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금감원 공시 보완, 20일 공정위에 日 지배주주 제출해야
  • ▲ 11일 세번째 사과에 나선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 11일 세번째 사과에 나선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롯데의 진정성이 시험대에 올랐다. 당국이 요구한 해외계열사 등 지배구조 제출시한이 코 앞으로 다가왔다.

    17일까지 금감원에 롯데알미늄·롯데로지스틱스의 2분기 결산보고서와 해당 기업의 최대주주인 일본 L투자회사 정보를 제출해야 한다. 금감원은 일본 롯데홀딩스, 일본 L제2투자회사가 최대주주로 있는 호텔롯데와 롯데물산, 롯데알미늄, 롯데로지스틱스 등 계열사 4곳의 대표자와 재무 현황 등을 요구한 바 있다.

    20일에는 롯데그룹 전체 계열사의 주주 현황, 주식 보유 현황, 임원 현황 등에 대한 답을 공정위에 내놓아야 한다. 광윤사와 일본 롯데홀딩스, L투자회사 등 롯데의 비밀스럽고 수상한 지배구조가 모두 대상이다.

    일단 롯데그룹은 "정부의 조사에 적극 협조하고 '일본기업 아니냐'는 왜곡된 오해를 풀겠다"며 전향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11일 세번째 사과에 나선 신동빈 회장은 "호텔롯데 상장과 더불어 순환출자 80%를 연내에 해소하겠다"며 화답했다.

     

  • ▲ 롯데=한국기업 임을 강조하기 위해 부착비용만 1억원을 들인 롯데월드 초대형 태극기ⓒ뉴데일리 DB
    ▲ 롯데=한국기업 임을 강조하기 위해 부착비용만 1억원을 들인 롯데월드 초대형 태극기ⓒ뉴데일리 DB

     

    롯데측은 우선 금감원 요구자료와 공시보완에는 성실히 응할 것으로 보인다. 롯데홀딩스와 L2 회사의 대표자가 이미 쓰쿠다 다카유키, 신동빈 회장 등으로 드러난 만큼 굳이 감출 이유가 없다는 판단이다. 여기에 보완요구 대상이 최대주주의 대표자로 한정된 점도 공정위 요구 보다는 덜 부담스럽다.

    문제는 롯데 계열사를 지배하고 있는 일본의 광윤사와 일본 롯데홀딩스의 세부 지분구조 현황과 출자 현황 자료를 제출하라는 공정위의 압박이다.

    롯데는 일본 주주들이 반대하고 있어 회사 주주 현황 공개 등은 아직 결정하지 못했다며 에둘러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쓰쿠다 사장은 지난 4일 일본에서 두 회사의 소유현황 공개 문제에 대해 비상장사라 일체 공개하지 않는다는 취지로 말하기도 했다.

    롯데측은 정부의 압박과 여론의 눈치를 의식해 20일까지는 아직 시간이 있는 만큼 최대한 협조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보겠다며 여지를 남겨놓고 있다.

     

  • ▲ 공정위는 아직까지 신중한 입장이지만 롯데의 태도에 따라 언제든지 강경모드로 바뀔 수 있다ⓒ
    ▲ 공정위는 아직까지 신중한 입장이지만 롯데의 태도에 따라 언제든지 강경모드로 바뀔 수 있다ⓒ



    어차피 일본 주주 공개 등 롯데그룹 전체의 순환출자와 지배구조에 대한 문제는 그룹 최상층부가 결정해야 할 문제다. 신격호 신동주 신동빈 3부자의 판단이 유일 해법인 셈이다.

    하지만 롯데의 버티기는 힘이 딸려 보인다. 다양한 카드를 쥐고 있는 정부에서는 공정위와 금감원 외에 국세청과 관세청 등 힘있는 기관들이 언제든지 동참할 수 있다.

    대홍기획 세무조사를 벌이고 있는 국세청은 경영권 분쟁이 발생하기 전에 시작된 것이라며 확대 해석을 경계하고 있다. 그러나 다른 계열사와의 의심스러운 거래정황을 포착하면 롯데그룹 전반으로 세무조사가 확대될 개연성은 충분히 있다.

    국세청은 이런 맥락에서 롯데그룹과 관련된 정보를 광범위하게 수집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어차피 지분구조와 후계구도는 국세청 업무와 무관하지 않다.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6일 "필요하면 불투명한 기업의 지배구조와 자금흐름을 관계기관이 엄밀히 살펴볼 것"이라며 롯데 측에 경고 메시지를 던지기도 했다.

    관세청은 롯데그룹의 핵심 사업 중 하나인 면세점에 대한 특허권을 쥐고 있다. 롯데면세점 소공점과 월드타워점 등 2개 면세점은 올 12월 특허만료를 앞두고 있다. 관세청은 오는 9월 25일까지 면세점 신규특허신청을 받는다.

    호텔롯데는 연 매출액인 4조7000억원 중 면세점에서만 4조원을 벌어들이고 있다. 서울 중구에 위치한 롯데면세점 소공점의 매출은 그 중 절반(2조원)에 해당한다.

    사실 정부의 배려는 이번이 마지막일 수 있다. 당장 실효성 있는 제재 수단을 사용하기보다는 먼저 롯데 측에 스스로 해결하도록 기회를 주고 있다는 분석이다.

    사태가 장기화하면 정부도 본격적인 행동에 나설 공산이 크다. 최 부총리는 롯데그룹 일가에 조속한 분쟁 해결을 촉구하면서 "그렇지 않으면 시장에서 이에 상응하는 심판이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치권의 반응은 더욱 싸늘하다. 김정훈 새누리당 정책위의장은 공정위와의 당정협의에서 "롯데가 성실하게 자료를 제출하지 않으면 반드시 책임을 묻겠다"고 강조했고 야당은 잇따라 '롯데법'으로 불리는 재벌 지배구조 혁신안을 발의해놓고 있다.

    롯데의 선택이 주목된다.