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통시장 지배력 전이, 생태계 파괴 우려돼" VS "가격 낮아져 소비자 만족하고 있어"소비자 후생이 먼저냐?, 공정경쟁이 먼저냐?... "정부 해법안에 관심 집중"
  • ▲ 결합상품 관련 전단지ⓒ방통위
    ▲ 결합상품 관련 전단지ⓒ방통위
    이통사들이 자사나 계열사들의 IPTV와 인터넷을 묶어 제공하는 '방송+통신' 결합상품을 잇따라 내놓고 있지만, 자사 이익에 따라 서로 다른 속내를 보이고 있다.

    당장 고객과 수익성 확보를 위해 가입자 유치에 열을 올리고 있는 모습이지만, 장기적으로 이통시장에서 지배력이 강한 SKT 연합으로의 쏠림현상을 우려하는 모습이다.

    KT와 LGU+의 경우 이통서비스를 갖추지 못한 케이블TV업계를 앞세워, SKT의 지배력 전이에 대해, '장기적으로 생태계가 파괴될 수 있다'며 한목소리다.

    하지만 SKT의 경우 '가격이 낮아져 소비자들이 만족하고 있는 만큼,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15일 이동통신업계에 따르면 KT, LG유플러스, 케이블TV방송에 더해 국회까지 나서 SK텔레콤의 결합상품 판매에 문제가 있다며 지적하고 나섰다. 

결합상품은 이동전화 서비스를 중심으로 인터넷이나 IPTV 등의 유선상품을 결합, 할인된 가격에 서비스 하는 것으로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등 이통3사 모두 제공하고 있다. 

소비자들은 유선인터넷이나 IPTV 등을 이동전화를 중심으로 묶어 개별 상품으로 가입하는 것보다 저렴한 가격에 이용하고 있다. 

당초 이통3사는 가입자 모집을 위해 이동전화와 인터넷, IPTV 등을 결합하면 '공짜' 혹은 저렴한 가격으로 이용할 수 있다는 것을 필두로 가입자 모집에 열을 올렸다. 

케이블TV방송 업계는 같은 유선 상품을 판매함에도 이동전화가 없어 시장에서 크게 불리, 결합상품의 문제에 대해 지속적으로 문제를 제기해 왔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가입자가 가장 많은 SK텔레콤을 중심으로 가입자들이 더 빠르게 모이자 위기감을 느낀 KT, LG유플러스도 "결합상품에는 문제가 없으나 SK텔레콤의 이동전화 시장 지배력이 다른 서비스로 전이돼 시장을 잠식할 수 있다"며 제재 촉구에 입장을 같이하고 있다. 

현재 KT와 LG유플러스 측은 당장은 '싼 가격'의 결합상품이 사업자들의 수익을 악화시켜 투자 여력을 잃게 만들고, 시장 생태계를 파괴시켜 결국에는 서비스 품질 저하로 이어지게 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한 이들은 지난 3년간 SK텔레콤이 초고속인터넷 47%, 유료방송 34%의 순증 가입자를 기록했다는 것을 근거로 이동통신 시장 점유율 전이를 우려했다. 

이들 관계자는 "SK텔레콤은 결합상품으로 가입자를 묶기 위해 1명만 움직여도 된다면 상대적으로 가입자가 적은 KT나 LG유플러스는 2배, 3배의 인원을 움직여야 한다"면서 "이러한 움직임이 장기화 될경우 우리는 물론, 케이블TV방송 사업자들은 고사하게 된다"고 목소리 높였다. 

갈수록 가입자들은 SK텔레콤에 몰리리고 결합상품으로 묶인 소비자들이 쉽게 통신사를 옮기지 못하게 되지만 결합상품을 포기할 수 없어 SK텔레콤에 화살을 돌린 것으로 풀이된다. 

반대로 SK텔레콤은 소비자 후생 저하를 앞세워 반대하고 있다. 소비자들이 결합상품에 가입하는 주된 이유는 '각각의 서비스를 이용하는 것보다 요금이 저렴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동전화 시장에서의 지배력을 남용하는 수준이 아닌, 정부가 허락한 수준 내에서 결합상품을 내놓고 있다는 것이다. 

논란이 계속되자 강동원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결합상품 요금을 미래부가 사전에 심사하도록 하는 내용의 전기통신사업법 일부 개정안을 대표 발의, 제재에 나섰다. 

강 의원은 법안을 통해 결합상품에 대한 법률적 정의가 모호하다는 것을 지적, 이를 명확히 하는 한편 결합상품 자체를 규제하는 것이 아닌 새로 출시되는 서비스에 대해 시장 지배적 사업자인 SK텔레콤이 사전에 미래부로부터 심사를 받도록 했다.

강 의원은 "결합상품이 필요 없는 단품 가입자를 차별하게 되고 불필요한 상품이나 요금제 가입에 따른 과소비를 조장한다"고 비판했다. 

이어 "최근 다양한 결합상품이 출시되고 있는데 반해 결합상품에 대한 정의와 규제기준이 명확치 않아 인가 사업자의 지배력이 결합시장으로 전이가 우려되고 있다"며 "시장지배적 사업자가 우월적 조건을 이용, 요금을 불공정하게 설정하거나 결합을 통해 다른 시장으로 지배력을 전이해 공정한 경쟁을 제한하는지에 대한 심사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뿐 아니라 결합상품에 대한 논의는 국회에서도 본격적으로 시작될 예정이다. 오는 19일에는 정호준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누구를 위한 결합상품인가?'라는 주제로 토론회를 연다. 자리에는 미래부, 방통위 관계자들을 비롯, 학계전문가들과 SK텔레콤·CJ헬로비전 등 사업자, 참여연대·녹색소비자연대 등의 소비자단체가 참여해 결합상품에 대한 팽팽한 논쟁을 벌일 전망이다. 

하지만 일각에선 이러한 제재가 겉으로는 공정경쟁을 외치지만 결국 소비자 혜택을 줄이고 국가의 지나친 시장 개입을 야기한다며 반대하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와 정보통신위원회는 자체 설문조사를 근거로 "1000명중 만족한다는 소비자가 60%인 반면 만족하지 않는다고 응답한 소비자는 5.6%에 불과하다"고 말하며 "결합상품에서 가격을 가장 만족스럽게 생각하고 있는데, 이를 제재하는 것은 소비자 후생을 감소하는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유승희 새정치민주연합 의원 역시 이와 입장을 같이 하며 앞서 지난 4월 10일 열린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최성준 방통위원장에게 "취지는 동의하지만 지나친 시장 개입"이라며 "소비자를 외면하는 규제 정책은 제2의 단통법이 될 우려가 있다"고 꼬집은 바 있다. 

한편, 정부도 TF를 구성해 방송통신위원회는 공정경쟁과 관련된 사항을, 미래창조과학부는 지배력 전이 문제를 들여다 보고 있으며 이달 내에 관련 사항을 마무리한다는 계획이다.

정부는 소비자 후생과 공정경쟁 모두 중요하게 보고 있는 만큼 팽팽하게 맞선 양측의 논리를 어떠한 방식으로 문제를 풀어나갈지 업계의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