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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물산 지분 7.12%를 취득해 3대 주주로 올라선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엘리엇)가 삼성물산 측에 주주제안서를 지난 4일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보유 주식을 현물 배당할 수 있도록 정관을 변경하자는 내용을 담은 것으로, 기타 외국인 주주들의 위임장을 받아 표 대결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6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엘리엇은 보유 주식을 현물 배당 할 수 있도록 정관을 고칠 것을 요구하며 삼성물산과 그룹에 대한 공세 강도를 높이고 있다.
현재 삼성물산은 삼성전자 지분 4.1%를 비롯해 삼성SDS 17.1%, 제일기획 12.6% 등의 계열사 지분을 보유하고 있으며, 지분가치는 약 14조원 수준이다.
엘리엇은 삼성물산 지분 보유를 통해 삼성전자와 제일기획, 삼성SDS 등에 대한 현물배당을 추진할 수 있다.물론 기업이 현금 대신 자사주나 다른 상장사 주식 등 보유하고 있는 실물자산을 주주에게 나눠주는 배당 방식인 주식 현물배당 요구는 삼성 입장에서는 기업의 안정성을 저해하기 때문에 쉽게 받아들일 수 없는 부분으로, 앞으로 지속적인 마찰을 피할 수 없을 전망이다.
엘리엇의 주주제안과 주식 현물배당 요구 역시 결국 삼성의 기업 안정성을 흔들고, 경영권 분쟁을 유발시켜 시세차익을 거두기 위한 것으로 업계는 판단하고 있다.
지배구조 개편과 3세 승계에 갑작스러운 변수를 만난 삼성그룹도 긴장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특히 엘리엇 등장 이후 외국인 투자자들이 삼성물산 주식을 대거 사들이고 있다는 점에서 경계 태세를 늦추지 않고 있다.외국인은 지난 4일 삼성물산 주식 1076억원(155만7552주) 어치를 사들여 순매수 규모 역대 최대치를 기록한데 이어, 5일에도 707억원(95만5104주)을 순매수했다. 이들은 언제든 엘리엇과 우호관계를 형성할 수 있다는 점에서, 삼성의 긴장감은 높아지고 있다.
이에 삼성 측은 최치훈 삼성물산 대표, 윤주화 제일모직 대표 등 관계자들이 국내.외 주요 기관투자자들을 대상으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당위성과 시너지 효과를 알리기 위해 부지런히 뛰고 있다.
물론 업계는 엘리엇의 정관 변경 요구가 관철될 가능성을 낮게 보고 있다.
정관변경은 의결권 3분의 2 이상이 찬성해야 하는데 삼성물산의 주주명부를 갖고 있지 않은 엘리엇이 주주들을 찾아 설득시키는 작업이 사실상 불가능 하기 때문이다.
특히 엘리엇의 이번 의도 자체가 주주가치 제고가 아닌 '먹튀'를 위해 치밀하게 주식을 사들인 정황들이 나타난 만큼, 엘리엇의 주주제안 역시 삼성물산에 대한 하나의 '압박용 카드'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문제는 삼성물산이 앞으로도 엘리엇과 같은 외국계 헤지펀드에 언제든 휘둘릴 수 있다는 점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삼성물산의 지분구조는 삼성그룹 관계인이 13.99%를, 국민연금이 9.79%를 들고 있는 것 외에 나머지 68.91%를 기타 기관투자자 및 소액주주가 나눠 갖고 있기 때문에, 언제든 헤지펀드를 비롯한 거대 자본이 밀고 들어올 수 있다"고 말했다.
또 "이미 2004년에도 영국계 헤지펀드 헤르메스가 삼성물산 지분을 단기간에 매입·재매각하는 방식으로 300억원이 넘는 시세차익을 거둔 바 있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엘리엇은 여전히 손해볼 것이 없는 싸움을 하고 있다. 당장 이틀 만에 1500억원에 가까운 평가차익을 거뒀다.
5일 삼성물산 주식은 유가증권시장에서 전날보다 9.50% 오른 7만61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엘리엇이 지분 보유를 공시하기 전날인 3일 6만3000원(종가 기준)에 비해 20.79% 급등한 수준이다.
이에 따라 3일 추가 매수를 거쳐 삼성물산 주식 7.12%(1112만5927주)를 보유한 엘리엇의 지분 평가가치는 이틀만에 1457억원 늘어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