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 회장, 일본 內 입지도 견고... 경영 평가서도 월등히 앞서"이사회도 '親신동빈파'로 구성... "우호지분 이미 50% 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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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왼쪽부터 신동빈 회장, 신격호 총괄회장, 신동주 전 부회장.ⓒ연합뉴스
롯데그룹 장남 신동주 전 부회장의 쿠데타에도 불구하고 신동빈 부회장이 예상대로 롯데의 후계구도를 완성해 가고 있는 분위기다. 경영권 승계와 관련한 변수는 여전히 남아 있지만 현재 신동빈 회장이 더 우위를 점하고 있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앞서 롯데그룹 경영권 분쟁은 지난 27일 신격호 총괄회장이 장남 신동주 전 부회장 등과 함께 신동빈 회장을 일본 롯데홀딩스 이사진에서 해임시키면서 시작됐다. 하지만 하루 뒤인 지난 28일 신 회장이 해임안은 무효라며 신 총괄회장을 되레 명예회장으로 퇴진시키면서 경영권 다툼 양상은 하루 만에 역전됐다.
이에 현재 신동빈 원톱 체제가 이어지고 있는 상황. 하지만 지난 29일 신 전 부회장이 일본 니혼게이자이 신문과의 인터뷰를 통해 주주총회에서 신 회장의 사퇴를 요구하겠다며 다시 반격에 나서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아직 경영권 분쟁이 완전히 끝난 게 아니라는 의미다.
따라서 이번 주총이 경영권 분쟁의 마지막 분수령이 될 것이란 관측이다. 이와 관련, 본지는 앞으로 이어질 두 형제의 주총대결에서 누가 더 유리하고 이사회는 누구를 더 지지할 것인지에 대해 분석해 봤다.
◇ 신동빈 회장, 일본 內 입지 견고…일본 대형 건설사 다이세이 건설과 사돈지간
먼저, 신 회장은 아내가 일본 내 유력가문이라는 점에서 일본 내 입지가 견고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신 회장의 아내는 일본 대형 건설사인 다이세이(大成)건설 부회장의 딸인 시게미쓰 마나미(大鄕眞奈美)이다. 일본 황실의 며느리 후보에까지 올랐던 여성으로 후쿠다 전 일본 수상까지 중매로 결혼이 성사됐다.
그는 귀족학교로 알려진 일본학습원 대학을 나왔다. 일본에서 열렸던 신동빈 부회장의 결혼식에는 당시 나카소네 수상을 비롯해 기시 전 수상, 후쿠다 전 수상 등 3명의 전·현직 수상이 참석해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키기도 했다.
특히 신격호 총괄회장이 신 회장의 아내를 맞아들이는데 상당히 공을 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로 인해 일각에서는 롯데그룹의 차기 대권주자로 강력히 거론되기도 했다. 재계 관계자는 "신동빈 회장은 일본 내 유력가문인 아내를 통해 일본 정관계와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다"며 "이는 향후 일본롯데를 운영하는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신 전 부회장은 동생보다 7년 늦은 1992년 서울 롯데월드예식장에서 재미 교포 사업가의 딸인 조은주씨와 결혼했다.
◇ 신동빈 회장 경영 평가서 앞서…"이사회는 이익을 위해 움직이는 집단"
2011년 이후 각각 한국과 일본을 책임지고 있는 두 형제의 경영 성과만 보더라도 '신동빈 회장 우세론'이 추진력을 얻고 있다.
먼저 신 회장의 롯데(한국롯데)와 신 전 부회장의 롯데(일본롯데)의 크기만을 놓고 비교해봤을 때 서로 간의 경영능력 차이가 확연해진다. 양국 롯데계열사 총 매출액을 비교한 자료를 보면 한국롯데가 일본롯데의 10배 규모다.
일본에서 시작해 한국에 지점 형태로 진출했는데 이정도로 성장 규모 차이가 발생한 것은 신 회장의 경영능력 덕분이란 평가를 받고 있다.
