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계 "해외서 가격협상력 잃게 만들고, 소비자 도움도 안돼"미래부 "단통법 안착 과정, 법개정으로 또 다른 소비자 혼란만 우려"
  • ▲ 바른사회시민회의 주최로 열린 '통신시장경쟁촉진을 위한 방안 모색' 토론회에서는 분리공시 제도가 도입될 필요가 없다는 의견이 주를 이뤘다.ⓒ심지혜 기자
    ▲ 바른사회시민회의 주최로 열린 '통신시장경쟁촉진을 위한 방안 모색' 토론회에서는 분리공시 제도가 도입될 필요가 없다는 의견이 주를 이뤘다.ⓒ심지혜 기자

최근 국회를 중심으로 분리공시제도가 통과돼야 한다는 이야기가 불거지고 있는 가운데 학계와 정부에서는 실효성이 없다는 입장을 보였다. 

분리공시제도는 단말기 지원금에서 이동통신사와 제조사가 각각 얼마씩 지급하는지 따로 공시해야 한다는 것으로,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단통법) 세부 고시규정으로 시행되려 했으나 상위법에 위배된다는 이유로 포함되지 않았다. 

24일 바른사회시민회의 주최로 열린 '통신시장 경쟁촉진을 위한 방안 모색' 토론회 자리에서는 분리공시 도입에 대한 반대의견이 주를 이뤘다. 

이미 분리공시 없이 단통법이 안착돼 가고 있는데다 제조사 장려금이 밝혀진다 해도 소비자에게 이렇다 할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이날 발제자로 나선 이병태 카이스트 교수는 "최신폰 지원금은 대부분 이통사에서 지원하는데다 괜히 가격정책에 대한 사회적, 정치적 압력만 가중할 뿐, 분리공시제도는 실효성이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제조사의 영업비밀을 공개해 글로벌 시장에서 협상력을 제약하는 산업적 피해를 만들어서는 안된다"고 덧붙였다. 

자리에 함께한 권남훈 건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역시 "가격 협상의 결과를 모두가 다 알도록 하는 것이 맞냐"고 반문하며 "공개 안하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 그는 협상 결과를 공개한다고 소비자가 더 좋아진다고 말 할 수 없다고도 덧붙였다.

김성환 아주대 경제학과 교수는 제조사 보조금의 존재 자체를 부정하며 분리공시가 필요 없다고 주장했다. 

김 교수는 "최근 분리공시가 이슈인데 제조사 보조금이 왜 있는지 존재 이유를 이해하기 어렵다"고 목소리 높였다. 

그는 일반 가전제품을 예로 들면서 "제조사에서 보조금을 줬는지, 그것이 공개됐는지 여부를 따지지 않는다"고 말하며 "정가가 있는 만큼 '얼만큼 할인한다'고 밝히고, 비밀로 하지도 않는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통사 지원금에 제조사 보조금이 섞일 필요도 없다"면서 "분리공시가 있어야 할 이유를 모르겠다"고 말했다. 

다만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정지연 한국소비자연맹 사무총장만이 분리공시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장 사무총장은 "단통법에서 분리공시가 제외돼 취지가 충분히 살지 못하고 있다"며 "빠른 시간 안에 도입돼야 한다"고 했다.

이와 관련, 미래부에서는 분리공시제도 없이 단통법이 안착돼 가고 있는 만큼 현상태로 유지하는 것이 낫다는 입장을 보였다. 

미래부 관계자는 "분리공시제도를 시행하려면 단통법을 개정해야 하는데, 법이 안착돼 가고 있는 과정에서 혼란을 줄 필요가 없다"고 강조했다.

한편, 국회 일부 의원들을 중심으로 분리공시제도가 도입돼야 한다는 주장 계속되고 있다. 현재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최민희 의원과 배덕광 의원, 그리고 한명숙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분리공시제도 도입을 포함한 법안을 발의한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