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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사들이 삼성SDI의 올 2분기 실적을 하향 조정하면서도 목표주가를 유지하고 있다. 삼성SDI가 삼성SDS와의 합병설(說)이 제기되면서 이 회사가 보유한 주요 계열사 지분가치가 주가 하락을 방어할 것이란 관측이다.
19일 동부증권은 삼성SDI에 대해 "영업이익 소폭 하향에도 불구하고 목표가로는 주가순자산비율(P/B)의 1배는 받아야 한다"며 목표주가 17만원과 투자의견 '매수(Buy)'를 유지했다.
권성률 동부증권 연구원은 "올 2분기 삼성SDI의 영업이익은 186억원으로 컨센서스(시장 전망치) 258억원을 하회할 전망"이라면서도 "그러나 일차적으로는 삼성SDI가 보유한 주요 계열사 지분가치가 주가 하락의 방어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실제로 삼성SDI가 보유 중인 삼성그룹 계열사 지분가치는 전일 종가 기준으로 △제일모직 3.7% 8580억원 △삼성물산 7.2% 7450억원 △에스원 11.0% 3080억원 △삼성엔지니어링 13.1% 1680억원 △삼성정밀화학 14.7% 1340억원 △삼성중공업 0.4% 160억원 △호텔신라 0.1% 30억원 등 2조2320억원이다. 여기에 비상장사 지분까지 합하면 총 7조3330억원에 달한다.
특히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이 마무리되면 삼성SDI와 삼성SDS를 합병해 삼성전자 지배력이 약한 계열사 지분 확보에 나설 것이란 시나리오가 떠오르고 있어 지분가치가 더욱 돋보이고 있는 상황이다.
이 중 삼성SDI가 삼성전자보다 더 많은 지분을 갖고 있는 계열사는 삼성물산, 삼성엔지니어링, 삼성정밀화학, 에스원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사실상 최대주주로 있는 삼성SDS와 삼성SDI가 합병을 한다면 이들 계열사에 대한 지배력을 강화할 수 있다.
이보다 앞선 지난 18일 백광제 교보증권 연구원은 보고서를 내고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이 합병에 성공하면 다음 시나리오는 삼성SDS와 삼성SDI의 합병이 지배구조 개편에 긍정적"이라며 "통합 삼성물산(제일모직+삼성물산)과 통합 삼성SDS(삼성SDS+삼성SDI)를 가정하면 호텔신라를 제외한 대부분의 삼성그룹 산업계 계열사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 3세의 지배구조 아래에 놓이게 된다"고 관측했다.
김양재 KTB투자증권 연구원 역시 "연간 실적 추정치를 하향 조정하지만 보유 지분 가치 상승으로 투자의견 '매수(Buy)'와 목표주가 16만5000원을 유지한다"고 밝혔다.
김 연구원은 올 2분기 삼성SDI에 대한 영업이익 추정치를 기존보다 67.8% 하향 조정한 138억원으로 봤다. 매출액은 1조8920억원으로 전망하면서 영업이익률을 1.5%p 하향했다. 배터리 부문 고정비 부담 증가로 전분기대비 실적 개선이 제한적이란 설명이다.
김 연구원은 "다만, 하반기부터 중합체(Polymer) 수율 개선과 고객사 반도체 및 디스플레이 증설에 따른 실적 개선이 전망된다"며 "중장기적인 실적 개선세는 당초 기대보다는 더디지만 여전히 유효하다"고 덧붙였다.
한편 삼성SDI는 삼성SDS와의 합병설이 불거지면서 약세를 기록 중이다. SDI는 지난 17일 북미 최대 인테리어 전시회 '네오콘(NeoCon)'에 참가해 해외 디자이너의 높은 관심을 끌었다는 소식에 7% 가까이 급등했지만, 그 다음날인 18일에는 합병설이 불거지면서 약세를 기록하다 0.41% 내린 12만25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이날 역시 약세를 지속, 오후 2시19분 현재 전장대비 2.04%(2500원) 하락한 12만원에 매매가를 형성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