신 회장은 특유의 과단성 있는 성격의 소유자로 그간의 성과를 보더라도 경영 평가 면에서 신 전 부회장보다 우위를 점하고 있다. △하이마트ㆍ말레이시아 타이탄케미칼ㆍ중국 대형마트 타임스 등 국내외에서 크고 작은 M&A(인수합병) 30여건 성사 △'클라우드' 앞세워 맥주시장에 성공적으로 진입 △'KT렌탈'을 인수해 렌터카 시장에 진출 등 신 회장이 정책본부장에 취임할 당시인 2004년 23조원이던 한국 롯데그룹의 매출은 2013년에는 3.6배인 83조원으로 늘어났다. 계열사도 무려 74개로 확대됐다.
반면 신동주 전 부회장이 지휘한 일본 롯데그룹은 한국 롯데보다 일찍 출범했음에도 상대적으로 정체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신동주의 롯데는 일본 롯데그룹의 계열사는 2013년을 기준으로 한국 롯데그룹의 절반도 안 되는 37개에 불과하다. 매출도 5조7000억원에 머물르고 있는 상황이다. 과자 이외의 사업도 둔화되고 있는 상황이다.
재계 관계자는 "어찌 됐든 이사회는 이익을 위해 움직이는 집단"이라며 "그간의 경영 성과를 통해 누가 자신들에게 더 큰 이익을 가져다줄지 명확하게 판단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이사회 구성원은 '親신동빈파'
신 회장 우세론이 힘을 받고 있는 가장 결정적인 이유는 이사회가 친 신동빈파로 구성돼 있다는 사실이다.
실제 지난 15일 신동빈 회장을 일본 롯데홀딩스 대표이사로 선임하고, 28일엔 일본 롯데홀딩스의 대표이사 회장으로 있던 신 총괄회장을 사실상 퇴진시키는 등 신 회장에게 힘을 실어준 세력이 바로 일본 롯데홀딩스 이사회 구성원들이다.
모 언론매체의 보도에 따르면 일본 롯데홀딩스 이사회 참석자 7명의 임원 중 신 총괄회장과 신 회장, 쓰쿠다 다카유키(佃孝之) 일본 롯데홀딩스 대표이사 사장을 제외한 나머지 4명의 임원 대부분이 '친신동빈파'로 구성돼 있다.
신 총괄회장과 신 회장, 쓰쿠다 사장에 이어 '넘버 4'로 통하는 인물은 고바야시 마사모토(小林正元) 한국 롯데캐피탈 사장이다. 고바야시 사장은 롯데캐피탈이 2003년 카드 사태로 어려움에 빠졌을 때 롯데캐피탈에 합류했다.
일본 롯데상사의 영업본부장인 고초 에이이치(牛장榮一) 이사도 이사회 멤버 중 한 명인데 최근 신 회장의 일본 롯데 경영을 지지하는 구호 '원 롯데 원 리더'를 실행하기도 했다.
일본 롯데홀딩스에서 껌 제품을 담당하는 가와이 가쓰미(河合克美) 상무이사(최고마케팅책임자·CMO)와 아라카와 나오유키(荒川直之) 이사 등 나머지 2명도 '신 회장파'로 통한다.
◇ 롯데그룹 "이미 신동빈 회장 과반수 확보"
롯데 고위 관계자는 이를 기반으로 현재 일본 롯데홀딩스의 지분율을 50% 이상 확보한 상태라고 추정했다. 이 관계자는 "신 회장이 광윤사 지분을 제외하고도 본인의 지분과 개인 주주 등 우호지분 등을 합해 50% 이상의 지지를 확보한 것으로 안다"면서 "신 회장의 롯데그룹 지배력은 더욱 탄탄해질 것"이라고 전했다. 그는 또 "이날까지 확보한 신 회장의 우호지분이 70~80%가량 되는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어 그는 "일본 롯데홀딩스 임원 7명이 지난 28일 신격호 총괄회장의 명예회장 추대와 지난 1월 신동주 부회장 해임 등을 결의한 것을 감안하면 50% 확보는 충분하다"고 강조했다. 일본 상법상 주식회사의 지분 50%를 확보하면 경영권을 얻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