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빈 회장, 일본롯데보다 20배 이상 외형 키워 아버지로부터 '경영 능력' 인정받아리더십 등 모든면에서 신동빈 회장이 월등재계 "신 명예회장, 개인감정 보단 기업 키울 사람 택해야" 한목소리
  • 아버지는 롯데그룹 후계자로 '장남' 대신 '차남'을 택했다. 우리나라에서는 장자 우선주의 때문에 순서대로라면 장남이 회장자리를 이어받을 차례다. 하지만 아버지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은 장남 신동주 일본롯데홀딩스전 부회장이 아닌 차남 신동빈 롯데 회장에게 자리를 넘겨줬다. 선택 배경에는 갖가지 설이 많지만 많은 재계 관계자들은 차남의 경영 능력이 뒷받침 된 것이라는 평가를 내놨다.

    ◇상반된 경영성적표···달라도 너무 다른 '두 왕자'


    장남 신동주 롯데홀딩스 전 부회장이 지휘한 일본 롯데그룹은 한국 롯데보다 일찍 출범했음에도 상대적으로 크게 밀려 있는 상황이다.

    일본 롯데그룹 계열사는 2013년 기준으로 한국 롯데그룹의 절반도 안 되는 37개에 불과하다. 매출도 한국 롯데그룹은 83조 원의 매출을 기록한 반면 일본 롯데는 5조원에 그치고 있다.

    심지어 주력상품이었던 '껌'도 껌 시장 자체가 줄어들고 있어 매출액이 계속 감소하는 추세다. 일각에선 지난해 신동주 전 부회장이 추진했던 껌 리뉴얼 등에서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해 껌 사업에 애착이 강한 아버지의 신망을 잃었다는 얘기도 들린다.

    일본 내 재계순위에서도 크게 밀린다. 일본 롯데는 '200대 기업' 사이를 오가는 수준이지만 한국 롯데는 재계 5위에 올라 있다. 때문에 '형제의 난'이 벌어졌을 당시에도 일본 내에서는 한국과  달리 차분한 분위기가 형성됐다고 한다. 

    반면 차남 신동빈 회장이 지휘한 한국 롯데는 신동빈 회장 정책본부장에 취임할 당시인 2004년 23조원의 매출에서 2013년 3.6배인 83조원으로 늘어났다. 계열사도 74개로 확대되면서 롯데는 10여년이 지난 현재 재계 순위 5위로 뛰어올랐다. 재계 4위 LG그룹의 자산 규모가 102조원인 점을 고려하면 롯데가 4대 그룹에 등극할 가능성도 충분해 보인다.
     
    젊은 시절 투자은행에서 일했던 경험을 바탕으로 인수합병에 거침없는 행보를 보인 그는 하이마트·말레이시아 타이탄케미칼·중국 대형마트 타임스 등 국내외에서 크고 작은 인수합병 30여건을 성사시키며 그룹의 덩치를 불렸다.

    올해만 해도 지난 2월 국내 렌터카시장 1위인 KT렌탈을 인수했고, 5월엔 미국에서 130여년의 역사를 가진 '더 뉴욕 팰리스 호텔'을 사들였다. 롯데그룹은 올해 투자 규모를 사상 최대인 7조5000억원으로 책정한 상태로 하반기에 러시아 모스크바 복합쇼핑몰 '아트리움',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복합쇼핑몰 '스나얀시티'의 추가 인수도 진행 중이다.

    특히 신 회장은 중국과 일본에도 자주 방문하는 등 글로벌 행보를 적극 이어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최근 한 달 동안에만 일본을 두 차례 방문했으며 지난달 말에는 중국 청두의 '롯데몰 청두 프로젝트' 현장을 직접 방문했다. 이 밖에 백화점·마트·편의점 등 오프라인 유통망과 유선인터넷·모바일 등을 통합한 '옴니채널'의 구축은 물론, 올해 하반기에 면세점 사업자 특허권이 만료되는 것과 관련해 수성에 총력을 기울이는 등 그룹 단속에도 소홀하지 않았다.

    성장 규모의 차이를 두고 '경영능력' 만큼 두 형제의 '성격차이'도 거론했다. 신 전 부회장의 성격은 차분하고 감수성이 풍부한 반면 차남인 신 회장은 신중하기는 하지만 한번 결정을 내리면 적극적으로 밑어붙이는 과감한 성격의 소유자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성격이 경영성과에도 영향을 미쳤다는 게 안팎의 평가다. 

    ◇"신격호, 롯데 명성 지킬 능력 우선시 할 것"


    현재 롯데가의 경영권 다툼은 일단락되는 것처럼 보이더니 '왕자의 난'에 이어 '지분 구조'까지 얽히며 안갯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경영권 분쟁에 가세한 신 총괄회장의 맏딸 신영자 롯데복지재단 이사장이 변수로 떠올라, 그룹의 후계구도를 둘러싼 다툼이 차남 신 회장에 맞서 그 이외 오너 일가족이 맞서는 구도로 짜이고 있다는 분석까지 나오고 있다. 그러면서 이들의 경영권 분쟁은 주총 표 대결이 이뤄져 봐야 알 수 있을 것이란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재계는 무엇보다 경영권의 열쇠를 쥐고 있는 신 총괄회장을 향해 감정적이거나 개인적인 관점 보다는 명확한 기준과 공정성을 확보해 경영승계를 마무리할 것을 주문하고 있다. 

    재계 한 관계자는 "롯데의 후계자 선정은 감정을 배제하고 최대한 객관적이고 합리적이어야 한다"며 "그간 일궈온 명성이 추락하지 않도록 사업을 발전시키고 기업의 명성을 지킬 능력이 되는지, 리더십이 있는지 등의 선정 기준을 따져 분명한 기준과 절차에 따라 진행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