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일부 친인척, 연로한 신 총괄회장 이용해 양국 롯데 핵심인물에 대한 불만 표출"
-
-
-
-
▲ 롯데그룹 신격호 총괄회장이 지난 28일 오후 서울 김포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하고 있다.ⓒ연합뉴스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이 일본 롯데홀딩스뿐 아니라 한국 롯데그룹 임원들에 대해서도 해임을 지시한 것으로 드러났다.
30일 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신 총괄회장은 이달 중순께 한국 롯데그룹의 핵심 임원 3~4명을 해임한다는 내용의 지시서를 작성하고 서명했다.
정확한 해임 지시 날짜는 전해지지 않았지만 이달 15일 일본 롯데홀딩스 이사회가 신동빈 한국 롯데그룹 회장을 대표이사로 선임한 직후로 보인다.
해임 지시서 작성에는 지난 27일 신격호 총괄회장과 함께 일본으로 건너간 장남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대표와 장녀 신영자 롯데복지재단 이사장, 5촌 조카 신동인 롯데자이언츠 구단주 직무대행 등이 관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지시서는 같은 내용으로 2장 이상 만들어졌고 현재 일본롯데홀딩스만 받은 상태다.
한국 롯데그룹은 아직 지시서를 받지 못했으며 일본 롯데홀딩스가 받은 지시서 내용에 대해서도 알 수 없는 상태라고 밝혔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이런 종류의 해임 지시서가 효력을 발휘할 수 있는지에 대해 "가능하다"라고 말해 이 지시서가 한국 롯데에 전해질 경우 상당한 논란이 예상된다.
일반적으로 사내 이사로 올라 있는 임원들은 이사회 의결을 거쳐야 해임할 수 있지만 사내 이사가 아닌 임원들은 이사회를 거치지 않아도 해임이 가능하다. 다시 말해 지시서에 사내 이사가 아닌 임원들이 적혀 있다면 바로 해임이 될 수도 있다는 것.
이와 관련, 한 롯데 고위 관계자는 "신 총괄회장의 판단력이 흐려진 틈을 이용해 신 이사장을 비롯한 일부 친인척들이 한일 양국 롯데 핵심인물에 대한 전방위적인 해임을 시도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신 총괄회장의 판단력이 흐려졌다는 증거가 있는냐는 질문에는 "신 총괄회장이 문서에 서명 대신 주로 도장을 찍는다"면서 해임지시서에 서명한 사실만 봐도 그가 분명하고 뚜렷한 판단 능력으로 행한 인사는 아닌 것으로 보인다"고 답했다.
익명을 요구한 롯데 관계자는 "신 총괄회장이 심신이 쇠약해진 틈을 타 측근들이 일본과 한국에서 전방위적으로 (핵심 임원에 대한) 해임을 시도했다"며 "경영권에서 멀어져 있는 분들이 섭섭함을 이렇게 나타낸 것이 아닌가 싶다"고 전했다.
한편, 신 총괄회장은 지난 28일 귀국후 소공동 롯데호텔 34층에서 머물며 신 전 부회장과 신 이사장의 도움을 받아 생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