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국가정보원의 해킹 의혹을 둘러싼 여야의 날선 공방이 가열되면서 정부가 편성한 11조8000억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안 처리에 비상이 걸렸다.
정의화 국회의장은 20일 새누리당 신임 원내지도부와 만난 자리에서 "설사 24일 본회의 처리가 안되어도 늦어도 27일이나 28일을 넘겨서는 안된다"며 데드라인을 연기했다. 사실상 정부·여당이 정한 마감시한인 24일 처리를 불가능 하다고 본 것이다.
당초 추경안 처리를 위해 마련된 7월 임시국회가 사흘 밖에(24일 마감) 남지 않았으나 추경 논의는 정치권에서 한발 비껴선 모습이다.
지난 20일 새누리당 최고위원회의에서도 추경 사태와 관련해 언급한 지도부는 원유철 원내대표, 김정훈 정책위의장에 불과했다.
새누리당 원유철 원내대표는 "가뭄 메르스 사태로 어려움에 빠진 민생경제, 서민경제를 해결하기 위해 이번주에 추경이 처리돼야 한다"고 타이밍을 거듭 강조했다.
김정훈 정책위의장도 "환자에게 응급약을 투여할 때 시간에 맞춰 정량을 투여해야 한다"면서 추경을 응급약에 비유했다. 그는 "예산은 예산대로 낭비하고 국가경제에 별 도움이 되지 못하는 상황이 될 수 있다"며 오는 24일 처리를 당부했다.
김무성 대표를 비롯한 서청원 최고위원 등의 발언은 국정원 사태에 초점에 맞춰 있었다.
같은 날 국회에서는 추경안 논의를 위한 예산결산특위가 가동됐지만 비교적 여야 간 이견이 없는 감액안을 우선적으로 처리했다. 쟁점이 있는 사안들은 보류한 뒤 한꺼번에 재심사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이를 두고 정치권에서는 '쟁점 사안'은 추경 보류 안건이 아니라, 국정원 해킹 논란이라는 우스갯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여야가 국정원 사태를 어떻게 매듭 짓느냐에 따라 추경안의 운명이 달라질 것이라는 뜻에서다.
새정치연합은 국정원 해킹 의혹에 관한 청문회를 열고 국정원장을 상대로한 긴급현안 질의를 열어야 한다고 맹공을 펴고 있다.
국회 정보위 신경민 야당 간사는 "국정원이 삭제된 자료가 이번주 안에 복원된다고 하는데 국정원으로부터 아무런 이야기도 못듣고 있다"며 국정원장을 질의를 촉구했다.
반면 새누리당은 정보위 위원들의 국정원 현장조사로 처리하자는 움직임이다.
새정치연합은 공식적으로 추경과 국정원 사태의 연계를 밝히고 있진 않다.
다만 전일 여야 원내수석부대표와 정보위 간사간 2+2 회동에서 합의를 이루지 못한 만큼 한 테이블에 두 사안을 올리고 '타협' 하는 일은 시간 문제라는 분석이 뒤따른다. 이날 오후 여야 원내대표가 나란히 만나는 자리에서 주거니, 받거니 하는 타협 정치가 빚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한 새누리당 관계자는 "빅딜이라는 표현이 적절치는 않지만 시급한 두 현안을 동시에 논의하다보면 주고 받는 협상으로 이어지지 않겠나"고 했다. 그러면서 "추경안 처리도 급하고, 국정원 사태도 절대 양보할 수 없는 부분이어서 논의가 쉽지 않을 것"이라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