 전혀 알 수 없다.

    자택격리자가 외출할 때는 보건소에 이를 알려야 하지만 현실적인 통제에는 한계가 있다. 성실신고를 법적 책무로 규정하고 있지만 아주 특정한 경우에 한해서 벌금이나 과태료 정도의 규제가 유일한 강제다.

  • ▲ 일부 의심자들은 당국의 역학조사에도 강한 거부반응을 보이고 있다@
    ▲ 일부 의심자들은 당국의 역학조사에도 강한 거부반응을 보이고 있다@

     


    논란을 낳았던 역학조사도 마찬가지다. 대부분의 대상자들이 본인은 물론 가족, 주변인들의 신원까지 드러나는 조사방식에 거부반응을 보이기 일쑤다. 전문가들은 메르스의 확산과 진정의 갈림길에서 의심자나 접촉자들의 전염방지의무가 가장 중요하다고 말한다.

    최근 한 의료인은 SNS를 통해 "메르스 바이러스를 중국까지 가지고 간 분의 행동은 참 이해하기 어렵구나. 주의를 듣고, 열도 38도 이상 나고, 출장 가지 말라고 권고를 들었는데 기어이 가다니. 얼마나 많은 사람들에게 피해를 입힐 수 있는데. 아주 기본적인 시민의식인데 안타깝다"는 글을 올렸다.

    의료칼럼리스트인 홍혜걸씨도 '감염 의심자의 의무'를 거듭 강조했다. 홍씨는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모든 전염질환 의심자는 다른 사람에게 옮기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 가끔 수두 등 전염병이 의심되는 어린이 환자를 유치원이나 학교에 무심코 보내는 경우가 있는데 이것은 절대로 해서는 안되는 행동"이라며 "고열과 기침, 숨가쁨 증세가 나타나면 빨리 방역당국에 신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기침에도 예절이 있다며 소매로 입을 가리고 사람이 없는 방향으로 할 것과 마스크를 착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해마다 독감과 폐렴, 결핵 등 전염질환으로 지금도 우리나라에서 1만여명이 숨지고 있지만 아무도 독감이나 폐렴, 결핵이 무서워 생업을 포기하거나 과도한 공포심을 갖진 않는다며 일반 국민들의 차분한 대응도 함께 주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