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도공단, "호남 고속철 개통 경험 살리면 '국가대항전' 가능"민간 업계 예상 수요·사업비 궁금

  • 말레이시아와 싱가포르를 잇는 324km 고속철도 공사에 우리 정부가 민간기업과 손잡고 수주전을 벌인다. 
    이 사업은 총사업비 120억달러 규모로 현재 일본과 중국 등이 각각 컨소시엄을 구성해 영업활동을 벌이고 있다.

    22일 한국철도시설공단(이사장 강영일, 철도공단)은 서울 남대문 대한상공회의소 국제회의장에서 '말레이시아-싱가폴 고속철도 연결사업' 사업설명회를 열었다.

     

    이날 설명회에는 국내 대형건설사, 철도차량을 포함한 철도시스템 제작사·설계사와 금융사 등 약 75개사 200여명이 참석했다.   

    인사말에서 강영일 철도시설공단 이사장은 "2004년 개통한 경부고속철도의 성공적 운영과 지난 4월 순수 우리 기술로 건설한 호남 고속철 추가 개통의 경험을 살려 준비한다면 승산은 충분히 있다"고 수주에 자신감을 내비쳤다.

    박기풍 해외건설협회 회장은 "지금이 우리 철도사의 새로운 스타트 지점"이라며 "태국 물 관리 사업을 정부·민간·공공기관이 힘을 합쳐 따낸 것처럼 이번 고속철도도 한 팀이 돼서 노력한다면 충분히 수주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조무영 국토교통부 철도정책과장은 "지난해 9월 이번 고속철도 사업을 논의했지만 부정적인 시각이 많았다"며 "하지만 현지설명회를 개최하고 사업타당성(F/S) 분석을 실시하는 등 꾸준히 노력한 결과 이제 희망을 말하는 이들이 많아졌다. 수주까지 따낼 수 있도록 노력하자"고 말했다.

    말레이시아-싱가포르 고속철도 사업은 말레이시아 수도 쿠알라룸푸르에서 싱가포르까지 고속철도 324km 건설·운영을 프로젝트다. 말레이시아 310km·싱가폴 14km이며 8개 역사와 2개 차량기지로 구성된다. 

    사업 기간은 건설 5년, 운영 30년으로 합계 35년이고 이용 승객은 1일 4만 9000명, 연간 1800만명에 사업비는 약 120억불로 추산된다.

  • ▲ 지도에 말레이시아-싱가포르 고속철도와 철도역들이 표현돼 있다.ⓒ한국철도시설공사
    ▲ 지도에 말레이시아-싱가포르 고속철도와 철도역들이 표현돼 있다.ⓒ한국철도시설공사


    사업추진방식은 민관협력사업(PPP)의 틀 아래 AP모델과 BOT-MRG모델 중 하나를 말레이시아와 싱가포르 정부가 택일한다.

    AP모델은 사업자가 일정 수준 이상 서비스를 제공하면 수요와 상관없이 양국 정부가 운영수입을 보장하는 방식이며, BOT-MRG모델은 사업자가 시설물을 건설·운영하고 양국 정부가 최소운영수입을 특정기간 보장하는 방식이다.

    사업성 분석 결과를 발표한 한국철도기술공사 관계자는 "AP모델이 BOT-MRG 모델보다 사업위험도가 낮고 재정부담금도 30% 내외로 절감 가능하다"며 "양국 정부가 AP모델을 택할 것으로 본다"고 전망했다. 

    철도공단은 말레이시아 고속철도 사업이 PPP인 점을 감안해 정부·공공기관·민간기업 공동 컨소시엄을 구성할 예정이다. 8월 14일까지 사업에 참여할 의사가 있는 민간회사로부터 참여의향서(LOI)를 받을 예정이며, 컨소시엄이 만들어지면 중동 국부펀드 등 해외 투자자 유치 활동에도 나선다 .

    이날 설명회에 참석한 민간 업체들은 기업에게 민감한 예상 수요와 사업비 등의 계산 근거를 주로 질의했다. 또 컨소시엄 참여 시 소요되는 비용 등에 대해 구체적인 수치 등을 요구했다.  

    철도공단 관계자는 "예상 수요와 비용 등을 매우 엄격하게 평가했다"며 "한국교통연구원에 수요 재분석을 의뢰했지만 오늘 밝힌 수치보다 줄어들지는 않을 것"이라고 객관성에 자신감을 내비쳤다. 

    이어 "공사비의 경우 말레이시아는 일반 철도, 싱가포르는 지하철 공사비를 토대로 추정했다"며 "정보가 경쟁 국가로 유출될 수 있어 더 구체적인 내용은 컨소시엄에 참여할 기업에게만 공개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