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스 위기 빠진 한국경제 "中 전철밟지 말지 말아야" 전문가 "메르스가 경기 발목 잡지 않도록 소비 심리 북돋아야" 中 사스정국때 경제손실 37조원 달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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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한민국 전역이 공포에 휩싸였다. 중동 지역에서 집중적으로 발생하던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이 한반도를 덮친 탓이다. 4일 현재 메르스 감염자와 직·간접적으로 접촉해 격리된 사람은 모두 1667명에 이르며 확진 판정을 받은 환자는 35명이다. 확진 환자 중 4명은 안타깝게 목숨을 잃었다.


    이로 인해 다수의 학교가 휴업에 들어갔고 기업체들은 연수회·수련회·출장 등 대외활동 대부분을 취소시켰다.

     

    더 큰 문제는 우리나라 경제가 메르스로 인해 발목을 잡힐 가능성이 농후하다는 점이다.

     

    예전부터 사스, 신종플루, 에볼라 등 전염병이 확산되면 각종 사회·경제적 활동이 위축됐기 때문이다. 2003년 사스가 유행할 당시 중국은 1분기 10.3%의 고성장세에서 2분기 7.9%로 성장률이 2.4%p나 추락했다. 베이징대는 사스가 중국 경제에 미친 손실액이 약 2100억위안(약 37조원)에 이른다고 추산했다.

     

    우리나라도 신종플루가 확산되던 2009년 3분기 당시 성장률 0.9%를 보이며 바닥을 쳤다. 그해 4분기 성장률이 4.8%였던 것과 비교하면 적지 않은 타격이다. 세계은행(WB)은 신종플루의 경제적 피해가 전 세계적으로 4000억달러(약 445조원)에 달한 것으로 추정하기도 했다.

     

    지난해엔 라이베리아, 기니, 시에라리온 등 서아프리카 지역에 치사율 50%의 전염병 에볼라가 창궐하면서 이들 나라의 경제를 파탄 지경에 이르게 했다.

     


  • 벌써 국내 유통, 관광 업계 등에선 이같은 징후가 나타나고 있다. 몇일 전만해도 한창 붐볐던 유커(중국인 관광객)의 쇼핑 메카 서울 명동은 메르스 발생이후 눈에 띄게 관광객들이 줄었다. 우리나라에 들어오는 것이 두려워 여행을 취소하고 있는 것이다.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메르스로 인해 7~8월 한국 방문을 취소한 관광객은 지난 1일까지  중국인 2000명, 대만인 500명 등 2500명에 달한다. 관광객이 들어오지 않으니 화장품 등 유통가나 호텔 등 음식·숙박업 매출이 떨어지는 건 당연지사.

     

    이뿐만이 아니다. 전염에 대한 두려움에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장소엔 출입을 꺼리면서 오락, 공연계 등도 타격을 받고 있다.

     

    이같은 현상이 지속되면 엔화·유로화 약세 등으로 가뜩이나 어려운 우리 경제에 심각한 타격이 될 수 밖에 없다. 그런 만큼 대책이 필요하다.

     

    홍성일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 재정금융팀장은 "성장률도 낮고 수출도 원체 좋지 않은 현재의 우리나라 경제 상황에선 작은 충격만 가해지면 큰 진폭으로 울릴 수 밖에 없다"며 "정부에서는 하루 빨리 메르스 확산을 막아야 하고,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차단하기 위한 선제적인 조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지난해 4월 발생한 세월호 사고는 안전문제였지만 나중엔 소비가 줄어들면서 경제문제로 번졌다"며 "메르스 사태도 이런 전철을 밟지 않도록 움추려든 국민들의 심리를 북돋아 소비가 위축되지 않도록 하는 소비진작책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홍 팀장은 "소비진작을 위한 정책과 함께 금융쪽에선 통화정책으로 경기 부양 시그널을 주는 등 종합적이고 광범위한 대책이 나와야 한다"며 "기업들도 투자와 고용을 확대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도 이같은 문제를 인식하고 4일 주형환 기획재정부 제1차관 주재로 관계부처 합동 메르스 관련 경제적 영향 점검회의를 개최했다.

     

    이를 통해 숙박·공연·유통 등 서비스업, 지역경제, 외국인투자 등 대외부문 영향에 대해 부처 간 협조로 체계적인 모니터링을 벌이기로 했다. 모니터링 결과 이상 징후가 발견되면 피해업종과 계층에 대한 맞춤형 대책을 신속하게 마련한다는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