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금융지주·다음카카오 VS 미래에셋·SK플래닛
  • 인터넷전문은행 설립을 위한 합종연횡이 범금융권은 물론 통신 및 IT업체간 치열한 '수 싸움'으로 더욱 복잡해지고 있다. 당장 큰 수익이 보장되지는 않지만, 향후 금융 핀테크라는 거대한 트렌드에 뒤쳐질 수 없다는 판단에서다. 시중은행과 산업자본에 대한 제한은 변수가 되고 있다. 이는 은행법이 어떻게 개정되느냐에 따라 향후 판세를 바꿀 수 있는 변곡점이 될 전망이다.

     

    10일 금융투자 및 관련 업계에 따르면 인터넷전문은행 설립을 위한 컨소시엄 구성이 점차 윤곽을 드러내고 있다.

     

    관심있는 업체들은 설립 인가를 받을 수 있는 연합군 구성에 초점을 맞출 지, 연합군 내에서 많은 지분을 갖고 주도권을 확보할 지 등을 고심해야 한다. 이런 복잡한 수 싸움에 물밑 경쟁도 더욱 치열해지는 양상이다. 금융당국은 9월 말 예비인가 신청을 받은 뒤 12월 1~2곳에 대해 예비인가를 내줄 예정이다. 본인가는 내년 상반기에 결정된다.

     

    한국투자금융지주(한국투자증권의 지주사)와 다음카카오가 첫 포문을 열면서 금융당국에 강력한 임팩트를 줬다. 증권업계 4위(자본금 기준)의 한국투자증권을 거느린 한국투자금융지주와 약 3800만명의 이용자수를 확보한 다음카카오의 연합은 상징성이 크다. 티켓 1장을 얻어내기에 손색이 없는 조합이다.

     

    인터넷전문은행 설립에 있어 크게 두각을 나타내지 못한 한국투자금융지주는 김남구 부회장이 직접 나서며 다음카카오라는 대어를 낚았다. 일단 표면적으로는 한국투자금융지주가 50%의 지분을 갖고, 다음카카오가 10%, IT업체들이 30%, 나머지 10%는 신한은행 등 시중은행들이 지분을 나눠 갖기로 했다. 얼핏보면 다음카카오에 불리한 조건이다. 이는 현행 은행법상 산업자본은 최대 10% 지분을 소유할 수 있고, 4%만 의결권을 갖도록 돼 있기 때문이다.

     

    향후 은행법 개정 시 증자 등을 통해 다음카카오가 최대주주 수준의 지분을 확보하도록 양측이 전격 합의했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투자금융지주 입장에서는 최대주주라는 명분 보다는 실리를 선택했다는 관측이다. 인터넷전문은행을 통해 WM 시장을 강화함으로서 삼성증권을 제치고 업계 3위로 도약하려는 속내로 풀이된다.

     

    한국투자금융지주의 선공으로 미래에셋증권과 KDB대우증권, 대신증권 등의 움직임이 바빠졌다.

     

    특히 미래에셋증권은 SK플래닛과의 공조를 추진 중이다. 회원수 2000만명에 이르는 인터넷 오픈마켓 11번가를 운영하는 SK플래닛이 다음카카오의 대항마라는 판단에서다. 이 조합 역시 금융당국에 충분히 어필할 수 있는 강점을 갖고 있다는 평가다. 미래에셋 역시 컨소시엄의 주도권을 어떻게 확보하느냐가 관건이다.

     

    SK텔레콤과 KT 등 통신사들도 파트너 찾기에 분주하다. 대형 통신사들이 참여한 연합군 구성도 충분히 매력적이다. KT는 교보생명과의 짝짓기를 논의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인터파크도 전자상거래 업체들과의 컨소시엄 구성을 추진 중이지만, 아직까지 증권사를 비롯한 범금융권과의 연대 움직임은 없는 상황이다.

     

    일부 강력한 파트너들은 상황을 관망하고 있다.

     

    키움증권은 산업자본 제한 때문에 서두르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온라인 전문 증권사로 업계의 패러다임을 바꾼 이력이 있기 때문에 당초부터 인터넷전문은행 설립에 있어서도 강력한 후보로 거론돼왔다. 현재는 그룹 차원에서 TF팀을 구성하고 은행법 개정 등 향후 변화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후발주자로 참여해도 확실한 사업 아이템만 있으면 충분히 따라잡을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고 있다.

     

    네이버의 움직임도 관심거리다. 다음카카오가 인터넷전문은행으로 새로운 영역에 진출하는 것을 그냥 두지 않을 것이란 게 업계의 시각이다. 그렇다고 해서 급하게 서두를 필요도 없어 보인다. 언제든지 마음만 먹으면 막강한 각 분야 업체들이 네이버 깃발 아래에 모일 것이라는 확신 때문이다.

     

    한편, 시중은행들은 역차별이라며 볼멘소리를 하고 있다. 은행이나 은행지주회사가 인터넷전문은행 최대 주주로 참가할 경우, 불이익을 받기 때문이다.

     

    은행들이 모바일 전용 뱅킹 서비스를 출시하는 등 인터넷전문은행 시장을 선도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여 온 것이 제대로 평가받지 못했다는 것이다. 금산분리 원칙이 깨질 수도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시중은행들이 인터넷전문은행 설립에 보이콧을 할 수도 없는 상황이다. 새로운 트렌드에 완전히 뒤쳐질 수 있기 때문에 당장은 '울며 겨자먹기' 심정으로 발을 담그려는 양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